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미용사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첫 판정···중노위 ‘무늬만 프리랜서’ 계약에 제동
2016년 애견미용 콘테스트에 참가한 강아지가 미용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애견미용샵에서 일하는 애견미용사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노동위원회의 첫 판정이 나왔다. 노동위원회는 노동자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들어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는 이른바 ‘가짜 3.3’ 계약에도 제동을 걸었다.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중앙노동위원회는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애견미용샵에서 해고된 A씨가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을 인용하고 A씨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던 동료 애견미용사 4명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판단했다. 해당 애견미용샵이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구제 신청을 각하한 초심 판정을 뒤집은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대표적인 노동법 사각지대로 해고 제한 등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쟁점은 A씨를 노동자로 볼 수 있는지와 해당 애견미용샵이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A씨는 2024년 5월 온라인에 게시된 애견미용 견습생 모집 공고에 지원해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했다.
애견미용샵 측은 A씨가 독립적으로 일해온 프리랜서라고 주장했지만, 중노위는 A씨가 노동자에 해당하고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초심 판단을 뒤집었다. 특히 A씨뿐만 아니라 동료 애견미용사들이 스스로 프리랜서라고 주장하거나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더라도 실제 일하는 방식이 종속적이라면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일한 애견미용샵의 부원장 미용사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나는 프리랜서가 맞다”고 주장했지만 중노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견미용사들이 독자적인 고객·영업망을 갖고 있지 않고 서비스 가격이나 예약 일정을 스스로 정할 수 없으며, 이윤 창출이나 손실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독립적인 사업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중노위는 해당 애견미용샵이 5인 미만 사업장임을 주장하며 제출한 프리랜서 계약서 역시 배척했다. 애견미용샵과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동료 미용사들의 입사 시기는 제각각인데, 샵이 제출한 ‘프리랜서 계약관계 선택 신청서·동의서’는 지난해 10월 A씨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사흘 뒤 일괄 작성됐다. 이에 대해 중노위는 “상시근로자 수 기준을 회피할 목적으로 사후에 일괄 작성된 것으로 보여 진정성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중노위 판정은 신청인 외 제3자까지 애견미용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것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가짜 3.3’ 계약에 제동을 건 것이다. ‘가짜 3.3’은 사용자가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를 3.3%의 사업소득세를 내는 개인사업자로 위장시키는 계약을 말한다.
그간 헤어디자이너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애견미용사의 노동자성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건을 대리한 샛별 노무사사무소의 하은성 노무사는 “애견미용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산업도 근로기준법으로 보호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판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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