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보당국 균열’ 이슈화, 왜…대미 투자·쿠팡·종교 문제 등 누적된 불만 탓?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정보당국 간 협력이 원활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에는 안보·통상 현안 등을 둘러싼 미국의 누적된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11일 나온다. 일각에는 정부 출범 이후 대미 접근법을 두고 계속된 정부 부처 간 갈등이 외부로 드러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동맹국에 일방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트럼프 행정부와 호혜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선 정부 내 이견을 줄이고 대미 협상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미 정보당국 간 공조 문제가 동맹 현안으로 부상한 것은 특정 사건 때문이라기보다 쿠팡 사태, 대미투자 협상 등을 거치며 미국 조야의 한국 정부에 대한 인식이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올해 초 대미투자 이행이 이뤄지지 않은 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핵 시설 발언에 따른 대북 정보 공유 제한, 쿠팡 사태 등이 얽히며 한·미 관계에 악순환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주변의 복음주의자 등 강성 인사들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갖고 있던 부정적인 인식이 재등장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지난 8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바 있다. 손 목사는 당시 미국의 한 기독교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재명 정부를 “중국과 북한을 가까이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라고 했다. 앞서 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7월 국정원이 쿠팡의 개인정보 회수 과정에 개입했음에도 한국 정부가 과도한 벌금 등의 차별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그룹의 핵심 인사 일부가 한국 정부를 친중 정부로 인식하는 등 한국 정부의 대중국 입장이 모호하다는 미국 내 인식이 (한·미 정보당국 간 문제로) 표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투자사업을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이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이른바 동맹파 대 자주파 간 갈등이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대북 정보 교류 제한 등을 두고 “정부의 외교·안보팀에서 한·미 관계 악화의 책임을 특정 인사에게 전가하며 비난하는 소재로 활용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국내에서 갈등이 커질수록 미국은 한국 정부에 더 큰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미국의 모든 동맹국이 안보·경제 현안을 둘러싸고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과 치열하게 줄다리기하는 시대”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 특정 인사를 성향을 이유로 공격하는 것은 정부의 협상력을 약화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간 이견이 드러나고 관련 사안이 정치 쟁점화할수록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의 무게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한국의 국력 신장에 따라 한·미 동맹이 대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로 진화·재조정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불협화음”이라며 “한·미 관계에 이견은 늘 있었지만 외교 당국이 해결해 왔고, 앞으로도 원칙에 따라 해결하겠다고 설명하면 될 문제”라고 말했다.
민 교수는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이 예상되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가 방미 등을 통해 현안 조율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외교·안보 라인의 갈등을 가라앉히는 게 급선무”라며 “대통령이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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