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고통’ 1년에 평균 192일 긁는다…‘중증도’ 맞춰 치료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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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토피피부염 환자수는 2019년 94만9990명에서 2025년 99만8540명으로 증가했다. 국내 청소년 및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전체 환자의 약 77%(76만7205명)를 차지했으며 20세 이상 성인 환자는 같은 기간 동안 약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토피피부염은 피부에 가려움증을 동반한 염증이 생겨 오랜 시간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질환이다. 특히, 아토피피부염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며 재발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 특히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더 빈번하고 긴 재발을 경험하는데, 평균적으로 연간 192일(1년의 52.6%) 동안 증상이 재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가장 괴롭히는 증상 중 하나는 ‘가려움-긁기 악순환'이다. 가려움을 참지 못해 피부를 긁으면 피부 장벽이 더욱 무너지고, 장벽이 손상되면 염증 물질이 대량으로 방출되며 가려움이 한층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장용현 아주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밤새 몰려오는 극심한 가려움에 피가 나도록 피부를 긁다 보면 상처보다 더 깊은 절망감이 찾아온다"며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여름에도 긴 팔 옷을 입고 사회와 담을 쌓는 환자들의 고통은 단순한 피부병의 범주를 훨씬 넘어선다"고 말한다. 만성 아토피 피부염은 신체적 통증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수면 장애, 우울감, 대인기피증 등 심각한 심리적·사회적 폐해를 동반하는 질환이라는 지적이다.

장용현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은 면역력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과도하게 활성화된 면역체계가 피부 염증과 말초 신경 자극을 유발하는 질환"이라며 "이 악순환의 중심에는 인터루킨-4(IL-4), 인터루킨-13(IL-13), 인터루킨-31(IL-31) 등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제2형(Type 2) 염증 사이토카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면역·염증반응엔 3가지 종류가 있다. 제1형, 제2형, 제3형 면역·염증반응은 서로 다른 면역반응이 활성화된다는 차이가 있다. 피부에서는 제1형 면역반응이 크게 관련된 질환이 많지 않지만, 원형탈모와 같은 질환은 제1형 면역·염증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제2형과 제3형 면역·염증반응이 사람마다 다르게 활성화되는 데에는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사람마다 타고난 유전적 요인에 따라 특정 면역반응과 관련된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이러한 부분이 조기에 나타날 수도 있고 나중에 발현될 수도 있다. 또한 환경적인 요인에 따라서도 면역반응이 나타나는 시점과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제2형 면역·염증반응이 활성화되면서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반면, 특별한 면역학적 문제가 나타나지 않고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제3형과 관련된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제3형 면역·염증반응이 활성화되면서 건선과 같은 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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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재발성 염증성 피부질환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가 단순한 병변 완화를 넘어 환자의 일상을 회복시키는 종합적인 치료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과거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 전신 면역억제제 등 임시방편적 증상 완화와 무차별적 면역 억제에 의존하던 치료에서, 질환의 근본 원인인 염증 경로를 정밀하게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와 경구용 야누스키나제(JAK) 억제제가 잇따라 도입되며 치료 선택의 폭도 넓어졌기 때문이다. 제2형 염증반응만을 표적할 수 없던 과거엔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전신 면역억제제를 주요 치료제로 사용했지만, 전신에 작용하다보니 효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고혈압이나 신장 독성과 같은 부작용을 우려해 장기 사용이 어려웠다. 반면, 최신 치료제는 제2형 염증 신호 표적이 가능해졌다.

특히, 어느 지점에서 이를 차단하는지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주사제 형태로 투약하는 생물학적 제제는 세포 외부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수용체나 사이토카인을 표적하여 직접 결합해 무력화한다. 장기 투여 시의 안전성이 우수하여 소아·청소년이나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널리 쓰이고 있다. 경구용 알약으로 복용할 수 있는 JAK 억제제는 세포 내부에서 염증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인 ‘야누스키나제(JAK)’ 효소를 선택적으로 차단한다. 여러 염증 경로를 동시에 신속히 차단하기 때문에, 약물 복용 후 단 수일 내에 극심한 가려움증을 가라앉히는 초기 증상 조절 능력에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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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법을 결정할 때는 언제 발생했느냐보다는 아토피피부염이 얼마나 심하게 나타나는지, 즉 ‘중증도’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보통 경증·중등도·중증으로 나누며, EASI(습진 중증도 평가 지수) 등을 활용해 중증도를 평가한다. 중증도에 따라 예후와 치료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국내 중등도-중증 환자 비율은 2002년부터 2019년 사이 30.9%에서 39.7%로 증가했다. 장 교수는 "얼굴이나 목, 손처럼 노출 부위의 습진이 심하거나 즉각적인 가려움증 해소가 시급한 환자, 혹은 주사제에 거부감이 있는 경우에는 JAK 억제제를 고려할 수 있으며,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안전성을 선호할 때는 생물학적 제제가 강점을 갖는다"며 환자 개개인의 병변 특성과 생활 환경에 맞춘 정밀한 맞춤형 치료법을 강조했다. 이어 “과거엔 면역억제제를 쓰다가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도 포기하고 좌절하는 환자가 많았지만, 새로운 치료제들이 현장에 준 가장 큰 선물은 환자들에게 ‘나도 치료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는 점”이라며 “환자들이 ‘내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전문의와 긴밀히 소통하며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길 당부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중증 환자들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경증 상태로 증상울 조절할 수 있게 된 지금의 치료법이 아토피피부염 치료의 끝은 아니다. 앞으론 염증 조절을 넘어 피부에 얼룩덜룩하게 남는 과색소침착이나 잔여 염증, 흉터, 피부 장벽 손상 등에 대한 환자들의 필요도 의료계가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는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과색소침착은 일반적인 미용 색소침착과는 기전과 원인이 다르기에, 약물 치료 이후 환자가 겪는 피부 변형과 생활습관 관리까지 포괄적으로 돌보는 통합적 진료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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