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피임약인데 연 30만건 ‘의사 처방’…“약국서 팔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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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0만건 넘게 처방되는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이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쓸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접근성이 떨어진단 지적이 나온다. 임신중지약 도입과 함께 응급피임약의 접근권 확대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1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응급피임약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점검완료 처방전수’ 자료를 보면, 응급피임약 처방은 2021년 26만4902건에서 2022년 32만3116건으로 처음 30만건을 넘은 뒤, 2023년 34만5237건, 2024년 31만7952건, 2025년 30만9361건으로 매년 30만건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8월까지 21만6937건이 처방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이 20대고, 10대 처방도 매년 3∼4만건이 이뤄졌다.
급히 써야하는 ‘응급’피임약이지만,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는 없다.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인 탓이다. 응급피임약은 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복용해야 하며, 빨리 복용할수록 효과가 크다. 24시간 내에 복용하면 피임 성공률이 95%, 24∼48시간 내에 복용하면 85%, 48∼72시간 내 복용하면 58%로 시간이 갈수록 성공률이 떨어진다. 복용에 시간을 다투는 약이지만, 현재는 처방해주는 병원부터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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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피임약은 진료와 의약품 모두 비급여인 탓에 가격도 병원·약국마다 제각각이다. 응급피임약 가격을 공개하고 있는 일부 병원·약국들의 자료를 보면, 약 가격만 1만5000원에서 4만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여기에 비급여 진료비를 더하면 응급피임약을 한 번 복용하는 데에 최대 6만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응급피임약을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할 수 있다. 유럽응급피임컨소시엄에 따르면, 세계 90개국에서 응급피임약 약국 구매를 허용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 2월부터 약국에서 응급피임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에서는 이에 더해 2023년부터 모든 연령에게 응급피임약을 건강보험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영국에서도 응급피임약을 약국에서 무료로 구입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4년 응급피임약을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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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앞서 2012년 의약품 재분류 시 응급피임약을 약국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보류됐다. 3년간 모니터링 후 다시 논의하기로 한 정부는 2016년 현행대로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의료계가 부작용을 우려로 의사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현재 논의되는 임신중지약 도입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후 10년 넘게 응급피임약의 분류는 바뀌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여성 삶의 질과 자기결정권 등을 고려해 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부대표는 “한국은 건강보험 목적이 ‘건강상 이득’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여기에 출산만 추가로 들어 있다. 출산뿐 아니라, 피임 등 여성 생애주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생산권에 대해 권리로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식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신중지 상황이 오기 전 앞 단계에서 여성이 자기 결정에 의해 근거리 약국에서 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응급피임약”이라며 “임신중지 약물과 함께 응급피임약에 대한 접근성과 건강보험 적용 등에 대해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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