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장자’ 머스크, 공화당에 5900억원 베팅···미 중간선거에 돈 쏟아붓는 이유는?
일론 머스크.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유일 ‘조만장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중간선거에 쏟아부은 돈이 4억4500만달러(약 59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쓴 2억90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그의 통 큰 후원은 어느 정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느냐에 자신의 사업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매체 와이어드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연방선거위원회(FEC)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그가 각종 공화당 정치단체들에 기부한 금액이 이 같은 규모로 나타났다면서, 이번 중간선거에서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제공한 개인 기부자라고 보도했다.
특히 머스크는 테슬라의 본사와 스페이스X의 주요 발사시설이 위치한 텍사스 선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공화당 상원 선거를 지원하는 슈퍼팩인 ‘상원 리더십 펀드’에 최대 1억6800만 달러를 기부했는데, 이 자금은 공화당 후보인 켄 팩스턴을 홍보하고 민주당 후보인 제임스 탈라리코를 공격하는 데 쓰였다. 머스크는 이달 들어서도 자신이 설립한 슈퍼팩인 ‘아메리카 팩’을 통해 텍사스 상원 선거에 152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입했다.
머스크는 탈라리코를 낙선시키기 위해 팔로워가 2억4000만여 명인 자신의 X계정을 통해 그가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가 하면, “그는 당신의 자녀를 빼앗아 성별 전환을 시키려는 소름 끼치는 사람”이라는 인신공격까지 퍼붓고 있다.
머스크는 텍사스뿐 아니라 오하이오·아이오와·알래스카 등 주요 격전지에도 돈을 뿌려 민주당과 트랜스젠더를 공격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민주당이 미성년자 성전환 수술에 세금을 쓰려 하고, 생물학적 남성이 여성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려 한다는 내용의 광고들이다.
2024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유세 지원에 나선 일론 머스크. AP연합뉴스
다만 머스크가 쏟아붓는 막대한 정치자금이 실제 표심까지 움직이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물가와 경제인 만큼 트랜스젠더 문제는 유권자들의 관심사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10월 AP통신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는 트랜스젠더 이슈가 자신의 투표 결정에서 크게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고 답했다. 데이드 펠런 전 텍사스주 하원의장은 현지 매체인 텍사스먼슬리에 “트랜스젠더 광고에 1억~1억2500만 달러를 썼는데도 상원 선거 판세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하며 광고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탈라리코 후보는 오차 범위 내에서 팩스턴 후보를 근소한 차로 앞서고 있다.
게다가 인공지능(AI) 업계 수장인 머스크의 텍사스 선거 개입은 탈라리코에게 오히려 역공의 빌미가 되고 있다. 텍사스는 북부 버지니아와 함께 미국에서 데이터센터가 가장 많이 들어선 곳으로, 머스크 역시 텍사스에 대형 데이터센터와 펜타곤 건물 50배 크기의 AI 반도체 칩 공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텍사스트리뷴은 “광활한 시골 땅들이 무분별한 AI 성장을 위해 팔려나가는 것을 본 농촌지역 텍사스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이들 대다수는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들”이라고 전했다.
탈라리코는 지난 25일 선거 유세에서 “머스크는 우리의 땅을 노리고, 우리의 물을 노리고, 우리의 세금을 노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중석에선 함성과 함께 머스크를 향한 야유가 쏟아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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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라리코는 또 “한 명의 조만장자가 자신을 위해 일할 연방 상원의원을 돈으로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치 시스템은 뭔가 심각하게 잘못된 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엘리트에 대한 반감이 큰 공화당 지지층 일각에선 억만장자가 돈으로 선거를 좌지우지하려는 데 대한 반감도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머스크가 이번 중간선거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머스크 사업의 가장 큰 고객이 연방정부인 데다, 정부의 각종 규제·인센티브 정책이 그의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CNBC는 지적했다. 미국 정부 계약을 추적하는 조사기관 페드스카우트에 따르면 스페이스X가 올해 확보한 연방정부 관련 사업 규모는 67억8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 때인 2024년 한 해 전체 계약 규모의 두 배에 가깝다. 머스크가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AI 분야도 정부의 규제와 데이터센터 지원 정책이 사업 환경을 좌우할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머스크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민주당은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에서 수행한 역할, 그의 기업들이 체결한 연방정부 계약과 이해충돌 문제, 우크라이나군이 무인기 운용에 의존해 온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스타실드 속도 제한 문제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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