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덕 보며 하모니카 꿈 키운 박종성…17년 뒤 한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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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텐 한줄기 희망 같은 분이었어요. 고등학생 때 전제덕 선배의 음반을 듣고, 이후 공연과 인터뷰를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어요. 언젠가 한 무대에 서겠다는 생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수준의 연주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죠.”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클래식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40)은 오는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심포닉 하모니카 위드 전제덕, 박종성’ 공연을 앞두고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동경했던 선배 전제덕(52)과 처음 협연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저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요. 선배와 함께하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데, 이런 큰 공연에서 클래식 하모니카 연주자를 대표할 수 있어 영광스럽습니다.”

옆에 앉은 전제덕이 멋쩍게 웃었다. “저는 혼자 재즈 음악만 하다 완전히 다른 색깔을 보여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장르가 다른 두가지를 제가 모두 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런 무대가 열렸으니…. 일단 음악이 풍성해져요. 그것만으로도 이번 공연은 이미 끝났다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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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하모니카라는 하나의 악기를 두고 선후배가 재즈와 클래식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로 만나는 자리다. 하모니카와 오케스트라의 협연도 국내에선 흔치 않지만, 각 분야에서 거장 반열에 오른 전제덕과 박종성이 처음 한 무대에 선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한국에서 하모니카 전문 연주자의 길을 개척한 건 전제덕이다. 어린 시절 시력을 잃은 그는 특수학교에서 사물놀이와 장구를 접한 뒤 독학으로 크로매틱 하모니카를 익혔다. 2004년 재즈, 팝, 라틴 등을 아우른 데뷔 앨범 ‘전제덕’으로 한국대중음악상(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을 받은 그는 자신의 밴드를 꾸려 클럽과 공연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폭발적인 즉흥 연주자로 입지를 굳혔다. 2012년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하모니카의 가능성을 클래식 무대까지 확장했다. 일부 평론가는 시각장애를 가진 그의 연주에 “짙은 한이 서려 있다”는 평도 내놨다. “한 같은 건 없고요. 그냥 저만의 음을 항상 찾아다녔을 뿐입니다. 수많은 음 가운데 도미솔 3화음을 어떻게 부느냐에 따라 때로는 풀소리, 때로는 물소리가 나요. 그런 음을 찾으면 몇달씩 기분이 좋아져요. 제 음 찾기는 평생 계속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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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에게 선물 받은 하모니카를 들고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연주를 배우기 시작한 박종성은 전제덕의 음악을 통해 한뼘 크기 악기로도 전문 연주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피시방보다 수요일 문화센터가 더 기다려졌어요. 하모니카 연주를 직업으로 삼아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사람들은 ‘그걸로 먹고살 수 있겠어?’라고 물었어요. 그때 전제덕 선배의 연주를 만난 거죠.”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에 진학한 그는 클래식 하모니카에 집중했고, 2009년 독일 트로싱겐에서 열린 세계하모니카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공연에선 하모니카로 두 연주자가 구축한 서로 다른 음악적 언어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1부에선 박종성이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스피바코프스키의 ‘하모니카 협주곡’,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민요 ‘새야 새야’를 연주한다. 2부에선 전제덕이 자신의 밴드, 오케스트라와 함께 재즈와 보사노바, 영화음악을 넘나드는 연주를 선보인다. 재즈 명곡 ‘시크릿 러브’, 바흐의 ‘시칠리아노’, 그리고 자신이 작곡한 ‘댄싱 버드’ 등을 들려준다. 3부에선 두 연주자가 ‘넬라 판타지아’, 척 맨지오니의 ‘필 소 굿’, 칙 코리아의 ‘스페인’을 함께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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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성에게 재즈와의 협업은 새로운 도전이다. “클래식 연주자는 악보를 어떻게 해석할지 미리 준비하는 편인데, 재즈 연주는 그날 무대의 분위기와 기분, 자유로움을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전제덕 선배의 재즈를 따라가야 한다는 게 조금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제 팬에게는 전제덕의 재즈 하모니카 매력을, 전제덕 팬에게는 클래식 하모니카와 저를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제덕은 “이번 공연은 장르는 맞추지 않고 악기만 맞춘 드문 사례다. 그냥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후배를 다독이며 “클래식에서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 재즈에서는 소리 표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객들이 충분히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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