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서안지구 주거지 대규모 철거, 2000명 피란길 올라···“네타냐후, 군사작전 선거에 이용”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24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헤브론의 북부 검문소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지구 헤브론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전개하며 팔레스타인 주민 약 2000명이 피란민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을 앞두고 서안지구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헤브론에서 약 2000명이 피란했으며 선별된 군부대가 현지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공영방송 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카츠 장관은 “헤브론 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반 시설이 해체될 때까지 주민들이 해당 지역으로 돌아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군사 작전은 전날 헤브론에서 팔레스타인인의 총격으로 이스라엘군 병사 2명이 사망한 사건이 벌어진 직후 시작됐다. 총격을 가한 팔레스타인인 2명은 20분간의 총격전 끝에 모두 사살됐으며 이스라엘군은 이후 현장 인근의 건물을 철거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총격범들이 하마스와 연계돼 있다고 보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헤브론시 에인 데이르 바하의 약 35㏊(헥타르)에 달하는 지역이 파괴됐거나 철거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스라엘군은 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가택 수색과 체포를 진행했으며 확성기로 주민들에게 대피를 명령했다.
팔레스타인 관영 와파 통신은 이날 이스라엘군의 작전으로 200여가구가 피란길에 올랐다고 전했다. 유세프 알자바리 헤브론 시장은 “이스라엘군이 시내 2개 지역에서 주민 2500명을 추가로 이주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헤브론주 당국은 시내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피란민을 지원하기 위한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헤브론은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군사 작전 지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심문과 보안 검색을 거친 뒤 지정된 출구 3곳을 통해서만 지역을 벗어날 수 있다. 이스라엘군은 25일 이스라엘 정부의 승인에 따라 총선 당일 서안지구와 연결되는 모든 육로 통행로를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날 “이스라엘이 집단 처벌 조치로 거주 지역 전체를 강제 이주시키고, 주택과 건물을 철거하며 팔레스타인 도시들을 봉쇄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군의 작전을 규탄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더 이상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즉각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헤브론에서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이곳을 완전히 파괴하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모트리치 장관도 현장을 찾아 “공격 현장 인근에 있는 불법 아랍 건축물들을 즉시 철거하라”고 말했다.
오는 27일 총선을 앞두고 네타냐후 총리 등이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안보 책임론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안지구에서의 강경한 군사 작전을 통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으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스라엘 전국 각지에서는 반네타냐후 시위가 열려 수천명이 참여했다.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관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이번 선거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 진영과 가디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야권이 접전을 벌여왔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스라엘 일간 마리브가 지난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120석 중 네타냐후 총리 진영은 48석,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반네타냐후 진영은 54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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