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이중잣대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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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봉 | 사회데스크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증을 맡았다. 후배들과 각종 기록을 입수해 분석하고 이른바 ‘코로나19 신약 로비’ 의혹 관련자를 접촉하며 최선을 다해 취재했다. 검증 과정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 에스엔에스(SNS)에 글을 올리며 김 후보자 관련 녹취 폭로 등을 주도했다. 한겨레 검증 보도도 여러 차례 언급하고 공유했다. 자료 출처가 논란이 되자 “물고문을 당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제보자의 이름을 불지 않겠다”며 결연한 태도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다 보니 과거의 한 의원이 떠올랐다.
한 의원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2022년 5월 자신에 대한 검증 보도를 한 한겨레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기사 내용은 한 의원의 딸이 ‘부모 찬스’로 자신이 대표로 있는 봉사단체가 활동하는 복지관에 노트북을 기증했다는 의혹이었다. 한 의원의 딸은 외신 인터뷰에서 ‘기업들에 노트북 후원을 요청했고 마침내 한 기업에서 연락이 와 노트북 50여대를 복지관에 기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취재해보니 해당 기업 사회공헌 담당 임원이 한 의원과 배우자의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 해당 기업은 노트북 후원을 요청한 다른 봉사단체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노트북은 결국 검사장 아빠를 둔 고등학생에게 돌아갔다. 한 의원의 딸은 인천의 한 국제학교에 다니며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이었다. 미국 대학 입시에 쓰기 좋은 스토리가 완성됐다. 노트북 50대의 장부가는 1300만원이었다. ‘독약 로비’를 부르짖는 한 의원의 방식대로 말하면 ‘스펙 뇌물’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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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원이 고소한 것은 기사 중간 제목에 포함된 ‘딸 명의’ 부분이었다. 기업 명의 후원이었다는 것이다. 기사에는 전체 내용이 담겼는데 제목에서 이를 축약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해당 대목을 바로 수정했다. 하지만 한 의원은 고소를 유지했다.
2023년 2월20일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의 질문은 의외의 내용에 집중됐다. 한 의원의 딸이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냐는 것이다. 이 내용은 검찰 안팎에서 널리 알려진 이야기였다. 그렇게 답변해도 경찰의 질문은 이어졌다. 경찰은 한 의원의 변호인이 한겨레 취재 출처에 특히 의문을 가졌다고 했다. 과거 자신에 대한 검증 때는 수사를 통해서라도 보도 출처를 캐려 했던 한 의원이 이젠 제보 출처를 목숨을 걸고 지키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보고 묘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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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당시 한 의원에 대한 검증 보도는 모두 ‘구글’이 알려준 것이었다. 한 의원의 딸이 자신의 이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돈을 내고 외신에 인터뷰 형식의 기사까지 실은 터라 관심만 가지고 검색하면 다 찾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한 의원 쪽은 검증 보도 내내 적대적이었다. 한걸음 물러선 것은 한 의원 딸의 논문 대필 정황이 불거진 뒤였다. 한 의원 딸의 논문은 학술지에 투고되기 전에 미국의 한 ‘사전 논문 게재 사이트’에 올라왔다. 해당 문서의 작성자는 케냐인인 벤슨이었다. 그는 스스로 ‘대필 작가’라고 소개하며 활동하던 인물로 한겨레 인터뷰에서 한 의원 딸의 논문을 자신이 썼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이런 의혹이 불거지자 학술지에 투고한 것이 논문이 아닌 ‘연습용 리포트’라는 당황스러운 주장을 내놨다. 그렇게 끝까지 버티던 한 의원은 결국 청문회에서 ‘송구하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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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 의원이 아예 염치가 없진 않다. 에스엔에스에 여러 차례 한겨레를 언급하던 그가 공유하지 않은 기사가 하나 있었다. 김승원 후보자 자녀 위장 전입 보도였다. 한겨레 보도 뒤 여러 언론이 관련 기사를 내놨지만 한 의원은 조용했다. 과거 한 의원의 배우자가 차량 구매 목적으로 위장 전입한 사실이 드러난 바가 있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한 의원의 정치 활동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자신에게만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한 이중 잣대가 우리 사회를 더 후진적으로 만들었다는 데에 그도 동의할 것이다. 위장 전입 기사에 침묵한 그 염치가 조금만 더 깊고 넓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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