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쓰고 테크볼 ‘올인’···‘축구 선수 출신’ 이준석, 종목 첫 금메달로 증명했다
이준석이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나고야 | 연합뉴스
세계 랭킹 391위에 불과한 축구 선수 출신 선수가 한국 선수단에 귀중한 금메달을 안겼다. 테크볼 남자 단식의 이준석(27)이 사상 첫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이준석은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랭킹 23위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야위(이라크)를 세트 스코어 2-0(12-11 12-5)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이다. 앞서 이날 근대5종 여자 개인전 성승민(한국체대)이 첫 금메달을 따냈고, 전웅태(강원도체육회)·서창완(전남도청)·이종현(대전광역시청)이 남자 단체전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합작했다.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테크볼은 곡선형 특수 테이블에서 축구공을 주고받는 스포츠로, 2012년 헝가리에서 고안됐다. 주로 축구 선수들이 훈련 목적으로 즐기면서 관심을 끌었고, 2017년 국제테크볼연맹이 창설되면서 전문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2018년 대한테크볼협회가 설립됐으며, 주로 축구 혹은 족구 선수 출신이 생업과 병행하며 테크볼 선수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준석의 금메달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아시안게임 하나를 위해 생업까지 내려놓고 테크볼에 ‘올인’했기 때문이다.
이준석이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공격하고 있다. 나고야 | 연합뉴스
21세까지 K4리그 이천시민축구단에서 축구 선수로 뛴 이준석은 이후 족구 선수를 거쳐 테크볼에 입문했다. 다만, 한국에서는 선수층이 두껍지 않기 때문에 상당수 선수가 생업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국제대회 참가도 여의치 않아 랭킹도 올릴 수 없었다.
이준석 역시 대기업 생산직 계약직으로 일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올해 2월 테크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뒤늦게 채택됐다는 소식을 듣고 일을 그만뒀다. 선수 생활의 미래가 불투명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 테크볼을 알리겠다는 목표를 택했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테크볼의 정식 종목 채택이 늦어 다른 종목 국가대표들처럼 진천선수촌에 입촌하지도 못했다. 대표팀 선수들과 외부에서 훈련하면서 하루도 제대로 쉬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을 찼다. 대회를 앞두고는 사비를 들여 ‘종주국’ 헝가리로 향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헝가리 선수들에게 무작정 연락해 과외를 받기도 했다.
피나는 노력의 대가는 달콤했다. 이준석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를 무실세트 전승으로 통과했고, 19일 준결승에서는 상대가 부상으로 기권해 결승 티켓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날 자신보다 세계 랭킹이 300계단 이상 높은 상대를 만나 역시 무실세트로 승리하며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이준석이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득점한 뒤 포효하고 있다. 나고야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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