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8명 부상’ 대구 천장 붕괴사고 건물, 7년 전부터 “무너질 것 같았다”
천장 마감재 붕괴사고가 발생한 대구 북구 관음동 한 상가건물 주변을 11일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천장이 무너질 것 같았는데 결국···.”
대구 북구 관음동 상가건물 마감재 붕괴사고 현장에서 11일 만난 주민 김모씨(51)는 과거에도 건물 천장이 내려앉는 등 붕괴 조짐이 있었다고 말했다. 부상자 38명이 발생한 이번 붕괴는 ‘예견된 사고’였을 가능성이 높다.
주민들에 따르면, 천장 마감재가 무너진 이 건물 2층은 과거 10여년 간 당구장으로 운영하던 곳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김씨는 “2019~2020년에도 이미 천장을 지탱하던 케이블들이 삭아서 길게 늘어졌고 천장 곳곳이 내려앉았다”며 “당구장 손님들이 휘어진 천장을 보고 ‘불안하다’ ‘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구장 운영자는 보수(경량철골공사)를 요구했지만, 건물주는 비용 문제로 난색을 보였다는 게 김씨 주장이다. 결국 낡은 부분을 가리기 위해 페이트칠을 하는 등 ‘땜질식’ 조치만 하다 폐업했다는 것이다.
이후 2층은 수년간 비어 있다시피 했으며, 최근에서야 한두 달 단위로 임대가 이뤄졌다. 장기간 임대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천장 보수도 없었을 것으로 주민들은 추정한다. 실제로 현재까지도 건물 2층에는 당구장 간판이 걸려 있었다.
붕괴사고가 발생한 이 건물은 4층으로, 1994년 준공해 올해 32년을 맞는 노후 주상복합건물이다. 1~2층은 상가, 3~4층은 주인세대가 이용 중이다. 연면적 892㎡로 법정 정기안전 점검 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 북구 관음동의 한 상가건물 2층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감식반 등이 11일 천장 마감재 붕괴 원인을 밝히기 위해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1층에 있던 식자재마트는 지난달 말부터 영업을 중단하고 조만간 철거를 앞두고 있었다. 사고 현장인 2층은 A업체가 지난해 3월 주방용품 판매 행사를 개최했으며, 이달 초에도 월세를 내고 임대한 후 비슷한 성격의 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이 행사는 관할 지자체인 북구청에 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휴지·주방세제·계란 등을 나눠준다며 주로 어르신들을 끌어들인 후 이벤트를 열던 중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전담 수사팀을 편성한 대구경찰청은 이날 오전 9시부터 2시간가량 사고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대구시 등과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수사팀은 구조물 낙하 원인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경찰은 내부 CC(폐쇄회로)TV 영상과 구조물 잔해들을 분석해 낙하지점을 확인했다. 경찰은 2층 출입구 맞은편인 좌측 앞쪽에 설치된 무대 위 천장 마감재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나머지도 함께 내려앉은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천장은 3중(텍트·석고보드·종이합판)으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며 “(구조물이) 하중이나 구조적 결함으로 낙하했는지, 노후가 원인이었는지는 앞으로 정밀 감식을 통해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감식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2주가 걸릴 전망이다.
경찰은 A업체 및 건물 관계자 등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지역 내 노후 건축물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벌일 예정이다.
이 건물은 지난 10일 오전 10시16분쯤 2층 천장 반자 일부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반자는 천장의 배관과 전선 등을 가리기 위해 주로 본래 천장과 별도로 아래 설치하는 구조물이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60~80대 66명은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38명이 비교적 경미한 수준의 부상을 입었으며, 이중 9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금까지 18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5명은 입원 중이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업체가 주방용품 판매를 위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홍보전단. 백경열 기자
천장 마감재 붕괴사고가 발생한 대구 북구 관음동 한 상가건물 2층 출입이 11일 통제되고 있다. 백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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