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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30, 2026

“같은 막걸리 맞아?”…숙성 따라 네 가지 맛, 느린마을의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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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면주가의 ‘전통술 미식 클래스’에서 놓인 느린마을 막걸리 네 잔. 박윤균 기자

배상면주가의 ‘전통술 미식 클래스’에서 놓인 느린마을 막걸리 네 잔. 박윤균 기자

막걸리 네 잔이 차례로 놓였다. 색깔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한 잔씩 맛을 보니 차이가 분명했다. 첫 잔은 신선하고 달콤하면서 가벼운 탄산미가 느껴졌다. 두 번째 잔은 상큼함과 탄산감이 조금 더 살아났다. 세 번째 잔은 담백하고 부드러운 신맛이 두드러졌고, 마지막 잔으로 갈수록 단맛은 줄고 산미와 탄산감이 강해졌다.

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느린마을양조장에서 진행된 배상면주가의 ‘전통술 미식 클래스’에서 경험한 느린마을 막걸리의 맛이다. 네 잔은 서로 다른 제품이 아니었다. 같은 느린마을 막걸리가 병입 후 발효되는 과정에서 맛이 변하는 모습을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네 계절로 나눠 표현한 것이었다.

느린마을 막걸리는 숙성 일수에 따라 맛의 변화를 사계절에 빗댄다. 봄은 신선하고 달콤하며 가벼운 탄산미, 여름은 신선하면서 상큼하고 풍부한 탄산미가 특징이다. 가을로 넘어가면 잘 익은 듯한 담백함과 부드러운 신맛이 나타나고, 겨울에는 보다 진정된 술꾼들의 막걸리로 변화한다. 클래스에서 제공된 자료 역시 숙성 기간에 따라 신맛·단맛·탄산미가 달라지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직접 네 잔을 비교해보니 특히 단맛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발효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달고 부드럽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이 줄어들면서 신맛과 탄산감이 두드러졌다. ‘막걸리는 만들어진 순간의 맛이 끝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도 계속 변한다’는 설명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생막걸리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배상면주가의 설명에 따르면 느린마을 막걸리는 국내산 쌀 100%를 사용하고 쌀·누룩·물만으로 세 번 빚는 삼양주 방식으로 만든다.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첨가하지 않은 생막걸리로, 숙성 일수에 따른 맛의 변화를 제품의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배상면주가 관계자가 술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박윤균 기자

배상면주가 관계자가 술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박윤균 기자

이날 클래스에서는 ‘생쌀발효법’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일반적인 술 빚기에서는 쌀을 찐 뒤 누룩과 섞어 발효시키는 방식이 널리 활용되지만, 배상면주가는 쌀을 찌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생쌀을 가루 내 발효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의 기반에는 생쌀의 전분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가진 누룩이 있다. 배상면주가는 이 생쌀발효법을 자사 전통주의 중요한 양조 기술 가운데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생쌀발효법은 느린마을 막걸리의 맛에도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쌀과 누룩, 물을 중심으로 발효시키면서 인공적인 단맛을 더하기보다 쌀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단맛과 풍미를 살리는 방식이다. 실제 시음에서도 네 잔의 차이가 단순히 ‘달다, 시다’에 그치지 않고 향과 탄산감,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까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클래스는 막걸리의 맛을 비교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배상면주가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숙성 단계에 따른 막걸리의 특징을 소개한 뒤 생쌀발효의 특징과 다른 주류와의 비교 시음, 주종별 안주 페어링 등을 진행했다. 전통주를 단순히 마시는 술이 아니라 제조 과정과 시간에 따른 변화를 함께 즐기는 미식 콘텐츠로 풀어낸 것이다.

배상면주가가 소개한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 배상면주가

배상면주가가 소개한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 배상면주가

특히 막걸리와 다른 전통주의 차이를 직접 비교하면서 같은 쌀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양조 방식과 숙성 정도에 따라 향과 맛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통주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라면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양조 과정을 ‘맛의 변화’라는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눈에 띄었다.

배상면주가는 느린마을 막걸리에서 쌓은 양조 경험을 바탕으로 제품군도 넓히고 있다. 느린마을 막걸리를 한 번 더 덧술한 ‘느린마을막걸리 한번더’는 사양주 방식으로 만들어 11도의 알코올 도수와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칠맛을 내세운다. 제조일로부터 90일까지 숙성할 수 있는 제품이다.

막걸리를 증류한 제품도 있다. ‘느린마을소주21’은 느린마을 막걸리 증류원액 100%를 사용해 21도 제품으로 만들었으며, 막걸리 특유의 부드러움과 쌀의 은은한 풍미를 강조한다. 스트레이트뿐 아니라 온더락이나 하이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느린마을소주41’은 같은 증류원액을 바탕으로 41도까지 높이고, 두 번 반복해 증류하고 에어레이션 공법을 적용해 부드러움을 강조한 제품이다.

이밖에 저온 살균으로 효모의 활성화를 막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한 ‘느린마을늘봄막걸리’, 느린마을 막걸리를 저온 숙성해 쌀의 풍미와 단맛·산미의 균형을 강조한 ‘느린마을약주’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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