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희는 쉬운데, 문현빈은 어려워요" 선도하는 롯데, 변화하는 트렌드[무로이칼럼]


야구 이야기가 아니다. 선수 응원가를 트럼펫으로 연주할 때 난이도 이야기다.

KBO리그에서는 각 구단이 준비한 앰프로 응원 음악을 틀어 관중의 응원을 이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부터 새로운 응원 방식이 등장했다. 바로 트럼펫 연주다.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 야구대표팀의 평가전. 당시 도쿄돔 내야석에서는 한국 야구장에서와 달리 기립 응원이 금지돼 있었다. 이에 한국 대표팀 응원석은 기립 응원이 가능한 외야석에 배치됐다. 하지만 외야석에는 응원 단상이나 앰프를 설치할 공간이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트럼펫 응원이었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는 홈 경기 때 앰프와 함께 트럼펫으로 응원가 연주를 했다. 롯데 구단 홍보 담당자는 "지바 롯데와의 교류 관계도 있고 일본의 응원 문화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롯데는 응원 열기가 뜨겁기로 유명한 구단인 만큼 트럼펫이라는 방식도 시도해 봤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롯데의 선수 응원가 중에는 트럼펫과 잘 어울리는 곡이 많다. 한동희와 윤동희 응원가는 애수가 깃든 멜로디가 트럼펫 소리와 잘 어울린다.
반면 트럼펫으로 연주하기 까다로운 응원가도 있다. 도쿄돔에서 선보인 트럼펫 응원이 모든 팬의 호응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그중 하나가 한화 이글스 문현빈 응원가였다. 트럼펫으로 연주하면 템포가 느려지는 경향이 있어, 평소처럼 안무를 하며 응원하고 싶은 팬들에게는 앰프로 듣던 응원가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당시 연주를 맡았던 프로 트럼페터 박경모 씨는 "트럼펫과 잘 어울리는 멜로디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곡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라고 했다.
롯데의 한동희와 윤동희, 또 황성빈처럼 음을 길게 끄는 선율은 트럼펫과 잘 어울린다. 반면 문현빈이나 LG 트윈스 신민재 처럼 짧은 음이 연속되는 응원가는 연주가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오는 11월 도쿄돔에서 열리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서는 트럼펫 연주와 앰프를 병행한다. KBO가 발표한 이번 응원 방식은 이른바 롯데 스타일이다. 응원석은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처럼 내야석에 응원 단상을 설치하고, 그 주변에서는 일어서서 응원가에 맞춰 안무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국제대회에서 응원석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일본 측에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정 팀의 응원 방식을 어디까지 수용할지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응원 단상 설치 비용과 일본 특유의 응원 규정도 살펴야 한다.
NPB에서 응원을 이끄는 응원단은 일부 구단을 제외하고 구단이 운영하는 조직이 아니라 일반 팬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단체다.
NPB에 명단을 제출하고 반사회적 집단과 관계가 없다는 사실 확인 등 정해진 절차를 거쳐 활동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입장 티켓과 응원 장비, 원정 비용은 모두 자비로 부담하며 활동 보수도 없다. 사용할 수 있는 드럼과 깃발의 수량까지 규정돼 있다.
이처럼 여러 규정이 있는 가운데 한국이나 대만 팬들의 응원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일본 측의 태도는 예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유연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APBC에서 앰프와 트럼펫을 병행하는 방식이 한국 야구장의 응원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응원 문화를 조화시키려는 주최 측의 배려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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