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수출·튀르키예 수입…‘화석연료’ 못 놓는 기후총회 의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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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홍수·산사태 대참사가 경고하듯,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이미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를 늦추고 막기 위해 전지구가 협력하는 ‘기후총회’는 올해에도 열린다. 오는 11월9∼20일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31차 당사국총회(COP31)다. 올해엔 이례적으로 튀르키예·오스트레일리아(호주) 두 나라가 공동으로 의장국을 맡는다. 튀르키예가 총회의 개최·운영 전반을 맡는다면, 호주는 당사국들 사이의 협상을 주도한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말만 앞세울 뿐 다양한 이해관계에 휘둘려 실질적인 행동을 만들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특히 총회 때마다 의장국은 집중적인 감시의 대상이 된다. 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라, 총회 한달을 남기고 두 의장국을 검증하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호주는 전세계에서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 중 하나이고, 튀르키예는 유럽에서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가장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 의장국 메시지에 사라진 ‘화석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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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기후환경단체인 ‘350.org’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유엔 무역통상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년 ‘파리협정’ 이후 호주에서 튀르키예로 공급된 제철용·발전용 석탄에서 전체 750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켰다”고 밝혔다. 보고서의 제목은 ‘석탄 동맹’이다. 두 나라는 석탄 무역망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무역도 확대해 화석연료를 더욱 늘리고 있는 것으로도 분석됐다.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선 대기 중 온실가스를 만들어내는 화석연료 감축이 최우선 과제인데, 이를 주도해야 할 기후총회 두 의장국이 화석연료의 주요 수출·수입국이란 얘기다.
단체가 정리한 사실들을 보면, 호주는 세계 2위 석탄 수출국(1위는 인도네시아)이며, 전세계 15개 석유·가스 생산국 가운데 생산 증가율(77%)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튀르키예는 유럽 최대의 석탄화력 발전국으로, 전체 전력 생산의 34%를 석탄에 의존한다. 이중 3분의 2 정도를 수입산에 의존하는데, 주요 수출국이 바로 호주다. 파리협정 이후 호주에서 튀르키예로 공급된 석탄에서 나온 이산화탄소 7500만톤은, 내년 기후총회(COP32) 개최국인 에티오피아 연간 총배출량의 4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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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두 나라는 선진국들 가운데 ‘석탄 퇴출’ 시기를 명시하지 않는 나라에 속한다. 이번 총회를 주도하면서도 화석연료 문제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60.org는 “의장단이 각국 대표단에 보낸 서한이나 공식 발표문 어디에도, 10개 우선순위와 50개 하위 우선순위로 이뤄진 공식 ‘행동 의제’(Action Agenda) 어디에도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이는 기후총회의 핵심 과제를 훼손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 수출 뒤에 숨긴 의무, 호주 대법원은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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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호주 대법원에서는 이와 관련한 역사적인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호주의 에너지·광산 채굴 기업 ‘마크 에너지’(MACH Energy)는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마운트 플레전트’ 석탄광산을 운영 중인데, 주 당국은 운영 기한을 2048년까지 늘리고 시설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기업의 계획을 승인해준 바 있다. 이에 대해 현지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승인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들은 석탄을 채굴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뿐 아니라 수출된 석탄이 수입국에서 연소되며 나오는 온실가스까지 고려해 사업을 승인해야 한다(‘스코프 3’)는 주장을 앞세웠다. ‘스코프 3’는 국제 기후공시 등에서는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지만, 아직 전세계적으로 일률적인 규제로는 정착되지 못한 개념이다.
이 사안의 최종심을 담당한 호주 대법원은 지난 7일(현지시각) 3대 2의 의견 차이로 기업의 항소를 기각하고 주민·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다수 판사는 주 당국이 ‘스코프 3’ 범위의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조건을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인 처분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마운트 플레전트 광산뿐 아니라 뉴사우스웨일스 지역에 계획됙 있는 17개 탄광 개발 사업, 더 나아가 호주 전체의 화석연료 수출 사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수출’이라는 이유로 간접 배출량에 대한 상쇄 노력은 소홀하게 취급됐는데, 앞으론 석탄·가스 프로젝트를 승인할 때마다 관련 조건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호주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총회의 의장국이 됐고, 이에 따라 기후총회를 앞두고 열리는 ‘사전 기후총회’(Pre-COP)도 태평양 섬나라들과의 연대를 강조한다는 취지에서 최근 피지와 투발루에서 열렸다. 사전 기후총회 전후에도 호주의 화석연료 수출과 이로 인한 남태평양 섬들의 기후 피해, 광산·가스전 개발로 인한 원주민·지역사회의 고통 등이 도마에 올랐다.
■ ‘내정 간섭’ 금지 조항 되살린 튀르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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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의 경우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추진하는 등 화석연료 의존을 지속하는 데 대한 비판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통제하고 억압하는 등 인권 문제로도 비판을 받는다. 9월 한달 동안 튀르키예 당국은 최소 1270개의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을 차단했는데, 이는 지난해 한해 동안 차단된 계정 수보다 많으며 언론인과 국제엠네스티 튀르키예 지부 계정도 포함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제엠네스티는 인권활동가·언론인·야당 정치인 등을 근거가 불충분한 수사와 기소로 압박하고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튀르키예 정부가 인권을 탄압한다고 비판하며, 기후총회에서 기후환경단체·활동가의 안전과 자유로운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기후환경단체들은 튀르키예 정부가 이번 기후총회의 개최 협정에서 당사국들에 ‘내정 간섭’ 의무를 부과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난달 체결된 개최 협정을 보면, “모든 참가자는 튀르키예 공화국에서 시행 중인 법률과 규정을 존중할 의무가 있으며, 튀르키예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이 조항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참여를 막는 조항이란 비판을 받아, 지난해 개최국인 브라질은 협정에서 삭제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튀르키예는 이를 다시 도입한 것이다.
두 의장국의 이런 모습에 대해, 호주의 생태사회주의 계열의 매체인 ‘그린레프트’는 “한쪽은 화석연료 승인을 계속하고, 다른 한쪽은 이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침묵시킬 준비를 한다. 이것이 ‘기후 정치’의 실제 작동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우리나라 역시 호주로부터 화석연료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로 꼽힌다. 특히 국가가 해외 개발·투자 사업에 돈을 대는 공적 수출금융 중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높고, 그 규모는 캐나다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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