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된 38년차 배우 최민식 “산뜻한 한국 아저씨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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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 인턴 하면 안 되냐?” “내가 임마! 느그 사장이랑, 으이? 인턴도 하고 다 했어!” “정직원 안 되면 이거 완전히 나가린데….”
16일 개봉하는 영화 ‘인턴’의 예고편이 지난달 공개됐을 때 온라인에선 이런 패러디 댓글놀이가 벌어졌다. 최민식 출연 영화 대사를 바꾼 것들이다. 아무리 못되거나 어리석은 역을 맡아도 보는 이로 하여금 놀리고 싶어지거나 웃게 만드는 등 감정의 여러 공간을 만들어내는 연기는 올해 38년차 배우 최민식만의 것이다. 작품마다 밈이 만들어질 정도로 깊고 강렬한 캐릭터를 각인시켜온 최민식이 실로 오랜만에, 아니 거의 처음으로 부드럽고 다정한 옆자리 아저씨가 되어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할리우드 원작 ‘인턴’(2015)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했던 시니어 인턴을 이번 리메이크작에서 연기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식에게 영화와 같은 상황이면 즐겁게 일하겠냐고 물었더니 “바로 사표 쓰고 나오지”라고 능청을 떨면서 주름진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었다.
‘만약에 우리’의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인턴’은 원작과 비슷한 듯 조금 다른 길을 간다. 한소희가 연기하는 패션 스타트업 젊은 경영자 선우도, 최민식이 연기하는 인턴 기호도 원작보다 좀 더 젊어졌다. 30대 초반의 선우가 할리우드 원작에 없던 불안을 끌어안고 스스로와 싸우는 인물이라면, 출판사에서 지도 만드는 일을 하다 은퇴한 60대 기호는 ‘대한민국 아저씨’에 가까워졌다. “원작이 워낙 품위 있고 산뜻해서 좋았잖아요. 이번에도 산뜻하려고 노력은 했는데 드니로 형님같이 멋스러운 노신사보다는 죽었다 깨어나도 ‘한국 아저씨’여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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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이 말하는 ‘한국 아저씨’는 친구보다 ‘뒷배’에 가깝다. 예를 들어 원작에선 홀로 남아 일하는 벤(로버트 드니로)에게 피자와 맥주를 들고 오는 건 줄스(앤 해서웨이)다. 리메이크작에선 직원들이 회식 하러 나간 뒤 혼자 남아 끼니도 거르고 야근을 하는 선우를 위해 기호가 피자를 사와 조용히 건네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선우가 마음의 경계를 허물고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냈을 때 기호는 자존감의 수렁에 빠진 선우를 끌어내기 위해 정신이 바짝 들 정도로 매섭게 조언을 한다. 자칫 ‘한국 아저씨’의 부정적 이미지, 이른바 꼰대의 선 넘는 참견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 장면이 불편하지 않으면서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될 수 있었던 건 그 나이대 여성의 현실적인 불안과 예민함을 섬세하게 다룬 김 감독의 연출력과 최민식의 담백한 연기 덕이다.
김 감독은 전작 ‘만약에 우리’처럼 ‘인턴’도 좌절하고 낙담하는 여성이 내면의 열등감을 딛고 단단하게 일어나는 성장담으로 그려낸다. 최민식은 영화 속 기호가 그랬듯 자신이 돋보이는 순간을 기꺼이 양보하고 젊은 배우 한소희가 전작들에서 드러내지 못했던 잠재력을 마음껏 펼쳐낼 수 있도록 든든한 뒷배 역할을 했다. “물처럼 흐르며 스며들자. 같이 잘 놀아보자”는 게 온통 어린 후배 일색이었던 ‘인턴’ 촬영을 앞두고 그가 먹었던 마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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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댓글 반응에 나타나듯 젊은 관객들이 그를 동년배 다른 배우들보다 더욱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다는 말에 그는 의외로 “별로 바라지 않는다”고 답했다. “무언가 바라고 기대하면 거기서부터 상처가 시작되는 거예요. 물론 배우라는 직업이 관객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나는 그냥 내 길을 가고 싶어요. 대박 났다, 망했다, 사랑받는다, 미움받는다, 이런 데 흔들리면 배우로서 자유롭게 살 수 없거든요.”
기호처럼 은퇴 이후의 삶을 생각해본 적 있냐는 질문이 나오자 최민식은 웃으며 단호하게 답했다. “저 은퇴 안 할 거예요.” 그는 “이제 비로소 세상이나 인간 관계에 대한 이해의 폭이 조금 넓어지고 깊어졌는데, 이걸 연기에 써먹어야 하지 않겠냐”며 “묵은지 맛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필모그래피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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