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평야는 큰기러기 ‘약속의 땅’으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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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김포평야에 큰기러기가 찾아왔다. 큰기러기는 해마다 음력 8월15일 추석 전이면 어김없이 날아와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친숙한 겨울철새다. 필자는 35년 넘게 김포평야를 비롯한 한강하구의 새들을 관찰하며 큰기러기의 도래와 이동, 먹이터 이용의 변화를 해마다 지켜봐 왔다.
기러기가 찾아오는 곳에는 어김없이 대형 맹금류도 나타난다. 사냥감인 기러기를 따라 함께 이동하기 때문이다. 온순한 기러기는 검독수리, 흰죽지수리, 흰꼬리수리 같은 대형 맹금류의 표적이 된다. 이처럼 기러기의 도래는 철새 한 종이 찾아오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생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태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큰기러기는 다른 새들과 달리 이름도 많다. 가을에 찾아오는 새라 하여 추금(秋禽), 북방을 오가는 새라 하여 삭금(朔禽)이라 했고, 소식을 전하는 새로 여겨져 편지를 뜻하는 안서(雁書)로도 불렸다. 옛 혼례에서는 목각 기러기 한 쌍을 올려놓고 부부의 변치 않는 사랑과 백년해로를 빌었다. 기러기는 암수가 강한 유대를 맺고 새끼를 함께 돌보며 가족 단위로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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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 않은 깃털 빛깔에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민초의 소박함이 배어 있다. 결코 경망스럽지 않고, 월동 중에도 질서를 지킨다. 큰 무리를 이뤄 함께 생활하는데, 수많은 개체가 한꺼번에 움직이면서도 무리 안의 질서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화평하고 순박하다.

옛 선인들은 기러기를 즐겨 그렸다. 그만큼 정감 있고, 볼수록 격조가 느껴지는 새였기 때문이다. 기러기를 그린 그림을 노안도(蘆雁圖)라 한다. 갈대와 기러기를 함께 그리거나 달과 기러기, 갈대를 한 화면에 담은 작품도 많다. ‘갈대와 기러기’를 뜻하는 노안(蘆雁)이 ‘늙어서 편안함’을 뜻하는 노안(老安)과 음이 같아, 노후의 평안을 비는 그림으로도 사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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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찾는 대표적인 기러기는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다. 이 가운데 큰기러기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서해안과 한강하구는 큰기러기에게 매우 중요한 기착지다. 김포평야 역시 오랜 세월 큰기러기가 찾아와 먹이를 먹고 쉬어 가던 소중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농경지가 사라지고 개발이 확대되면서 큰기러기가 머물 자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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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홍도평야는 한때 수천 마리의 큰기러기가 찾아오던 곳으로, 기러기 떼가 내려앉은 모습이 아름다워 ‘김포팔경’에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농경지가 갈수록 조각나면서 지금은 개체수가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아파트에 둘러싸인 이곳을 해마다 잊지 않고 찾는 것을 보면, 큰기러기에게 홍도평야는 여전히 중요한 공간임을 알 수 있다.



오랜 세월 김포평야를 지켜보며, 기러기가 찾아오는 시기와 머무는 장소, 무리의 규모와 이동 양상이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직접 목격해왔다. 자연은 책이나 통계만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다. 현장에서 쌓은 기록과 이론적 연구가 만나야 비로소 자연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김포평야에서 무분별한 개발과 ‘농경지 매립’을 멈춘다면, 큰기러기는 해마다 그랬듯 어김없이 ‘약속의 땅’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2000년초반 4500여마리에 이르던 김포 홍도평야의 큰기러기는 지난겨울 2800여마리로 줄었다. 가을이면 기러기들이 고향처럼 찾아드는 김포평야를 지키는 일은 단순히 철새를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땅의 자연과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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