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감염인’ 국내 첫 장애인 등록 소송서 져···법원 “입법 정책상 문제”
대구지법 전경. 백경열 기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이 장애인 등록을 거부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대구지법 행정단독 성경희 부장판사는 28일 HIV 감염인인 A씨(70대)가 대구 남구청장을 상대로 낸 장애인 등록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나 지자체가 장애인을 인정하거나 등록을 받아주는 것은 우선적으로 입법 정책의 문제”라며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특정 질환을 진단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장애 여부를 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원고인 A씨의 평균 ‘CD4’ 수치 등을 고려하면 HIV 감염으로 인한 면역기능 장애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CD4 수치는 HIV 감염인의 현재 면역 체계가 얼마나 건강한지, 또한 치료를 잘 받아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위험이 없는 상태인지를 판단할 때 활용되는 지표다.
재판부는 “(A씨의) 우울증에 따른 정신장애와 폐결핵에 따른 호흡기 장애, 관절 장애 등에 대해서도 현행법상 장애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면서 “장애정도 심사위원회에 회부해야 하는 사안에도 해당하지 않아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2023년 10월 장애인 등록을 신청했으나 서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반려되자 이듬해 소를 제기했고, 그해 11월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다만 당시 재판부는 권한이 없는 행정복지센터장 명의로 이뤄졌다며 ‘당연 무효’로 판단했을 뿐 HIV 감염의 장애 인정 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이후 그는 지난 4월 다시 남구청에 장애 등록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서류 미비를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지자체는 현행 장애등록법 시행령에 HIV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 이에 A씨가 재차 법적 대응에 나섰다.
HIV장애인정전국연대는 이날 판결에 반발하며 HIV 감염인의 장애인 등록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행정청은 장애 등록 신청인의 실제 신체적·정신적 상태를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실질적으로 심사해야 한다”며 “행정은 심사조차 하지 않았고 법원은 이에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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