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햇반, 이젠 미국 식탁 점령한다…“안남미 먹는 45% 정조준” [현장]

CJ제일제당 진천공장 공개
용기째 밥 짓고 스팀 살균 8번
美 즉석밥 점유율 11%대
2028년 해외 비중 25% 목표
“미국에서 장립종 업체들은 줄고 있고, 스티키 라이스를 하는 저희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장 겸 한국사업본부장은 지난 21일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서 열린 햇반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시장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1996년 출시된 햇반은 30년간 누적 매출 10조원을 올렸고 현재 60여 개국에 수출된다. 국내 즉석밥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서자 CJ제일제당은 미국을 다음 성장 무대로 잡았다.
미국 실적은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2분기 미주 햇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현지 판매 점포는 지난해 1924곳에서 4734곳으로 2.5배가량 늘었다. 다만 미국 즉석밥 시장 점유율은 11%대로, 1위인 마스의 ‘벤스 오리지널’(약 45%)과는 아직 격차가 크다.
김 본부장은 장립종 소비층에서 기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 100명 중 2명이 우리 밥을 먹고 있는데, 남부에서 먹던 안남미 같은 쌀을 먹는 사람은 45%나 된다”며 “숏그레인이 그 시장으로 가면 지금보다 20배 넘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햇반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1년 8%에서 지난해 15%로 커졌다. CJ제일제당은 이를 2028년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같은 해 국내외 합산 매출 목표는 1조5000억원이다.
미국에서 햇반이 팔리기 시작했을 때 회사 안팎에선 교민 수요로 봤으나,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조사해 보니 교포 증가율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며 구매자도 아시아계에 쏠리지 않고 인종별로 고르게 분포한다고 설명했다. 현지 소비자들은 햇반을 고기 옆에 곁들이거나 그레인볼, 부리토에 넣어 먹는다.
스티키 라이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경쟁사도 따라붙었다. 냄비에 끓여 먹는 파우치형이 주력이던 현지 업체들은 햇반 점유율이 오르자 전자레인지용 용기형 제품과 단립종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김 본부장은 “당일 도정해 갓 지은 쌀밥 같은 품질을 확보하는 건 아직 그들이 따라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예진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도 “미국 소비자들이 갓 지은 흰밥과 기존 레토르트 밥맛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미국으로 가는 백미 햇반은 전량 부산·진천 공장에서 만든다. 이날 공개된 진천공장 생산동 벽 너머에는 15도로 유지되는 쌀 저온창고와 도정 설비가 있다. 쌀은 현미 상태로 들어와 공장 안에서 그날 도정한 뒤 밥이 된다. 사업장 안에 자체 도정 시설을 갖춘 곳은 업계에서 CJ제일제당뿐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햇반은 지은 밥을 용기에 퍼 담는 방식이 아니다. 씻어 불린 쌀을 용기에 먼저 담고 고온 스팀으로 8차례 가압 살균한 뒤, 물을 붓고 ‘취반기’에서 30분간 밥을 짓는다. 다 지은 밥은 헤파필터를 단 클린룸에서 밀봉한 뒤 뒤집은 채로 15분간 뜸을 들인다. 용기 아래쪽에 모인 수분을 고르게 퍼뜨리기 위해서다. 회사는 이런 공정 덕에 방부제 없이 9개월간 실온 보관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출고 전 검사도 깐깐하다. 생산 직후 미생물 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온 뒤 5일이 지나야 출고된다. 당일 생산분 일부는 35도 안팎의 보관실에 두 달간 둔 뒤 개봉해 미생물 이상이 없는지 다시 확인한다.
현지 쌀 소비의 중심은 여전히 장립종이지만, CJ제일제당은 당분간 장립종 햇반을 내놓지 않을 계획이다. 장립종 햇반을 두 차례가량 수출했다가 이어가지 못한 경험도 있다. 지금은 찰기 있는 단립종으로 차별화하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차별화된 품종과 간편성, 호기심 세 가지로 스몰 플레이어지만 매력적인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며 “스티키 라이스와 햇반 브랜드를 먼저 알리고 어느 정도 성숙하면 장립종으로 펼치는 게 추후 계획”이라고 했다.
제품군도 단계적으로 늘린다. 미국에 들어간 제품은 아직 백미뿐이다. 국내에서 먼저 개발·검증한 신제품을 차례로 미국에 들여가고, 미국에서 자리를 잡으면 그 공식을 유럽으로 ‘평행 이동’시킨다는 구상이다. 김 본부장이 한국을 “테스트베드이자 브랜드와 R&D 기술을 키우는 본국”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현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얇고 넓게’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스틱스 투 애니싱(Sticks To Anything)’ 캠페인은 한식에 국한하지 않고, 현지인이 평소 먹는 음식에 햇반을 곁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 현지 식탁에 햇반이 여러 방식으로 오르고 있는 만큼 그 쓰임새를 넓혀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판매가 늘수록 커지는 부담도 있다. 미국 물량을 모두 한국에서 실어 보내다 보니 물류비도 함께 불어난다. CJ제일제당의 올해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4957억원으로 17.9% 줄었는데, 해외 물류·포장비 상승이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미국 자회사 슈완스 공장에는 햇반 생산 라인이 없다. 김 본부장은 “공급을 늘려야 할 때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게 나을지, 수출이 나을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전량 수출”이라고 말했다.
국내 성장세도 예전 같지 않다. 2028년 목표인 1조5000억원은 지난해 매출(1조1800억원) 대비 연평균 8%대 성장으로, 2020~2024년 연 13%대보다 낮다. 두 자릿수로 크던 국내 백미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내려앉은 영향이다. 회사에 따르면 국내 즉석밥 시장은 연 5% 성장하고 있으며 이 중 백미는 3%, 잡곡밥은 13%다. 소매점 점유율도 2024년 70%에서 지난해 66%로 내려갔다.
김 본부장은 “점유율을 의도적으로 올리려고 가격 판촉을 하거나 품질을 낮추는 전략은 갖고 있지 않다”며 “점유율 싸움이라기보다 파이를 얼마나 크게 만드느냐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가 꼽은 가장 큰 숙제는 집에서 잡곡밥을 지어 먹던 50대 이상 소비자를 즉석 잡곡밥으로 넘어오게 하는 일이다.
국내에서는 잡곡밥으로 시장을 키우고, 미국에서는 백미로 새 소비층을 넓히는 두 갈래 전략이다. 2028년 1조5000억원 목표 달성도 국내 성장 둔화분을 미국이 얼마나 메우느냐에 달렸다. 김 본부장은 “현재 2%인 미국 침투율이 앞으로 얼마나, 어떤 속도로 늘어날지는 모르겠다”며 “브랜드와 포트폴리오로 미국인들에게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097950 KOSPI
174,000 ▲ 1.28%
CJ제일제당의 미주 햇반 매출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49% 늘었습니다.
현지 판매점은 4734곳으로 확대됐고, 단립종 기반의 스티키 라이스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국 침투율 확대와 해외 물류·포장비 부담이 2028년 매출 목표를 함께 좌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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