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사랑’ 넷플릭스 공개…이창동 감독 “안방 관객 반응 어떨지 설렌다”
영화 <가능한 사랑>을 연출한 이창동 감독. 넷플릭스 제공
“오늘 넷플릭스에 공개되는데, 일반 관객 상대로 처음 공개하는 거죠. 극장 개봉 때는 영화 애호가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봤을 테니까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고 설렙니다.”
<가능한 사랑>의 넷플릭스 공개를 몇 시간 앞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창동 감독이 말했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이 작품은 지난 9월 말 국내 극장에서 2주라는 짧은 기간 관객을 만났다. 해고노동자 부부를 주인공으로, 2시간 44분 동안 느리게 끓어오르는 영화는 과연 빠른 호흡의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에 연착륙할 수 있을까.
<가능한 사랑>은 해고노동자 ‘호석’(설경구)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이 두 사람을 촬영하고 싶어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얽히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미옥 부부와 사적인 라포(신뢰 관계)를 쌓고 싶은 예지는 자신의 남편 ‘상우’(조인성)을 끌어들여 부부 모임, 더 나아가 상우의 별장으로 두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름 휴가를 계획한다. 경제적 계급을 비롯해 살아온 삶의 궤적이 다른 네 사람의 동행은 미묘한 감정 소모 속에 서서히 삐걱인다.
영화 <가능한 사랑>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2009년 쌍용자동차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가 모티브다. 이 감독은 “이전까지는 노동이 신성하다는 합의가 있었다면, (집단 해고 사태는) 한국에서 ‘더 이상 노동자의 권리 같은 건 없다’고 공식화된 첫 번째 계기였다고 본다”라고 했다. “노동자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건, 아무도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노동자끼리 싸우게 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계속됐죠. 그럴 정도로 집단적인 트라우마가 있었던 거고, 노동의 문제로서 이야기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0년 전쯤 취재해 시나리오를 쓰고 프리프로덕션(촬영 준비) 단계까지 갔었으나, 바로 영화를 만들지는 못했다. 스스로 “자격이 있는지” 의심이 돼서다. 이 감독은 “내가 이 사람(당사자)이 아닌데, 이들을 대변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정직한가 싶었다”며 “살아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볼수록 그런 생각이 들어서 결국 영화를 접었었다”고 했다.
수년이 흘러 <가능한 사랑>을 공동집필한 오정미 작가가 ‘해고노동자의 삶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는 감독의 이야기를 더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 감독은 “타인의 이야기를 얼마나 제대로 전달할 수 있겠냐는 고민을 드러낸다면, 보다 정직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감독의 자기반성이 강하게 투사된 인물, 예지는 유독 ‘나이브’(순진)하게 그려진다. 해고노동자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면서도 노동 의제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도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사건의 당사자로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인물을 취재할 때 응당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 같은 순간에도 호기심 어린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기웃댄다. 일각에서는 그러한 다큐멘터리 감독의 재현이 노동 운동 현장의 기록자인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실제 모습과는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영화 <가능한 사랑>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이 감독은 “(누군가를) 비판적으로 그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이런 (창작하는) 일의 속성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었다고 했다. “자본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데에서 이 감독 본인도 느꼈던 딜레마가 투영되기도 했다.
이 감독은 <가능한 사랑>이 “해고노동자가 겪는 고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예지의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이며, “해고노동자 가족의 삶을 전하는 것이 영화 자체의 일차적 목표였다”고 했다. 그는 호석과 미옥의 서사를 구성할 때 “극 영화를 만들 듯 짜지 않았다”며 “이야기를 크게 극화하지 않는 선에서의 결말을 고민했다”고 했다.
영화는 사건을 자극적으로 내세우기보다 네 인물의 감정과 관계 변화를 세심히 살피며 나아간다.
“<가능한 사랑>은 선악 구도로 명확히 나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립이 강하면 몰입이 쉽겠지만, 우리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잖아요. 다양하게 느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감독이 전했다. <가능한 사랑>은 이날 오후 5시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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