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사회 권력관계 조명…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5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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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모이면 사회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는 위계와 권력 관계가 만들어진다. 소수자 집단도 다르지 않다. 5일 개막하는 제16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성소수자의 고통과 권리, 싸움이라는 전통적인 주제에서 한발짝 깊이 들어가 소수자 사회에서의 권력 관계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작품들을 소개한다.
젊은 감독들의 눈에 띄는 데뷔작이나 두번째 작품을 소개하는 ‘뉴 프라이드’ 섹션의 이안 데라 로사 감독의 ‘이반 앤 하둠’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퀴어 영화를 대상으로 주는 테디상 최우수 장편영화상을 탄 작품이다. 유럽의 식탁을 책임지는 스페인의 거대 채소 유통 단지를 배경으로 지게차를 모는 트랜스 남성 이반과 스페인-모로코계 이주 노동자 하둠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농장 소유주의 친척인 이반이 관리자가 되면서 하둠은 자신이 처한 노동 문제를 이야기하기 점점 어려워진다. 두 주인공을 젠더로만 규정하지 않고 노동과 계급, 이주 문제까지 끌어안은 명민한 데뷔작으로 감독이 직접 한국을 찾아 관객들과 만난다. 아시아 프라이드 섹션에 초청된 ‘비하르 호수의 마녀’ 역시 인도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남매의 이야기를 통해 신분과 계급의 문제를 담는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도 자주 외면당하는 트랜스젠더 관련 영화들이 포진한 것도 이번 영화제의 주제의식을 관통한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안개 속의 코끼리’는 네팔의 한 마을이 무대다. 제3의 성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이 나라에서 트랜스젠더 종교 공동체인 ‘키나르’를 이끄는 피라티의 딸이 사라진다. 영화는 실종의 진상을 추적해나가나는 피라티를 따라간다. ‘트렌스젠더, 주인공이 되다’라는 주제를 내건 오픈 프라이드 섹션 상영작 ‘네가 그리울 거야’는 7년차 트랜스 남성과 여성 커플을 그린다. 두 사람은 아이를 갖기로 했고, 트랜스 남성인 카이오가 임신을 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성적 위치와 역할이 충돌한다. 실제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연기에 참여해 복잡한 이야기를 정확하게 풀어나간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 주연상을 탄 산드라 휠러의 남성 연기를 볼 수 있는 ‘로즈’도 이 섹션에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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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하는 복원작 상영은 한지승 감독의 1998년작 ‘찜’과 이진석 감독의 1996년작 ‘체인지’다. 두 작품 모두 상업장르 작품이지만 ‘찜’에서 짝사랑하는 여성(김혜수)에게 다가가기 위해 여자 분장을 하는 남성 주인공(안재욱)과 ‘체인지’의 남녀 신체 전환을 통해 당대 성역할과 젠더 규범을 변주하는 인물들을 표현하면서 젠더의 경계를 흔들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개막작은 올해 칸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호평받았던 ‘블랙 볼’이다. 스페인 내전과 현재를 오가며 퀴어 서사를 역사극으로 녹인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김승환 프로그래머는 “근현대사 속에서 성소수자가 언제나 존재해왔다는 사실을 대서사시 형식으로 증명해낸 첫 작품”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폐막작은 레즈비언 부부의 좌충우돌 이혼 이야기를 그린 김지현 감독의 데뷔작 ‘이상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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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5일부터 11일까지 7일동안 서울 종로구 씨지브이 피카디리1958에서 열리며 34개국 116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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