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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13, 2026

한동훈의 ‘여론 공작’과 공론장의 타락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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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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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논설위원

최근 언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사건 수사가 마치 지금 진행 중인 것처럼 연일 새로운 의혹을 보도하지만, 주요 사실관계는 이미 모두 드러나 있다. 검찰 수사는 2년 전에 끝났고, 주요 피고인 강세찬 제넨셀 설립자(전 경희대 교수)의 2심 판결 결과가 이달 말 나오는 등 사안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충분하다.

검찰이 김 후보자를 기소유예 처분했던 이유는 강씨의 혐의 중 김 후보자와의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는 범죄수익은닉 혐의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강씨가 브로커 양아무개씨 회사에 전환사채(CB) 형태로 투자한 6억원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임상시험 승인 청탁 전부터 두 회사 사이에 화장품·의약품 등과 관련한 업무 협조를 바탕으로 투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며 청탁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씨 1심 유죄 판결을 받아낸 뒤 양씨와 김 후보자를 기소하려던 검찰의 ‘쪼개기 기소’ 계획이 어긋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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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결이 나온 지 8일 뒤인 2024년 12월 27일 검찰은 김 후보자를 기소유예로 걸어놓고, 강씨와 양씨를 뇌물공여약속 혐의로 기소했다. 강씨와 양씨의 재판 결과에 따라 김 후보자를 엮기 위해 두번째 쪼개기 기소를 한 것이다. 그런데 뇌물공여약속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단서가 후원금 500만원 입금 시도다. 그마저 김 후보자의 후원금 한도액이 다 차서 미수에 그쳤다. 강씨가 입금을 시도했을 때는 연말이었고, 새해가 되면 입금이 가능했는데도, 강씨는 그러지 않았다. 김 후보자도 독촉하지 않았다. 약속했다고 보기엔 양쪽 모두 너무 무심한 태도 아닌가. 뇌물공여약속 혐의도 유죄를 받아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 전원을 무혐의 처분한 것도 윤석열 정부 검찰 아닌가. 더구나 검찰이 제넨셀 설립자 강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은 한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을 완벽하게 장악했던 시점 아니었나.

그런데도 한 의원은 이제 와서 ‘민주당 오빠 게이트’라며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씨의 청탁을 거절한 최재성 전 의원, 녹취록에 이름만 단 한 번 등장했을 뿐인 송영길 의원을 아무런 근거 없이 끌어들이고, 양씨와 최 전 의원의 녹취록을 근거로 양씨가 김 후보자에게는 말하지도 않은 전환사채 투자 관련 사실을 김 후보자도 알고 있었다고 단언한다. 제넨셀을 인수한 세종메디칼의 상장폐지는 제넨셀보다는 카나리아바이오라는 항암제 개발 업체 투자 실패가 결정적인 원인이었는데도, 모든 전후 사정을 무시하고, 마치 김승원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본 것처럼 혹세무민하고 있다. 아무리 과거에 유흥업소를 운영한 적이 있다고 해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를 ‘룸살롱 여동생’이라고 폄훼하며, 김 후보자와 양씨가 양씨 집에서 단둘이 찍은 사진이 있느냐 묻는 장면에서는 저열한 수준에 새삼 놀라게 된다. 검찰이 강씨와 양씨에 대해 ‘피의자들이 연인 관계가 아니었던 사실 확인’이라는 제목의 비정상적인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이유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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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따옴표 기사로 한 의원의 일방적 주장을 실어나르거나(한동훈 “김승원 제3자 뇌물죄…양씨 수억 받는 것 알았다”), 양씨와 강씨 대화를 김 후보자와의 대화인 것처럼 헷갈리게 하기도 한다. (“돈도 버네?” 묻자 “15억”…한동훈 “수억원 대가 알고 로비”) 무엇이 사실인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언론이 사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어 여론을 조작하는 수법에 편승해 오히려 즐기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 의원의 의제 설정이 제대로 먹히고 있다는 점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단어와 프레임으로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언론을 내달리게 하던 ‘서초동 편집국장’다운 실력이다.

김승원 후보자의 신약 승인 청탁은 부적절했다. 하지만 범죄에 해당하는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물론 범죄가 아니라 하더라도 법무부 장관으로 자격이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그걸 따지려면 사실관계부터 정리돼야 할 텐데, 너저분한 음해 수준의 정치 공세가 총기를 난사하듯 이어지면서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정치검사들의 언론플레이로 공론장이 타락한 결과, 윤석열의 집권과 내란으로 이어졌는데, 여의도에 똬리를 튼 정치검사 출신 정치인에 의해 다시 한 번 공론장이 타락하고 있다. 윤석열과 함께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어야 할 ‘윤석열의 황태자’가 고담시의 배트맨이라도 된 양 정의를 외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메스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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