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대 성폭행 사건 가해자와 동명이인들, 무차별 신상털기로 피해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이타카의 코넬대 캠퍼스에서 열린 반성폭력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모든 제인 도를 위한 정의’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코넬대 집단 성폭행 의혹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과 이름이 같은 시민들이 누리꾼들의 신상 털기 표적이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넬대 사건이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온라인에서 익명의 피해 여성인 ‘제인 도’와 그가 가해자로 지목한 남성들의 신원을 밝혀내고 개인정보를 공개하려는 움직임이 과열되고 있다면서, 이를 이른바 ‘독싱(온라인 신상 털기)’이라 부른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 펜실베이니아대 공대 대학원생인 한 남성은 지난달 코넬대 사건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이후 모르는 이들로부터 “지옥에서 썩어라” 같은 위협적인 메시지를 받고 있다. 그의 얼굴은 온라인상의 코넬대 관련 영상들에 등장했고, 한 연예·가십 매체가 그에게 연락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는 코넬대에 다닌 적이 없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7명 중 한명과 이름, 성이 같을 뿐이다.
이 남성은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최근 자신의 링크트인 프로필에 “나는 코넬대에 다니지 않는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그는 ‘디지털 자경단’에게 자기 집 주소가 알려질까봐 걱정해 왔다면서 “지난 몇 주간 정신 건강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가해자 중 한 명과 이름이 같은 미 해병대 병장 역시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그의 집 주소가 실수로 법원 문서에 기재된 후 그의 가족들이 협박을 받고 있다고 그의 변호사가 밝혔다. 해당 병장의 어머니는 자신과 가족이 이 같은 협박으로 인해 “공포에 떨고 있다”며 자신과 딸이 한밤중에도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마당에 쓰레기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들을 버렸는데, 개똥으로 보이는 것들도 섞여있었다고 말했다. 이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상황 설명을 하려 해도 ‘거짓말한다’는 반응만 돌아왔다면서 가족들이 잠을 이루기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 오류를 확인한 법원은 지난 9일(현지시간) 관련 법원 문서들을 비공개 처리했으며, 이런 괴롭힘을 “무모하고 경솔하며, 궁극적으로 위험한 인터넷 자경단 행위”라고 규탄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이 속해 있던 남학생 사교 클럽 ‘카이 파이’(Chi Phi)의 다른 회원 중에도 피해를 입은 이들이 있다. 한 페이스북 계정엔 “단 7명 만이 아니었다. 다른 50명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글과 함께 ‘카이 파이’ 회원들의 사진이 게시됐다.
일부 온라인 게시물에는 이 사건 발생 전 졸업해 가해자들과 같은 채팅방에 있지 않았던 전 회원들도 포함되면서 이들이 협박 메시지를 받거나 대학·직장 등에서 휴직·직무 배제 등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들의 변호인은 코넬대에 해당 졸업생들이 해당 사건과 무관함을 확인하는 서신을 발급해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 역시 누리꾼들의 신상 털기로 피해를 입고 있다. 피해자인 제인 도는 지난달 소송을 제기한 이후 살해 위협을 받았으며, 누군가 허위 신고를 한 탓에 무장 경찰이 그의 집에 출동하는 일도 있었다. 그의 변호인에 따르면 적어도 세 명의 다른 여성이 소셜미디어에서 ‘제인 도’로 오인당했다. 이에 진짜 제인 도를 보호하고, 그와 연대하기 위해 다른 여성들이 “내가 제인 도”라고 선언하고, ‘#내가 제인 도다(#IAmJaneDoe)’ ‘#미투(MeToo)’ 등 해시태그와 함께 성폭력 피해 경험을 밝히는 움직임이 SNS에서 확산되고 있다.
신상 털기의 피해자가 된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생은 WP에 정의를 추구하려는 인간의 충동을 이해한다면서도 “군중 심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쉽게 확산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항상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괴롭힘을 연구하는 미시간대의 사리타 셰네베크 교수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신상 추적에 나선 이들이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사건의 관련자를 잘못 지목하는 일은 오래전부터 반복돼 왔다고 WP는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이다. 당시 결승선 인근에서 폭탄이 터졌을 때 실종 상태였던 브라운대 학생이 온라인에서 테러범으로 잘못 지목된 바 있다. 이 학생은 폭탄 테러가 발생하기 한달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사건 발생 후 용의자일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지목됐었다.
셰네베크 교수는 무고한 사람이 잘못 지목되면서 입은 피해는 사실관계가 바로잡힌 뒤에도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잘못된 정보가 한번 퍼지면 정정된 내용이 최초의 주장만큼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