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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13, 2026

센터장, 사무장…취약한 여성 중독자 노리는 ‘회복판’의 남성들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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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는 사람들]은 기자가 오랜 기간 지켜봐 온 마약류 중독 당사자들이 약물을 끊으려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아내는 연재입니다.

중독 당사자의 회복은 아직도 쉽지 않습니다. 약물 중독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란 너무도 어렵습니다. 도움을 받으면 끊을 수 있지만 여전히 지원이 부족합니다. 중독 당사자들이 공적 도움을 받으려면 여론이 있어야 합니다. ‘왜 약쟁이에게 세금을 써야 하느냐’는 힐난이 아니라, 이들을 돕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더 큰 어려움에 빠진다는 현실 인식이 필요합니다. [끊는 사람들] 연재를 보시는 분들을 감히 설득하고자 합니다.

중독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처방약에 의한 중독 문제, 중독 당사자 가족들의 공동의존 문제, 여성 중독 당사자들이 겪는 막막한 현실 등의 문제를 전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 회복 시스템의 문제를 말합니다. 연재를 보시는 분들이 중독 당사자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미지컷, UNSPLASH

이미지컷, UNSPLASH

한 불안한 여자가 있다. 외모도, 성취도, 현실도, 뭐 하나 만족스럽지가 않다. 불안한 여자는 자신을 사랑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른다. 여자는 위로가 급하다. 위안 받을 길을 다급하게 찾는다. 예전만 해도 이런 여자들의 도피처는 술이거나 남자였을 것이다. 이제는 약물이란 것이 등장했다. 만나는 남자가 마약을 권한다. 함께 행복하고 싶다며, 너를 사랑하기에 건네는 것이라며, 한 번만 하면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그 길 끝엔 위로도 행복도 사랑도 없다. 모든 걸 잃게 만들 중독이란 녀석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을 뿐이다.

여성 중독 당사자들을 만나 온 지난 3년 동안 들은 이야기의 평균치는 대개 이렇다. 여성 중독자들의 현실은 유독 가혹하다고 느꼈다. 약물 중독 문제는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다. 여성 중독자들이 겪어 온 시간은 이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일그러진 면을 보여줬고, 이들은 그걸 온몸으로 겪어냈다. 여성 인권이 이렇게나 신장됐는데 대체 아직도 어떻게 여성이 객체화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이가 있다면 여성 중독 당사자들의 현실을 말해주고 싶을 정도다.

여성도 남성도, 중독 당사자들은 약물로 달려가려는 자신과 투쟁하면서 무너진 자존감을 일으킨다. 여성 중독자들은 여기에 더해 자신의 성(性)이 어떻게 존재를 더 고달프게 만드는지, 성을 이유로 존엄이 얼마나 더 무너질 수 있는지를 절감한다.

여성 중독 당사자들은 마음 편히 회복하기도 어렵다. 약을 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시선과 선입견이 회복 공동체의 문을 두드리기 어렵게 만든다. 중독자였다가 회복했다는 남성 활동가들은 많이 보이는데, 여성은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이유다. 여성 회복자가 보이지 않는 현실은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은 여성을 다시 음지로 숨게 만든다. 악순환이다.

여자에게 약 권하는 남자들

지금까지 만난 여성 중독 당사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남자가 권해서’ 약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약을 몰래 음료나 술에 타서 마시게 하는 ‘퐁당’이라든지 ‘몰래뽕’이라든지 하는 노골적 악의도 주요 투약 경로다.

혜성(44·가명)은 ‘퐁당’ 피해자다. 2019년, 혜성이 호감을 갖고 만나던 남자는 첫 만남부터 그에게 몰래 필로폰을 먹이고 있었다. 함께 기울이던 500㏄ 맥주잔에 무색무취의 메스암페타민 결정체가 녹아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다섯 번째 만남에서였다. 함께 호텔에 간 날이었다. 남자는 개봉된 맥주캔을 건넸다. 마시지 않겠다는 혜성에게 “시원하게 한 잔 하라”며 굳이 캔을 쥐여주고는 맥주를 들이키는 것을 끝까지 지켜봤다고 한다. 몸이 늘어지는가 싶더니 눈앞이 핑글핑글 돌았다. 온몸 혈관을 하나하나 느낄 수 있을 만큼 전신이 말초까지 찌릿했다.

[플랫]‘몰래 탄 마약’의 ‘표적’이 된 여성들, 자신도 모르게 마약이 시작됐다.

남자의 말이 황당했다. “사실 내가 그동안 네 잔에 몰래 뽕을 타고 있었다. 너에게 호감이 있어서 그랬다.” 혜성은 그간의 만남을 돌아봤다. “두 번째 만날 때부터 걔만 보면 심장이 막 뛰고 ‘내가 얠 사랑하나’ 싶었거든요.” 남자는 놀랍게도 ‘잘못된 것은 없다’는 태도였다. “같이 하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며 끈질기게 약을 권했다. “다 큰 성인끼리 그저 호감이 있는 상황에서 만난 건데 이렇게 당했다니까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웠어요.” 두려운 혜성은 몇 번이고 남자를 뿌리쳤지만 혈관을 타고 저릿하게 올라왔던 감각의 기억에 붙들리고 말았다.

이후로는 익숙한 전개의 이야기다. 혜성은 남자와 약을 하게 되었다. 남자는 혜성에게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를 집요하게 물어댔다. 2019년 여름부터 1년간 삶에서 지우고 싶은 시간이 펼쳐졌다. 남자는 만날 때마다 약을 가져왔고, 혜성에게 투약하는 양을 점점 늘렸다. “내가 자수하면 너도 처벌받을 것”이라는 협박도 이어졌다. 가장 고약한 부분은 신고를 빌미로 남자가 혜성을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것이다. 혜성이 마침내 이 남자와 맞서겠다고 결심하기 전까지, 남자는 혜성을 성적 욕구를 푸는 도구로 삼았다. 그 사이 혜성은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투약해 쇼크로 쓰러지기도, 생사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혜성의 신고로 법정에 선 남자는 ‘마약은 여자가 먼저 하고 있었다’며 발뺌했지만 다행히 혜성이 모은 증거가 촘촘했다. 남자는 징역 2년3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성폭행 혐의는 ‘둘 사이에 있던 일’이라며 인정되지 않았다.

다혜도 각기 다른 세 명의 남자에게서 약을 권유받았었다. 부산에서 익명의 약물중독자(Narcotics Anonymous·NA) 여성 모임을 이끄는 활동가 보연(44·가명)의 경험도 같다. “그냥 남자가 준 맥주를 마셨을 뿐인데 그게 마약이었다”고 했다. 서울의 한 NA 모임에서는 다른 여성의 잔에 마약을 타봤다는 20대 남자를 만났다. 그는 “자신도 약물로 뇌가 망가져서, 미안한 일이라는 걸 몰랐다”고 말했다. 평범한 얼굴이었다.

끈질기게 따라오는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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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으려고 해도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 다혜도 갈 데가 없었다. 지금을 문을 닫은 경기도 다르크(DARC)에서 잠깐 여성 다르크를 운영할 때 겨우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나마도 최대 네 자리뿐이었다. 면접을 보고 나서야 입소할 수 있었다. 애써서 들어간 곳인데, 실상은 엉망이었다. 여성과 남성 중독자가 채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지붕 아래 있다 보니 사고가 터지기 일쑤였다. 두 사람이 “눈이 맞아” 함께 약을하러 도망나가는 일이 생겼다. 남자 입소자들이 모여서 여성 입소자들 외모 품평을 하는 현장을 보기도 했다. 물론 다혜의 이야기도 포함이었다.

원희(27·가명)는 필로폰을 끊기로 마음먹고 한 재활센터를 찾았다. 중독자 출신인 남성 센터장은 원희의 엄마 앞에서 자신의 옛 이야기를 실컷 들려줬다. “노래방 아가씨들이랑 놀면서 주사기 다섯 칸씩 약을 밀어넣고 그랬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고 한다. 원희와 엄마는 충격을 받고 이 센터에는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원희는 후에 이 센터에 있던 여성 입소자를 알게 된다. 그는 “자신은 못생겨서 남자들이랑 지내도 별 문제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마약류 투약은 대체로 성관계 시 필로폰을 이용하는 형태다. NA모임에 가도, 병원 자조 모임에 가도, 재활 공동체에 입소해도, 여성은 투약 이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성에게서 모종의 시선을 받는다. 원희도 끊임 없이 그런 눈길을 느꼈다. 가장 큰 상처는 남자친구에게서 받았다. 잘 회복하던 중 만난, 약물 문제와 관련 없는 남자친구였다. 그는 원희에게 “널 사랑하지만, 네가 성적으로 문란했을 것 같아서 생각할 때마다 괴롭다”고 말했다. 아무리 아니라고 말을 해도 믿지 않았다. 원희는 “앞으로 다른 남자친구를 만나더라도, 과거에 대해서는 완전히 속터놓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약을 해본 남자든 안 해본 남자든, 다 그렇게 똑같이 생각하더라고요. 말을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NA 모임도 별로 나가고 싶지가 않다. “지금 단약을 잘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모임이 필요해질 거예요. 그런데도 가기가 싫어요. 가면 어디든 남자들이 더 많잖아요. 이제 제가 등장하는 것만으로 인식이 어떠지 아니까 안 가고 싶은 거예요. 무슨 말을 해도 자기 마음대로 생각할 거고요. 가는 것만으로 수치스러운 느낌이 들어요.”

썬은 얼마 전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 한 여성 당사자의 이야기를 전했다. 약물 투약으로 수사를 받아 재판에 넘겨지게 된 상황이었다.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장은 상담을 하다가 별안간 성관계를 입에 올렸다. 관계에 응하면 변호사비를 감면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아주 안 좋은 실패담들, 이런 판에서 누굴 살려요?

우리 사회 마약류 중독자 재활 공동체들은 쓰라린 실패를 맛봤다. 아주 안 좋은 방식의 실패들이다.

이것만큼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우리 사회 ‘회복판’은 아직 힘이 없다. ‘처벌 대신 회복과 재활’이라는 표어를 강조하지만 회복 공동체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나마도 중독 회복 서사를 가진 몇 셀럽들의 영향력이 큰 구조다. 소수의 셀럽들에 의존하는 회복판은 아슬아슬하다. 완전히 새 판을 짜야 한다.

경기도 다르크(DARC)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약류 중독자 재활시설 경기도 다르크는 센터장 한 사람이 이끄는 공동체였다. 임모 센터장은 회복계 유명인사였다. 1980년대부터 이태원에서 술집 여러 곳을 운영하며 큰돈을 만졌다. 40년간 마약 중독자로 살다가 회복한 인물이다. 처음 만나고 8달 뒤 그는 사망했다. 스스로 택한 죽음이었다. 파란만장한 회복기도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의 죽음을 전후로 봐 온 것들은 이랬다.

회복계 우상이 무너졌다…그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2023년, 다르크는 전국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당시 다르크는 경기, 인천, 김해 등 각 지자체 승인으로 설립된 지역 법인이었다. 정부 승인을 받은 법인을 세워, 전국 다르크가 공공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준비하는 작업이었다. 언론 주목도가 가장 높았던 경기도 다르크가 주축이 됐다. 회복계 셀럽이던 임 센터장이 총대를 멨다.

계획이 꼬였다. 경기도 다르크가 학교 옆에 자리잡은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학부모 민원이 빗발쳤다. 일이 커지자 소관 지자체인 경기 남양주시는 경기도 다르크에 한 달 안에 나가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임 센터장은 시설을 차릴 때부터 시 공무원과 소통해 왔다. 남양주시도 경기도 다르크가 어디에서 뭘 하는 시설인지 잘 알았다. 쏟아지는 민원 앞에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임 센터장이 회복계 유명인사인 것도 별 힘을 쓰지 못했다. 시는 행정상의 허점을 찾아내 퇴거명령을 내렸다. 이전까지 임 센터장과 소통하던 공무원도 잘 알고 양해하던 작은 공백이었다.

임 센터장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는 마약 중독 재활시설이 혐오시설이 된 현실을 기사로 다뤄달라고 부탁했다. 국회든 경기도든 남양주시든, 재활시설이 꼭 필요하다며 자신을 이런저런 자리에 불러놓고는 어떻게 이렇게 얼굴을 싹 바꾸고 당장 방을 빼라고 할 수가 있냐며 감정이 격해져 울기도 했다. 문제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해서 보도자료 작성을 도와주기도 했다. 어쨌든 경기도 다르크는 결국 쫓겨났다. 경기 양주에 있는 한 요양원의 배려로 임시 거처를 구했다.

이때 기자의 더 큰 관심은 경기도 다르크에 처음 생긴 여성 전용 회복시설 ‘여성 다르크’였다. 여성 중독자들을 위한 회복시설이 태부족이라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던 차에 만난 반가운 소식이었다. 임 센터장도 여성 다르크를 자랑삼았다.

불과 몇 달 뒤, 임 센터장이 여성 다르크 입소자를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피해자는 그가 겪은 일을 날짜별로 정리하고 있었다. 혼란스러움, 불쾌함 같은 감정과 생각도 기록에 남았다. 내용을 낱낱이 밝힐 수는 없지만 임 센터장이 피해자에게 연애 관계를 요구했다는 것이 명백했다. 마음을 받아달라며 우는 일도 있었다. 임 센터장은 분명 망가져 있었다. 다른 중독자들을 회복시킬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일찌감치 임 센터장의 부적절한 행동을 눈치챈 동료 입소자들은 피해자를 지키려 했다. 임 센터장이 피해자 근처에 오지 못하게 막았고,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했다.

다른 문제들도 있었다. 입소자들은 센터장 한 명이 시설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운영방식을 힘들어했다. 생활비는 사람마다 제각각의 방법으로 걷혔고, 입소자가 센터장 요구로 돈을 빌려주기도 하는 등 금전 문제가 있었다.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기기도 했다.

입소자들이 큰 충격을 받은 건 그들이 동물원 원숭이가 되어야 했던 어느 날이었다. 2024년 2월, 한 신생 중독예방단체 회원들이 우르르 견학을 왔다. 입소자들은 센터장에게 아무 설명을 듣지 못한 채로 사람들 앞에서 일상을 시연해 보여야 했다. 사진도 무시로 찍혔다. 존엄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경험에 입소자들은 당황했다. 공황 증세가 온 사람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사람도 있었다. 단약 후 좀처럼 흔들림이 없던 다혜마저 이때는 “갈망이 세게 왔다”고 말했다.

이런 일들이 있어도 임 센터장은 회복계 우상이었다. 시설에 붙어 있어야 회복한다는 말은 센터장에 대한 불만을 잠재울 구실이 됐다. 중독 당사자들에게 다시 마약에 손을 댈 가능성보다 더 큰 두려움은 없다.

당장 기사화를 하지는 않기로 했다. ‘마약 중독자 재활시설에서 센터장이 입소자 성추행…’ 기사를 썼다면 이런 식의 제목이었을 것이다. 경기도 다르크가 겪은 일에서 알 수 있듯, 마약류 중독 재활시설을 향한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았다. 임 센터장이 유명인사여도 그랬다. 그 유명인사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다. 사안이 알려지면 재활시설 관련 여론이 더 나빠질 것이었다.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당할 것이 우려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차제에 회복판의 문제를 크게 다루는 기사에서 쓰고자 했다.

임 센터장은 미안하다고 했다. “모든 자리에서 사임하기로 했습니다. 다 내려놓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피해자에게도 사과했으며, 다만 주변인들이 말려서 직접 접촉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미안하다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제가 만나자고 하면 (피해자가) 또 화가 날 수 있잖아요. 사람들을 통해서 사과하고 있습니다. 기자님이 그동안 많이 도와주셨는데, 죄송합니다.” 그러나 감춰질 일이 아니었다. 다른 매체에서 사건이 보도됐다. 임 센터장은 이후 며칠 만에 사망했다.

남은 입소자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다르크 법인화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던 조성남 대한법정신의학회 회장(전 국립법무병원 원장)도 손을 뗐다. 임 센터장이 죽고, 경기도 다르크에 와서 남은 입소자와 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중독 당사자와 가족들은 이 말에 좌절하거나 분노했다.

임 센터장은 생전 조성남 회장을 아버지처럼 따랐다. 그는 조 회장이 보던 환자였다. 조 회장도 우리 사회 회복 분야 권위자다. 일본에서 다르크를 들여왔고, 다르크를 전국 시설로 발돋움시키고자 했다. 경기도 다르크 사태 전후로 보인 조 회장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처음엔 일련의 불미스러운 일들을 그저 묻고자 했다. 피해자에겐 문제를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오해된 부분이 많고, 해명이 될 내용들이 대부분”이라거나 “주변 사람들이 자꾸 떠들거나 침소봉대하고 그러지만 않으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알려질 일은 결국 알려졌다. 임 센터장은 사망했다. 조 회장과 다시 대화했다. 임 센터장 사망이 기사가 난 탓이라고 주장했다. 시간이 좀 흐르자 자질이 부족한 인물이 다르크를 이끌다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 뜻에 따라 다르크 법인화에 매진하던 임 센터장이 이 말을 들었다면 무척 슬퍼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경기도 다르크에 입소해 있던 15명 중 2명을 빼고는 전부 중독이 재발했다.

또 다른 회복판 유명인사…비위 저질렀지만, 성공 서사만 보인다

인천 다르크의 최모 센터장은 자신이 상담하던 여성 중독 당사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됐다. 최 센터장은 임 센터장과 가까웠던, 또 다른 회복계 셀럽이다. 상담사가 내담자와 사적인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담윤리의 기본 강령이다. 내담자는 심리적·정서적으로 상담자에게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성적인 관계는 금기가 상식이다. 최 센터장은 합의에 의한 관계를 주장했다. 이 합의가 온전한 것일 수 없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의 고소를 불송치 처리했다. 최 센터장은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무고죄’를 언급하기도 했다.

최 센터장이 일하던 병원에서 파악한 피해자는 최소 2명 이상이었다. 당시 피해자들을 직접 상담했던 사회복지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의 결론에도 분노했다. 피해자들은 최 센터장이 함께 나눈 대화를 삭제하거나 대화방을 나가게 시켰다고 털어놨다. 어렵사리 경찰에 최 센터장을 고소한 한 피해자는 경찰이 사건을 혐의 없다고 결론내자 깊이 좌절했다고 했다. “피해자가 처음 저에게 일을 털어놨을 때 정말 당황스럽던 게 생각나요.” 그전까지 소문으로만 돌던 불길한 내용을 처음 직접 확인한 때였다. “증거를 모으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해줬었어요. 중독 당사자들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확 기울거든요. 다들 외롭기도 하고요. 실제로 회복한 사람이 다정하게 다가오면 빠져들 수밖에 없어요.”

같은 시기 병원에 있었던 또 다른 여성 중독 당사자를 만났다. 피해 여성들이 자신에게 일을 토로했다고 했다. “세 명이 저한테 상담을 했었어요. 언니한테 할 말이 있다면서…. 이런 일이 생겼는데 무섭다고 했어요. 사건이 걸려 있는 애들이 있었거든요. 자기가 잘 해결해줄 수 있다고 말했대요. 따로 만나는 걸 거절하면 이득이 되는 얘기를 안 해줄 것 같다는 불안함이 있었대요.” 이후 다른 자리에서 만난 중독 당사자가 피해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였다. 이 피해자는 아직 회복하고 있다.

조성남 회장과 최 센터장의 이 일이 알려진 이후에도 통화했다. 그는 최 센터장을 자숙시키겠다고 했다. 최 센터장은 일하던 병원을 그만뒀다. 한국중독전문가협회에서는 징계를 받았다. 최 센터장은 한동안 언론에 등장하지 않았다. 개인 유튜브 활동은 활발히 했다. 그러던 최 센터장은 올해 5월 자신의 중독 회복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했다. 언론 인터뷰도 재개했다. 그의 성비위 문제를 지적했던 언론사에 최근 약물 중독 기사 관련 코멘트를 하기도 했다.

최 센터장은 기자에게 “반성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잘못을 터놓고 고백하는 것이 회복의 본질이기에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책에는 관련 내용이 한 줄도 등장하지 않는다. 주변인의 지지를 받아 일어선 아름다운 회복 서사가 있을 뿐이다. 그를 자숙시키겠다던 조 회장은 책에 추천사를 적었다. “(…) 회복은 단약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숨기지 않고 꺼내 보임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우고, 회복의 경험을 나눔으로써 중독자들에게 건강한 삶의 희망을 보여주는 최 센터장의 용기와 헌신에 깊은 찬사를 보낸다.”

임 센터장 피해자를 지도했던 한 교수도 책에 추천사를 적은 것을 봤을 때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들은 자신의 실패와 나약함을 포장하지 않고 직시함으로써 중독이라는 질병을 몸소 증명한다.” 그는 경기도 다르크 사태 이후 취재를 요청하는 기자의 연락을 피해자 보호를 이유로 들어 거부했었다. 마음이 슬픔으로 가라앉았다. 더 마음이 아팠던 건 한 중독 당사자의 부모님이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어떤 심정이면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것인지 쉬이 짐작하기 어렵다.

최 센터장을 저격하려는 한 요양병원 관계자가 자신의 유튜브에 피해자의 사진을 공개하고, 선정적인 피해사실을 낱낱이 읊어댄 일도 있었다. 피해자의 허락은 얻지 않았다. 이 인사는 마약 중독자를 요양병원에서 수용하고 싶어했다. 중독자는 끝도 없이 나온다. 다르크 대신 병원에 수용할 수 있다면 사업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사진이 공개됐다는 걸 알게 된 피해자는 큰 충격을 받고 중독이 재발했다. 주위에서 누군지 절대 못 알아볼 사진이라고 아무리 안심을 시켜도 소용이 없었다. 일이 이 지경이 되기까지, 피해 당사자를 진심으로 걱정한 회복판 유명인사는 아직까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이상은 회복판을 주도하는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에게도 중독 당사자들을 돕겠다는 진심은 분명히 있었다. 도움을 받아 일어선 중독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회복계 셀럽에 의존하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 누차 증명됐다. 중독자를 살리는 일을 더 이상 이 판에만 맡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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