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겨눈 장특공제 손질…‘공제 한도’ 남기고 ‘실거주 여부’ 거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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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부동산 현안을 다룬 글을 총 여덟 번이나 썼다. 이번이 정확히 아홉 번째다. 출범 2주 만에 쓴 첫 번째 글에서 필자는 이번 정부가 ‘진보 정권의 부동산 트라우마’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를 물었다. 부동산 가격 안정에 실패하며 정권을 내준 경험 말이다. 필자는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석패 원인을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 주택시장 폭등에 대한 유권자의 ‘응징 투표’에서 찾는다. 그래서 서울 주택시장의 불안정에 대한 대응이 새로 출범한 정권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일찍부터 말해 왔고, 기회가 될 때마다 신중하고 선제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지난 8월 세제 개편안 발표 뒤 다시 두 차례 칼럼을 연속으로 썼다. 개혁의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실거주 여부로 1주택자의 세 부담을 급격히 늘리는 설계는 현 단계에서는 시장의 불안정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번 개편안은 과세의 기준으로 거주 요건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1주택자는 보호한다’라는 오랜 규범과 결별하는 급진적 성격을 갖고 있다. 그 규범 자체의 타당성은 논외라 하더라도, 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의 국면에서 이 개편안이 입법에 필요한 정치적 지지 기반을 획득할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다행스럽게도 정부는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1일 국무회의에 오른 수정안에서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당초 9억원으로 낮추려던 계획을 거둔 것이다. 애초 정부는 고칠 부분이 있다면 국회 심의 단계에서 고려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실거주 중시 원칙의 후퇴라고 비판하지만, 필자의 판단은 다르다. 이번 결정에서 이재명 대통령 특유의 ‘유연한 실용주의’가 읽힌다. 원칙만 고수하다 지지의 외연을 잃기보다, 뼈대는 지키되 반발이 거센 대목을 덜어내는 쪽을 택한 것이다. 필자는 이재명 정부의 초기 행보를 두고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변칙 복서”라고 썼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적절한 선회였다. 하지만 실거주 중심 재편안과 관련된 또 다른 ‘뇌관’인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의 거주 요건은 여전하다. 필자는 이 규정 역시 수정해야 한다고 본다. 거주 요건이 개정안의 정책 목표에 보태는 몫은 생각보다 작고, 시장에 치르게 하는 비용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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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한 채’ 공제한도만으로 겨냥할 수 있다
현행 장특공제는 서울의 초고가 1주택의 막대한 양도차익을 최대 80% 깎아 준다. 공제한도가 가액이 아니라 비율로 정해져 있기에 집이 비쌀수록 혜택도 커지는 구조다. 반면에 개정안처럼 공제금액에 상한을 두면, 한도에 닿는 순간부터 그 차익이 늘어도 공제는 더는 늘지 않는다. 오히려 차익이 커지면 실효세율이 가파르게 오르는 구조다.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유효한 처방이다. 문제는 거주요건이다. 이번 개정안은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이질적 성격의 두 장치를 제시했다. 하나는 가액을 기준으로 한 공제 상한이고, 다른 하나는 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한 공제 자격이다. 두 기준은 겹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공제한도만으로 정책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된다면, 거주 요건이 더하는 몫과 그 대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개정안의 예상 효과를 보기 위한 간단한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서울을 여섯 권역으로 나누고, 2011년에 전용 84㎡ 아파트를 산 가상의 1주택자를 가정했다. 케이비(KB)부동산 데이터를 이용해 추산한 과거 15년간의 가격상승률의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진다고 보고 미래 가격을 추정한 뒤, 매도 시 양도세를 계산했다. 그 시점은 2027년부터 2036년까지, 여러 시점을 잡아 공제한도 도입 후의 연도별 실효세율을 모두 계산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강남권의 고가 주택은 실거주하더라도 10억원이라는 공제 한도로 인해 세 부담이 급증한다. 집값이 높을수록 양도차익이 커져 공제한도가 더 빨리 소진되기 때문이다. 모의실험에서 2011년에 강남·서초 아파트를 사서 실거주한 사람을 상정해 보자. 2036년에 팔면 차익은 약 60억원에 이른다. 양도세(지방소득세 포함)는 현행 4억2천만원, 개편안 18억9천만원으로 변하고. 실효세율은 7.0%에서 31.5%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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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평균도 다르지 않다. 세금은 2억2천만원 늘고, 실효세율은 4.7%에서 12.3%가 된다. 반면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동북권(성북·노원 등 6개구)은 세부담이 늘지 않는다. 2036년에도 오히려 소폭 줄어든다. 이처럼 장특공제 한도는 거주 여부 같은 별도 조건을 붙이지 않아도 비싼 집부터 정확히 겨냥한다. 실제로 한도가 소진되는 시기도 가격대에 따라 달라진다. 한도 하나만으로도 장기 보유로 기대할 수 있는 세후수익률이 뚜렷이 낮아진다. 이번 개편안이 ‘똘똘한 한 채’ 쏠림을 막는 데 기여하리라 보는 이유이다.
반면 거주 요건 효과는 다르다. 절대 금액으로 보면 부담은 고가 주택이 더 크다. 그런데 원래 내던 세금 대비 얼마나 늘었는지, 즉 증가율로 보면 순서가 뒤집힌다. 집값이 낮은 지역일수록 대체로 더 가파르게 오른다. 거주 요건 도입으로 사라지는 공제는 지역과 무관하게 양도차익의 일정 비율(약 30%)이다. 그런데 집값이 낮은 지역은 원래 낮은 세율 구간에 있었는데 공제가 사라져 과세표준이 커지면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구간으로 밀려 올라간다. 누진세율 아래에서는 출발점이 낮을수록 그 세금의 증가 정도가 더 가파르다. 이처럼 거주요건은 금액으로는 누진적이지만, 체감 충격으로는 역진적이다. 즉 거주의 강조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잡기보다 서울 전반의 세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여러 자료에 근거한 필자의 추산에 따르면 서울의 1주택자 중 비거주자 비중은 최대 2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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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 요건 도입, 전세시장을 흔들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제 개편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진 것은 성격이 다른 두 장치가 각각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을 건드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후 수익률이 가장 크게 떨어지는 강남권에서는 급매가 늘며 가격이 조정되지만, 한도에 여유가 있는 동북권에서는 오히려 매수세가 붙은 것이다.
거주 요건의 충격에 더 직접 반응하는 것은 전세시장이다. 정부는 비거주 주택의 세부담을 늘리면 집주인이 집을 팔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모의실험에서 개편안 적용 시 거주 여부에 따른 세액 차이는 서울 평균과 강남권 모두 약 5억원 정도다. 주목할 것은 시세차익이 공제한도를 넘어서는 권역이라면 거주 여부에 따라 더 내야 하는 세금의 차이가 집값 수준과 무관하게 일정하다는 점이다. 거주자는 어느 지역이든 한도인 10억원까지만 공제받는데 비거주자는 한 푼도 받지 못하니, 그 차이가 늘 10억원어치 공제의 크기와 같다. 세액으로는 약 5억원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편안의 거주공제는 10년만 채우면 상한에 도달한다. 지금 세입자를 내보내고 들어가 살면, 10년 뒤에는 공제한도를 다 누릴 수 있다.
생각해 보라. 같은 1주택자인데 거주 여부 하나로 이 정도로 세금 차이가 발생한다면, 집주인은 전세를 거둬들이고 들어가 살거나, 그마저 여의치 않으면 집을 비워 두더라도 거주의 외형을 갖추는 편을 추구할 유인이 생길 것이다. 어느 쪽이든 전세 물량은 줄고 가격에는 상방 압력이 걸린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미 불안한 전세시장을 고려하면 거주 요건을 고수하는 비용은 매우 크다. 비용이 이렇게 크다면, 그만한 편익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대로 거주 요건이 정책 목표에 보태는 몫은 크지 않다.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하는 일은 이미 장특공제 한도가 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고가 주택에서는 거주 요건이 없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비거주자에게 현행 공제를 그대로 두더라도 강남권에서는 공제액이 어차피 10억원 한도에 걸려 실거주자와 세액이 같아지기 때문이다. 정작 거주 요건이 홀로 작동하는 곳은 공제한도가 미치지 않는 지역, 특히 서남권(강서·양천·구로·관악구 등) 같은 중간 가격 지역이다. 정책으로 잡으려던 대상과 실제로 잡히는 대상이 어긋나 있는 것이다.
한도는 유지하고, 비거주자 공제 폐지는 철회하자
해법은 간단하다. 개정안의 장특공제의 한도는 그대로 두고, 비거주 1주택자에게 적용하던 보유공제를 없애려는 부분만 거두면 된다. 실거주자와 동일한 공제율을 주자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거주 우대는 유지하되, 비거주자에게 새로 가하려는 불이익만 철회하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폐지 시점을 늦추자는 절충안도 나오지만, 시기를 미룬다고 목표와 수단의 불일치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냉정히 말하면 지금 시장을 안정시킬 힘은 세제에 있지 않다. 그 몫은 금리와 대출 규제, 공급 대책이 맡고, 정부는 이들이 효과를 낼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 버티는 동안 피해야 할 최악은 시장의 기대를 흔드는 일이다. 지난 8월의 개편안은 바로 그 소음을 만들어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미 종부세에서 한발 물러서는 실용을 보여주었다. 양도세라고 다를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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