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조국에 안보 위탁’ 위험한 발상…“전작권 전환 통해 ‘함께 싸우는 동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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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지난 26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질의에 답변하다 ‘북한과 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런 미군을 믿을 수 있느냐’고 하자,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야권이 이를 맹비난했다.
보수 야권은 강 장관의 발언을 두고 ‘한-미 동맹의 가치를 전면 부정하는 안보 자해 발언’이라고 주장했고, 국방부는 “‘북한과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군도 못 믿는 것 아니냐’는 의원 질의에 반문하며 ‘그렇지 않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 장관 발언을 문제 삼은 쪽은 미국이 이른바 ‘천조국’이란 인식을 깔고 있다. ‘천조국’이라는 말은 미국이 ‘1천조원의 국방비를 쓰는 나라’라는 뜻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용된다. 참고로 한국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국방비 예산은 73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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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천조는 ‘천자의 조정’이란 뜻으로 조선 시대 명나라를 부르는 말이었다. 천조국은 미국이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 질서에 미치는 압도적 영향력을 빗댄 것이다. 미국을 천조국이라 여기는 쪽은 전작권이 전환되면 마치 우리나라가 망하고 생존이 흔들린다고 우려한다.
이런 걱정은 한국이 미국의 무상 군사원조로 방위비의 대부분을 충당하던 때는 설득력이 있었다. 한국은 1960년대 중반까지 국방비 총액의 60% 이상을 미국 무상 군사원조에 의존했다. 과거 한국군 규모도 사실상 미국이 결정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상 군사원조는 1974년에 끝났지만 ‘미국=천조국’이란 믿음은 여전하고 전작권 환수를 늦추는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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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일 전 한국국방연구원 군사발전연구센터장은 “국방예산 규모와 실제 군사력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고 미국에 대한 기존 인식을 반박한다. 진 전 센터장은 “미국의 국방예산이 명목상 세계 2~9위 국가들의 국방예산을 합친 것보다 크지만,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합친 국방예산이 미국보다 크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인건비와 국내 조달 가격이 비싸 같은 돈으로 확보할 수 있는 병력·물자·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논리다.
미국 방산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이라 국영 또는 사실상 국영인 러시아·중국 방산기업보다 비용 구조가 높다고 한다. 예를 들어 러시아 보레이급 전략핵잠수함과 미국 컬럼비아급 전략핵잠수함은 비슷한 규모인 2만4천t이다. 척당 건조 비용이 러시아 보레이급은 3600억~1조2천억원이고 미국의 컬럼비아급은 12조원이다. 진 전 센터장은 “미국 전략핵잠수함 건조 비용이 러시아보다 10배에서 33배 비싼 고비용 구조인데, 비싼 만큼 성능이 높은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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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구매력 기준으로 중국·러시아를 합친 국방예산이 미국을 앞선다는 주장에 대해 반론도 있다. 인건비·식량·건설 같은 항목에는 국내 물가와 임금 차이가 크게 반영되므로 중국·러시아의 실질구매력이 명목 달러 표기보다 크지만 전투기 엔진·반도체·정밀광학 같은 기술집약 무기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2024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한 연구팀이 발표한 결과를 보면, 구매력평가 기준을 적용해도 중국의 2024년 장비 부문 국방비 지출이 미국의 약 42%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국방력이 최강이라는 것에 대한 반박 근거로 미국 정밀타격 무기의 실전 취약성도 거론된다. 미국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정밀유도무기 중심으로 군을 개편했지만, 러시아 같은 군사강대국 상대로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례로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024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포병시스템 ‘하이마스’와 합동정밀직격탄(JDAM) 등은 초기 명중률이 70%가량이었는데 러시아의 전자전 교란 이후 명중률이 급락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이란 전쟁에서 미국이 자랑하는 미사일 방어망의 한계도 드러났다고 한다. 이란이 저가 드론을 대량으로 쏘아 미국과 이스라엘의 요격 미사일을 소모시킨 뒤, 정밀 미사일로 레이더·기지 등을 타격하는 전술에 방공망이 뚫렸다는 것이다.
진 전 센터장은 미국-이란 전쟁에서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항공모함 같은 전략자산도 한계를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미 항공모함은 이란 대함미사일 위협을 피해 호르무즈해협 1천㎞ 밖에서 머무르고 있다. 작전 해역에서 멀어지면 함재기의 작전 반경이 길어지고, 공중급유와 유지보수 부담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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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국은 압도적 국방예산으로 세계 최강’이란 논리를 검증 없이 받아들여 안보를 위탁하는 발상은 위험하다”며 “전작권 전환을 통해 미국과의 동맹을 ‘도움을 받는 동맹’이 아니라 ‘함께 싸우는 동맹’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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