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도 안 뜯은 ‘51억 키오스크’ 감사원 간다···비대면 진료 ‘섬닥터’ 공익감사 청구
경남 남해군 상주면 노도 마을회관에 비대면 진료용 키오스크 ‘섬 닥터’가 비닐도 뜯지 않은 채 놓여 있다. 김찬호 기자
섬마을 회관에 비닐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방치돼 있던 비대면 진료 키오스크 ‘섬닥터’가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대상에 올랐다. 해양수산부는 이 사업 예산을 한 해 만에 14배 넘게 늘려 올해 51억원 규모로 키웠다. 청구인들은 오류가 드러난 성과자료로 예산을 늘린 과정과 장비 검수·대금 지급이 적정했는지 등을 감사원이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28일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약준모)은 감사원에 해수부 ‘어복버스 비대면 의료(섬닥터)’ 사업에 대한 공익감사청구서와 청구인 연명부를 제출했다. 청구 사항은 성과자료 산출·검증, 사업 확대·예산 편성, 장비 임차·검수·대금 지급, 병원선 등 기존 공공의료와 중복 여부 및 관리·감독 등 4가지다.
섬닥터는 섬 주민이 키오스크(무인 단말기) 화면으로 육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처방약을 택배로 받는 사업이다. 지난 8월 경향신문은 경남 남해군 노도 마을회관에 놓인 채 쓰이지 않던 키오스크와, 사업 확대 근거가 된 성과자료 오류를 잇달아 보도했다.
해수부는 보도가 나간 뒤 설명자료를 내고 2024~2025년 실적을 집계하면서 진료 건수와 이용자 수를 혼용하는 등 통계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해당 오류가 사업 확대 과정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약준모는 이 오류가 예산 증액에 쓰였다고 본다. 감사 청구서에 따르면, 해수부는 올해 예산을 요구하면서 “2024년 사업 결과로 검토했다”고 밝혔는데, 결국 틀린 성과를 근거로 예산을 14배 넘게 늘린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장비 계약 이행도 감사 청구 대상에 포함됐다. 업체가 장비 설치와 통신점검, 시험운전, 사용자 안내 등 과업을 제대로 마친 뒤 대금을 청구했는지 살펴봐 달라는 취지다.
박현진 약준모 회장은 “해수부는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예산을 늘리면서도 이미 섬을 도는 병원선과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등을 검토한 자료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의료가 절실한 섬 주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틀린 성적표로 예산을 따낸 것인지, 쓰지도 않는 장비에 세금이 나간 것인지 감사원이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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