[현장] 1700개 용접점에 가는 길도 AI가 찾는다…현대차 공장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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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차체를 향해 뻗은 로봇 팔이 조금씩 움직였다. 용접 지점에 가까워질수록 길을 더듬듯 멈췄다가 움직이기를 반복했다. 가상공간에서 생성한 이동 경로를 실제 차체 위치에 맞춰 보정하는 과정이었다. 앞서 연구진이 차체 위치를 일부러 틀어놓자 카메라 센서가 이를 인식해 화면 속 가상공장에 반영했고, 인공지능(AI)이 새로운 이동 경로를 생성했다. 보정이 끝나자 이번에는 멈춤 없이 매끄럽게 움직였다. 지난 16일 경기 의왕시 현대차·기아 의왕연구소에서 선보인 로봇 경로 자동 생성 기술의 시연 장면이다.
자동차 차체에는 1700개 이상의 용접점이 있다. 기존에도 용접 작업 자체는 자동화됐지만, 로봇이 각 용접점까지 이동하는 경로는 현장 엔지니어가 일일이 설정해야 했다. 이날 기술을 소개한 현대차·기아 제조SI기술개발2팀 이인환 책임매니저는 “사용자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 이동 경로를 자동 생성하는 기술”이라며 “초기 생산라인 구축과 양산 준비 기간, 투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2027년 6월까지 이 기술 개발을 마치고 양산공장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가 19일부터 사흘간 의왕연구소에서 여는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2026’은 이처럼 AI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미래 제조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다. ‘이포레스트’는 현대차·기아의 스마트공장 브랜드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행사에서는 200여 건의 제조 신기술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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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자율운영공장’이다. 사람과 로봇이 협업하고,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며 생산 과정을 지속해서 최적화하는 공장을 뜻한다. 단순히 사람 없이 돌아가는 무인공장이 아니라,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은 로봇에 맡기고 사람은 공정 판단과 품질 개선 등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은 데이터의 연결과 통합이다. 기존에는 공장마다 생산과 품질, 설비 관리 시스템 등을 개별적으로 개발·운영하면서 데이터와 개발 역량이 분산되는 문제가 있었다. 현대차·기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수집·관리 체계와 개발 환경을 표준화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 공장에서 개발한 제조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다른 국내외 공장에도 신속하게 적용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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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선보인 제조 특화 인공지능 에이전트 ‘폴라리스’는 데이터 통합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 담당자가 “어제 ‘차도의’ 주요 결함에 대해 알려줘”라고 음성으로 요청하자 폴라리스는 이를 ‘차체·도장·의장’ 공정으로 해석해 결함 분석 결과와 시각화 자료를 제시했다. 엔지니어가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찾아야 했던 정보를 인공지능이 분석하고, 보고서로 만들어 공유하는 기능도 갖췄다. 폴라리스는 지난 9월 울산 전기차 공장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조립 공정에서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던 작업까지 로봇에 맡기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전시장에서는 사람 손을 닮은 ‘핸드 그리퍼’를 장착한 로봇 팔이 전기차 부품의 고정용 와이어를 손가락으로 집거나 움켜쥐어 빼낸 뒤 아래 회수 상자에 내려놓았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직접 하던 일이다. 현대차·기아 제조SI기술개발2팀 유지훈 책임매니저는 “사람의 손을 모사할 수 있는 핸드 그리퍼를 적용해 다양한 형태의 부품을 다루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지만, 추후 조립 자동화 고도화의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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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공장 적용 일정이 구체화한 기술도 있다. 작업자가 허리를 숙여 19개의 클립으로 자동차 문 아래쪽의 마감재인 ‘도어 가니시’를 고정하던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는 기술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를 2027년 12월 기아 광주1공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완성차 품질 검사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터널형 외관검사 장치에서는 차량 한 대당 약 5천장의 초고해상도 이미지를 촬영하고, 인공지능이 결함의 위치와 크기를 분석해 화면 속 차체 전개도에 표시했다. 현대차·기아는 외국산 시스템에 의존하던 검사 기술의 광학계와 알고리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내년 7월 기아 화성 이보 플랜트(EVO Plant) 웨스트 공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미래 제조기술의 실증 거점으로 삼아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울산 전기차 공장 등 신공장과 기존 글로벌 공장으로 기술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에서 가상환경 기반 자율화 제조시스템을 고도화하고, 2032년 이후 미래 신공장에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전면적인 자율화 기술을 본격 적용한다는 목표다.
다만 이날 공개된 기술들은 이미 시범 운영 중인 것부터 양산 적용을 준비하거나 초기 개발 단계에 있는 것까지 상용화 수준이 제각각이다. 자동화 확대가 현장 노동자의 역할을 어떻게 바꿀지도 과제다. 최영태 현대차·기아 제조솔루션본부 이포레스트센터장(상무)은 “사람은 더 안전하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데이터와 인공지능은 공장을 더욱 유연하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도록 돕는 제조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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