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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30, 2026

암을 지나왔다면, 올가을 독감·RSV 예방접종은 꼭 [아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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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낮의 볕이 채 가시지 않은 9월 중순이다. 그런데 올해 호흡기 바이러스의 시계는 예년보다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지난 11일, 질병관리청은 예년보다 한참 이른 시점에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사환자(의심되지만, 확정되지 않은 상태)가 기준치의 두 배에 가까운 25명을 넘어섰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이나 초겨울 무렵 울리던 경보가 가을의 초입부터 울린 셈이다. 개학과 함께 집단생활을 시작한 학령기 아동과 청소년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이제 그 여파는 가정과 사회 곳곳에 번지고 있다. 

‘독감’이라는 두 글자가 품은 가장 큰 오해는 독감을 그저 ‘독한 감기’의 줄임말로 여기는 것이다. 감기가 수백 가지 바이러스에 의해 코와 목을 중심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감염이라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고열과 오한, 심한 근육통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중증 폐렴이나 심근염, 패혈증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부르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전신 감염 질환이라는 것이다. 유행주의보가 내려지면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항바이러스제 급여 처방 등 임상적 대응이 시작됐다. 하지만 치료제는 어디까지나 감염 이후의 수습책일 뿐, 가장 확실하고 경제적인 방어선은 여전히 예방접종이다. 

특히 암을 경험한 분들에게 이른 가을의 독감 유행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혹독한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 수술 등을 거치며 면역 기능이 저하됐던 몸은 치료가 끝난 뒤에도 회복에 시간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감 주사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이나 11월쯤 맞으면 되겠지.” 이와 같은 과거의 접종 공식은 올가을에는 통하지 않는다. 독감 백신을 맞은 뒤 면역반응이 형성되기까지는 보통 약 2주가 걸린다. 이미 바이러스가 우리 곁에 다가온 만큼, 유행이 본격화되기 전에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나는 독감에 한 번도 걸려본 적이 없어”라거나 “백신이 몸에 무리를 주지 않을까”라며 주저하는 분들도 계시기 마련이다. 불활성화 사백신으로 제작된 독감 백신은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않아 면역 저하자나 회복기 환자도 안심하고 맞을 수 있는 검증된 방패다.  

가을철에는 독감뿐 아니라 또 하나의 호흡기 바이러스도 살펴야 한다. 바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다. RSV는 영유아에서 세기관지염과 폐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널리 알려졌지만, 성인에게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암 치료를 마친 이들과 만성질환자에게 RSV는 절대 가볍지 않다. RSV는 면역의 빈틈을 파고들어 중증 모세기관지염과 폐렴을 일으키며, 회복기의 암 생존자와 고령층의 숨결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복병이다. 면역이 취약해진 몸에 RSV가 들어오면 끈질긴 기침과 쌕쌕거리는 숨소리로 시작해 순식간에 중증 하기도 질환으로 악화되며, 심할 경우 입원 치료나 인공호흡기 치료로 이어질 만큼 치명적이다.  

암이라는 큰 산을 넘어선 이들에게 이 '조용한 불청객'은 되찾은 호흡의 평화를 한순간에 앗아갈 수 있다. 다행히 최근 성인용 재조합 RSV 백신이 도입되면서, 이제 우리는 독감뿐 아니라 RSV로부터도 스스로 지킬 수 있게 되었다. RSV 백신 역시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아니므로 면역 저하자나 회복기 환자도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으며, 매년 맞아야 하는 독감 백신과 달리, 단 한 번의 접종으로 최소 두세 번의 시즌 동안 지속되는 높은 예방효과를 보여 겨울철 하기도 감염과 입원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RSV 백신은 독감백신과 같은 날 서로 다른 팔에 동시 접종이 가능하며 흔한 이상 반응으로는 일반적인 사백신과 유사한 수준의 주사 부위 통증, 발적, 부종 및 피로감, 두통, 근육통, 미열 등이 발생할 수 있고 대부분 2~3일 내에 호전된다. 

소중한 것을 지켜내기 위한 방법은 결코 거창한 데 있지 않다. 독감 백신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RSV 백신으로 미세한 틈까지 메우는 일. 바람이 더 차가워지기 전에, 나와 내 곁을 지켜준 가족의 평온한 겨울을 위해 계절보다 한발 앞서 두 팔을 걷어 올리는 일. 그것은 스스로가 지켜낸 귀한 두 번째 삶에 보내는 가장 깊은 다정이자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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