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농지조사 이후 ‘농지민원’ 전년 대비 63% 늘어···주요 민원 보니
수도권 내 한 농지 너머로 아파트단지 등이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농지전수조사 추진방안을 발표한 지난 4월 이후 농지 관련 민원이 전년대비 63%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들은 투기·불법 농지를 가려내야 한다는 조사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고령·질병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운 경우나 상속, 관행적 임대차까지 처분 대상이 되는지를 두고 잇따라 문의를 제기했다.
정부가 최근 투기 목적이 아닌 농지는 처분 대상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조사 과정에서 현장에 제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농지 관련 민원현황’을 보면, 농지전수조사 추진방안이 발표된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접수된 농지 관련 민원은 총 1470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900건)보다 63.3%(570건)나 늘어난 수치다.
최근 5년간 연평균 2000건 안팎의 농지 관련 민원이 접수됐지만, 농지조사 이후 민원이 크게 늘면서 올해는 8개월만에 민원이 2116건으로 2000건을 웃돌았다.
농지조사 추진 이후 도시(구 단위)·도농복합지역(시 단위)·농촌(군 단위) 별로 민원을 보면, 도농복합지역 민원이 841건으로 관련 민원의 57.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도시는 385건, 농촌은 232건으로 뒤를 이었다.
도농복합지역에선 ‘농지전수조사 규제완화’ 관련 민원이 164건으로(14.6%)로 가장 많았고 도시와 농촌에선 농지 임대차와 농지은행 관련 민원이 각각 10.6%, 15.1%로 가장 많았다.
구체적으로 민원을 보면, 농지조사를 통해 실제 경작되지 않는 농지를 찾아 농업인이 이용하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다수 있었다. 전남 지역의 청년 귀농인이라 밝힌 한 농업인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개발로 농지가격이 평당 7만원에서 20~50만원으로 올랐다며 농지조사로 농지를 쓰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관행적인 상속·고령 휴경·임대차로 처벌이 될 수 있는지 우려하는 농민들이 많았다. 가령 수도권에선 94세 노모의 치매로 농지은행에 토지 위탁업무를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농지 처분명령이 부과될지 묻기도 했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고령농의 호소도 있었다. 충청도에 거주하는 한 70대 고령농 A씨는 자경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농지를 내놨음에도 팔리지 않고 농지은행은 매입하지 않는다며 “땅을 팔지 않는 것이 아니라, 10년째 헐값에 내놓아도 사려는 사람이 없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라고 했다.
이밖에 주말·체험영농 농지에 대해서는 도시와 도농복합지역을 중심으로 처분 예외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농식품부는 최근 3가지 투기(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취득 농지, 공유취득 농지, 농업법인 취득농지 중 무단 휴경 및 불법임대) 유형 외 위반사항에 대해선 농지 처분명령이 없을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중대한 투기가 아닐 땐 1년 이상 처분 기간을 주고 농지은행에 위탁 시엔 처분을 유예하기로 했다. 구두 임대차와 질병 등에 따른 휴경도 농지법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A씨의 경우에도 질병을 입증하면 농지 의무처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렇지만 농지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서 일선 농업인 사이에선 혼란이 커진 셈이다.
서 의원은 “전수조사 추진방안 발표 이후 농지 관련 민원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3% 증가한 만큼 현장의 문의와 우려, 제도 개선 요구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선의의 실경작자가 제도 정상화 과정에서 농지를 잃는 일이 없도록 지역·유형별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농지은행의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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