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떠받치는 ‘분해자’ 곰팡이·버섯…인간은 5%만 이름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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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생물’이라 하면, ‘동물 아니면 식물’이라 생각하기 쉽다. 생태계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균류(fungi)의 존재는 종종 간과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균류는 250만종 정도로 추정되지만,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건 5% 미만이고 이중 단 0.5%만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종 목록에 등재되어 있을 정도다. 과학자들은 전지구적 차원의 실질적인 균류 보전을 촉구해왔는데, 관련 논의가 이번 달 열리는 전세계 ‘생물다양성총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과학자들이 중심이 된 ‘전세계균류보전네트워크’(GFCN)는 오는 19일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열리는 유엔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총회(COP17)에서 ‘전세계 균류 보전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1992년 채택된 유엔생물다양성협회는 멸종과 같은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협약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가 전세계 ‘기후총회’라면,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는 ‘생물다양성총회’에 해당한다.
■ 균류 없으면 생태계 붕괴…제대로 알지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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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생물다양성협약은 ‘생태계’를 “식물·동물·미생물 군집과 그것을 둘러싼 무생물 환경이 기능적 단위로 상호작용하는 역동적인 복합”로 규정하기 때문에 균류 역시 생물다양성 논의의 대상이다. 그러나 실제 논의와 정책에서 균류는 줄곧 소외되어 있었다. 분류학자 칼 폰 린네는 한 지역의 전체 생물군을 ‘플로라’(flora·식물군)와 ‘파우나’(fauna·동물군)로 나누는 방법론을 제시했는데, 근대 생물학에서 이런 이분법을 관습적으로 따라온 결과다. 이 때문에 균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강조해온 과학자들은 기존 동물·식물 분류에 균류군(funga)까지 포함하는 ‘3에프(f)’ 용어 체계를 도입하고, 국제·국가 생물다양성 정책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균류는 곰팡이나 버섯처럼 엽록소가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다른 유기물을 분해하며 영양분을 흡수해 살아가는 진핵생물을 가리킨다. 균류는 왜 그렇게 중요한가? 전세계균류보전네트워크는 2024년 보고서에서 균류를 “분해자(decomposer)”, “영양 순환자(nutrient recycler)”로 규정한 바 있다. 식물은 ‘생산자’, 동물은 ‘소비자’로 거칠게 구분한다면, 균류는 죽은 동식물 속 원소들을 다시 이용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 전체 생태계 속의 물질 흐름을 연결하는 ‘분해자’라 할 수 있단 것이다. 또 대부분의 식물이 균류와 공생하며 양분을 제공받고, 많은 동물이 균류를 먹이로 삼는다. 만약 이런 균류가 사라진다면, “생태계는 붕괴되고 기후변화는 심화되며 토양은 악화될 것”이라 과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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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재는 균류에 대한 지식부터 부족한 상태다. 전세계 균류는 250만종 정도로 추정되는데, 인간은 이중 5% 미만인 16만종 정도에 대해서만 간신히 이름을 붙이고 있다. 전세계 생물 종의 멸종위험을 평가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평가를 받은 균류는 고작 1300종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최소 411종이 멸종위험종으로 분류됐다. 생태계 속 거대한 위상에 견줘 너무 큰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셈이다.
■ 생물다양성 정책에 “‘균류’ 특별히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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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총회에서의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실질적인 균류 보전이 이뤄지려면 이를 이끌 수 있는 국제적인 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은 196개 당사국이 ‘육지와 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한다’ 등 공통의 목표(GBF·글로벌생물다양성프레임워크)를 세우고, 이를 위해 각국이 국가 차원의 목표(NBSAP·국가생물다양성전략·행동계획)를 수립·이행·점검하는 체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기온 상승폭을 1.5~2도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각국이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수립·이행·점검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국가생물다양성전략·행동계획에 균류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야 실질적인 보전 정책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글로벌생물다양성프레임워크는 2030년까지 육지와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균류의 생물다양성을 특별히 반영하지 않는다면, 온대나 아한대 지역 등 동식물 관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지역들이 보호지역에서 누락될 수 있다. 이밖에 생물다양성 조사, 보호종 목록 작성, 연구 등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이전에 없던 균류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균류 보전이 어렵다.
국제사회 생물다양성 논의에 균류를 포함하려는 공식적인 시도는 직전에 열렸던 2024년 콜롬비아 생물다양성총회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영국과 칠레 정부는 과학자 중심 비영리단체 ‘균류재단’과 함께 균류군를 동물군, 식물군과 동등한 독립된 생물 영역으로 법제화하고 국제 정책에도 반영하자는 취지의 ‘균류 보전 서약’(Fungal Conservation Pledge)’을 채택했다 . 이 서약이 그간 소외됐던 균류의 중요성을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었다면, 이번 총회에서 발표될 ‘전세계 균류 보전 전략’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글로벌생물다양성프레임워크에 맞춰 각국이 공통으로 추구할 수 있는 균류 보전 체계를 도입한다는 의미다.
■ 케임브리지사전에도 ‘균류군’ 새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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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가 주도해온 균류 보전 목소리는 실제로 국제사회에서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균류 보전 서약에는 영국과 칠레 외에 콜롬비아, 베냉, 스페인, 멕시코 코스타리카, 페루, 에콰도르, 캄보디아, 기니, 독일, 에티오피아, 아르메니아 등 전체 14개국이 동참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집권당인 노동당은 올해 8월 당 정강을 개정하며 생태계 관련 항목에서 균류를 동물, 식물과 구분되는 독립적인 존재로 명시했다. 브라질 환경기후변화부는 올해 6월 국가 멸종위기종 목록에 24종의 균류를 포함시킨 바 있다.

올해 7월에는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영국 케임브리지사전이 ‘균류군’을 뜻하는 ‘funga’라는 단어를 새로운 단어로 등재했다. 해당 항목은 funga를 “특정 지역이나 시기에 서식하는 모든 균류”로 풀이하며 “균류학자들은 동식물군(flora and fauna)만큼이나 균류군(funga)을 보존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동식물 이분법을 넘어선 ‘3에프’ 세계관이 반영된 것이다. 균류재단은 “사전은 사람들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 어떻게 말하는지 반영한다. 균류군이 대중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며 이를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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