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치유 끝났다”는 日銀…정작 정부가 웃지 못하는 이유 [JAPAN CLOSER]

13년만에 물가목표 도달에도
정부는 탈디플레 선언에 신중
감세·현금지원 정책 명분 부담
재정확대와 금리인상의 딜레마
“디플레이션의 치유는 끝났다.”
13년 만에 물가상승률 2% 목표에 도달한 일본은행 내부에서 나온 평가다. 그러나 정작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 탈출을 공식 선언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가를 둘러싼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최근 일본은행 정책위원 인선과 재무성 고위관료 인사를 둘러싼 논란에 이어 양측의 온도 차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일본은행은 일시적인 요인을 제외한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인 2%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2013년 물가 2% 목표를 도입한 지 13년 만이다. 닛케이는 일본은행 간부의 말을 인용해 “이제야 보통의 금융정책을 할 수 있게 됐다. 디플레이션의 치유는 끝났다”고 전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금융정책결정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물가 2% 도달을 “하나의 이정표”라 평가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기조적 물가상승률을 2%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였지만, 앞으로는 2% 정도의 수준에서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우에다 총재는 “계속해서 정책금리를 인상하겠다”며 “다음번인 12월 회의를 포함해 매번 회의에서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이 이제 디플레이션 재발보다 물가의 추가 상승을 경계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日정부 내부서도 온도차 감지
그러나 같은 날 일본 정부는 ‘탈(脫)디플레’ 선언에 신중론을 폈다.
기우치 미노루 경제재정상은 기자회견에서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요와 공급의 차이를 보여주는 수급 갭을 거론하며 “앞으로도 플러스 상태가 지속될지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다시 디플레이션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경제 상황을 지속적으로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정의하는 디플레이션 탈출은 단순히 물가가 상승하는 상태가 아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 그런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까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가 2% 도달과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 사이에 정부가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는 이유다.
반면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우에다 총재의 기자회견 이후 “이미 디플레이션이 아니다. 리플레이션 정책이 필요한 국면도 아니다”고 밝혔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과 정부의 공식 선언을 구분하면서도, 경제수뇌부 사이의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낸 대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탈디플레 선언을 주저하는 배경에 적극재정 정책과의 정합성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는 다카이치 정권이 장기금리 상승을 초래할 수 있는 리플레이션 성향을 불식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반대로 디플레이션 탈출을 공식 선언하면 소비세 감세와 새로운 현금지원 등 수요를 자극하는 재정정책과의 정합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정부로서는 금융시장에 재정규율을 중시한다는 신호를 보내면서도,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여지는 남겨둬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기우치 노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은 정부가 판단할 문제라는 게 일본은행 입장”이라면서도 “2013년 정부와 일본은행이 체결한 공동성명 개정에 대해서도 우에다 총재가 언급을 피하면서 양측의 미묘한 거리감이 다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日銀·재무성 인사 둘러싼 신경전도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 재무성 사이의 긴장 관계는 올해 인사 문제를 두고도 주목 받은 바 있다.
다카이치 정부는 지난 2월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심의위원으로 금융완화에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아사다 도이치로 주오대 명예교수와 사토 아야노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를 지명했다. 당시 로이터통신 등 일부 언론은 일본은행 심의위원 후보군 선정에 관여했던 재무성이 이번에는 인선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를 추가 금리인상에 신중한 다카이치 정권의 정책적 의중을 보여주는 인선으로 해석했다.
또 지난 8월에는 재무성 핵심 간부의 전보를 둘러싸고 좌천 논란이 불거졌다. 한 일본 언론은 차기 재무사무차관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이치마쓰 준 주계국 차장이 도쿄세관장으로 이동한 것을 ‘이례적인 좌천 인사’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재무성 관계자 말을 인용해 재정규율을 중시하는 이치마쓰가 식료품 소비세 감세에 반대했고 정권에 비협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일본은행은 금융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지만, 시장에서는 오는 12월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도탄리서치가 집계한 12월 금리인상 확률은 지난달 30일 오후 기준 약 8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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