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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30, 2026

유산기부와 공익법인 잇는 징검다리…‘레거시 10’ 도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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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한국의 레거시 텐 도입에 관한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희정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사무총장,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오기형·정태호 의원, 황영기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 재단법인 동천 이희숙 상임변호사. 사진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제공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한국의 레거시 텐 도입에 관한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희정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사무총장,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오기형·정태호 의원, 황영기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 재단법인 동천 이희숙 상임변호사. 사진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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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을 사회에 기부해 좋은 일에 쓰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한 기부’의 동참을 기대하는 크고 작은 공익법인들이 있다. 이 둘을 더 가깝게 이어 줄 ‘징검다리’를 놓기 위한 고민 속에서 ‘한국형 레거시 텐(Legacy 10)’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유산 일부를 공익법인에 기부하면 상속세 감면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참여를 이끌어내, 민간 자산이 공익 영역으로 더 많이 들어오게 하려는 취지다.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한국의 레거시 텐 도입에 관한 정책 토론회’는 제도의 필요성과 보완 과제, 우려 지점 등을 집중 점검한 자리였다. 토론회에선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한국형 레거시 텐’ 도입 내용을 담아 공동 대표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두고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 개정안은 상속재산의 10%를 초과해 공익법인에 기부하면 상속세 산출세액의 10%를 공제해주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공익법인에 기부한 재산은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빼주는 현행 제도에 더해, 새로운 인센티브를 더 주자는 것이다. 2012년 시작된 영국의 ‘레거시 텐’을 참고했지만, 상속세율(40%)의 10%에 해당하는 4%포인트를 낮춰주는 영국과 달리 계산된 상속세에서 10%를 직접 깎아주는 ‘세액공제’ 방식을 택했다. 다만 이 제도를 활용해 경영권을 편법 승계하는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대기업과 특수관계에 있는 공익법인은 혜택에서 제외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양기대, 김병욱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으나 임기만료와 함께 모두 폐기된 이후,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된 법안이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초록우산, 아름다운재단 등 211개 공익법인들이 입법을 촉구하는 서명서를 국회에 전달해 개정안 발의에 힘을 싣기도 했다.

박훈 교수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한국의 레거시 텐 도입에 관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송호진 선임기자
박훈 교수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한국의 레거시 텐 도입에 관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송호진 선임기자

토론 발제에 나선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선의에만 의존하기보다 상속세 감면 등 제도적 혜택이 결합하면 유산 기부가 활성화될 수 있다며 개정안 방향에 공감을 표시했다. 유산 일부가 가족 상속을 넘어 공익 자산으로 전환되면 국가의 관심이 닿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고, 교육·고용·인권·환경·주거·지역문제 등 여러 영역에서 공익 사업을 하는 법인들의 활동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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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혜택이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로 꼽았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가 지난해 11월 한국갤럽에 의뢰한 ‘2025 유산기부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형 레거시 텐’이 도입될 경우 응답자의 53.3%가 유산을 기부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세제 추가 혜택이 없는 현행 제도에서의 기부 의향(29%)보다 두 배 가까운 수치다. 박 교수는 “(최근 3년간) 국내 전체 상속재산 가운데 공익법인에 실제 기부한 비중은 1% 안팎에 그치지만, 제도가 도입되면 국민들의 기부 의향은 53%까지 올라간다”며 “이 간극은 결국 제도 개선이 메워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금 감면액의 수 배에 이르는 재산이 유산 기부 형태로 공익 영역으로 이동해 국가 역할을 보완하는 만큼, 세수 일부 감소나 ‘부자 감세’의 우려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보완할 부분도 제시했다. 개정안에선 빠진 ‘주식 유산 기부’도 포함하되, 편법 경영권 지배를 차단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자는 의견을 냈다. 또 제도 도입 초기에는 ‘일괄 10% 세액공제’로 출발하더라도, 향후 기부 규모에 맞춰 공제 혜택을 다단계로 차등 적용하는 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제도 시행 후 3년마다 기부 증가 효과와 세수 영향 등을 평가해 법을 유연하게 개선해 가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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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토론에선 기부 문화 확대를 위해 제도의 즉각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으나, 다중 세제 혜택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황영기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초록우산 회장)은 “현행 제도에서 공익법인에 출연(기부)한 재산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제외하고 있는데도 유산 기부가 적다는 것은 충분한 인센티브가 되지 못한다는 증거”라며 “새로운 인센티브를 도입해보자는 데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이사장은 “유산 기부는 가족 상속을 사회적 상속으로 넓히는 일”이라며 “세제 혜택을 통해 민간의 자원이 공익으로 더 많이 유입되면, 정부와 민간이 사회 문제를 함게 풀어가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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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익 한국비영리학회 회장(연세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은 추가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인 ‘상속재산 10% 초과 기부’라는 기준점(Anchor·앵커)에 주목했다. 그는 “영국의 경우, 전체 상속재산 가운데 1~2% 정도 유산을 기부하던 사람들이 ‘레거시 텐’ 제도 도입 이후 기준을 충족하려고 유언장을 수정해 기부 액수를 10%까지 올리는 효과가 있었다”며, 이 기준점이 “유산 기부의 파이를 키우는 기폭제로 작동”하는 ‘앵커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호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정세제위원(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도 제도 개선 취지에 공감하며, 이를 지역균형 발전과 연계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유산 기부자가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공익법인 등을 지정해 기부할 경우 더 큰 세제 혜택을 주어 민간 자산이 지역으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시민사회 성장세가 둔화되고 공익법인의 재정적 어려움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민간 자산이 공공 영역으로 들어오는 통로를 시급히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공익법인 생태계 구축에 힘써온 재단법인 동천의 이희숙 상임변호사는 “정부의 역할만으로 다변화된 사회문제를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새로운 대안을 시도하는 제3섹터가 성장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민간 공익자본이 필수적”이라며 유산 기부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은 “이번 논의가 반드시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 기부 문화의 기반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공익법인도 시민이 자신의 자산을 맡길 수 있도록 충분한 신뢰와 책임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동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배재대 교수)은 ‘레거시 텐’ 도입에 부정적 의견을 냈다. 기부받은 공익법인도 세금을 내지 않고, 유족(상속인)도 기부한 재산만큼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혜택을 얻는데, ‘레거시 텐’으로 또다시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과하다는 주장이다. 또 유산 기부에 혜택을 주는 ‘레거시 텐’ 제도의 설계상, “일부 고령·자산가가 생전 기부를 사망 시점까지 미루는 동결 효과도 예상된다”며 재검토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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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오기형·정태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웰다잉문화운동, 재단법인 동천, 한국세무사회, 한국비영리학회, 아름다운재단,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공동 주관했다. 동천의 유욱 이사장이 좌장으로 토론회를 이끌었다.

‘한국형 레거시 텐’ 도입을 담은 상증세법 개정안을 다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당 간사인 오기형 의원은 토론회에 참석해 “기부 문화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다만 조세형평성과 세수 감소, 편법 증여 악용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니 조화와 균형을 염두에 두고 유연하게 토론해가자”고 말했다. 송호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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