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 DeportesNFL: Jahmyr Gibbs se convirtió en la figura de la Semana 3InquirerPiston prefers tax-free oil products to P1 fare hikeESPNNo. 8 Liberty keep foot on gas to eliminate top-seeded LynxDaily MaverickMexico’s National Guard debuts tiny Chihuahua recruitThe Jerusalem PostCanadian Jews considering immigration to US under Trump amid increasing fear of antisemitismUOLVínculos com Lula, Flávio Bolsonaro e Cláudio Castro marcam debate entre candidatos no RJХабрGreenplum как расширение PostgreSQL 19SCMP ChinaSlow is beautiful: China launches war against AI drama, goes beyond algorithmsBusiness AMBusiness AM Sudoku’s 30-09-2026La Tercera“El Estado se habría quedado con un solo proveedor”: FNE explica por qué no pidió excluir de contratos públicos a empresas acusadas de colusión por vales de alimentaciónColliderThe 10 Best Stephen King Audiobooks, RankedLenta.ruВ России указали на препятствия Евросоюза на пути к мирным переговорам
The Daily Newsstand · Free, Always
Wednesday, September 30, 2026

미로에 갇힌 범죄 피해자…김가을씨가 ‘디디 변호사’가 된 이유

Translate
김가을(가명)씨가 스토킹 피해 뒤 구비한 실내 홈캠, 현관문 열감지센서·이중 장금장치, 후추 스프레이·호루라기 등 각종 안전장치와 호신용품. 김가을(가명)씨 제공
김가을(가명)씨가 스토킹 피해 뒤 구비한 실내 홈캠, 현관문 열감지센서·이중 장금장치, 후추 스프레이·호루라기 등 각종 안전장치와 호신용품. 김가을(가명)씨 제공

광고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0월2일부터 검사의 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되고, 수사는 경찰·중대범죄수사청이, 공소 제기·유지는 공소청이 전담한다. 한겨레는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이 몰고 올 파장과 우려, 대책을 8회에 걸쳐 다뤘다. 이번 기획 시리즈의 마침표는 제도 변화의 거대한 톱니바퀴에서 결코 소외되어서는 안 될 ‘범죄 피해자’ 이야기다. 형사소송법 개정의 궁극적 지향점은 국민 보호에 있다. 형사 절차의 대변혁 시기에 국가가 왜 피해자의 목소리에 가장 먼저 귀 기울여야 하는지, 새 법과 제도가 피해자 보호의 실질적 울타리가 되기 위해 채워야 할 마지막 퍼즐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통화했던 경찰관에게 다시 연락해서 112 안전조치랑 잠정조치 신청해달라고 하세요.”

스토킹 피해자 7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닉네임 ‘디디’ 김가을(가명)씨의 메시지가 뜨고, 불안에 떨던 피해자의 답장이 이어졌다. 가해자의 연락을 차단해야 할지, 경찰서에 어떤 서류를 들고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피해자의 질문이 밤낮없이 쏟아졌다. 불안과 공포 속에서 ‘디디’와 다른 피해자들은 스토킹처벌법 조항과 수사기관 수사준칙, 범죄피해자 지원 매뉴얼까지 짚어가며 함께 길을 찾았다.

이별을 통보한 연인에게 스토킹 피해를 당한 뒤 2년, 김씨가 마주한 국가의 피해자 보호 체계는 출구 없는 ‘미로’였다. 안전을 보장받으며 가해자의 책임을 묻는 길목은 군데군데 끊겨 있었고, 절차를 되물을 때마다 “그런 규정은 없다”, “직접 신청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보복 범행에 대한 공포로 가게 문을 닫고 각종 호신용품을 구비한 채 은둔하는 동안, 김씨는 법령과 수사규칙을 파고들며 독학했다. 그가 읍소하며 쟁취해낸 ‘접근금지’ 결정문들은 그 안간힘의 기록이다.

광고

채팅방 피해자들은 그를 ‘디디 변호사’라고 부르곤 한다. 평범한 자영업자이자 범죄피해자였던 김씨는 황당하게도 ‘스토킹 피해 전문가’가 됐다.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제도가 피해자를 보호해 줘야 하는데, 피해자들끼리 서로를 구해야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검찰로 넘어갔으니 검사실에 말하세요”

2024년 10월, 김씨는 경찰에 첫 스토킹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한 달간 가해자의 접근을 금지하는 긴급응급조치를 내렸다. 여기까지는 신속했다.

광고

광고

스토킹처벌법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에 관한 법이다. 범죄 발생 직후 경찰이 직권으로 100m 이내 접근을 차단하는 ‘긴급응급조치(1개월)’로 급한 불을 끄고,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결정을 거치는 ‘잠정조치(접근·통신금지 최장 9개월, 유치장 유치 최대 1개월)’로 2차적 안전망을 확보한다. 사안이 위중할 경우 구속영장을 통해 가해자를 즉시 사회로부터 격리하기도 한다. 찰나의 ‘마주침’이 곧장 보복이나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호의 톱니바퀴는 어긋남 없이 맞물려야 한다.

하지만 김씨가 겪은 제도는 첫 톱니바퀴에서 멈춰 섰다. 한달 뒤 응급조치 기간이 만료됐지만, 경찰은 잠정조치 제도를 안내하지 않았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행위 신고를 받은 경찰이 잠정조치 요청 절차를 안내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김씨는 사건이 검찰로 송치될 때까지도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같은 해 12월 말, 가해자가 다시 김씨에게 연락을 해왔다.

광고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으니 검사실에 말하세요.” 공포에 질린 김씨가 경찰 수사관을 다시 찾았을 때 되돌아온 말이다. 김씨는 피해자 오픈채팅방에서 ‘잠정조치’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는 경찰의 신청과 검사의 청구로 이뤄지며, 피해자는 법률상 직접 신청권 없이 ‘요청’만 할 수 있다.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스토킹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접근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가 도입됐지만 아직 시행 전이다.

결국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피해자 김씨가 직접 했다. 김씨는 법정 서식도 없는 신청서를 손수 작성해 검찰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그 문턱 너머에서 김씨가 마주한 것은 또 다른 미로였다.

 잠정조치 연장도 ‘셀프’로

검찰은 수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답이 없었다. 의구심을 느낀 김씨는 법원에 사건 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했다. 기록을 확인해 보니, 자신이 낸 신청 서류는 어떤 처리도 거치지 않은 채 통째로 누락돼 있었다. 또 길이 끊겼다.

김씨가 대검찰청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하자, 담당 검사는 그제야 실무상 과실을 인정하고 재판부에 “피고인에게 잠정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보냈다. 김씨가 신청서를 제출한 지 9개월이 지난 뒤였고, 그사이 가해자의 추가 연락 시도에 대해 별도로 고소장을 내 법원의 잠정조치(접근·통신금지)를 간신히 받아낸 지도 이미 한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광고

어렵게 받아낸 법원의 잠정조치 결정도 무력했다. 가해자가 이미 주민등록을 말소한 채 잠적했기 때문이다. 법원 결정문이 피의자에게 송달되지 못하면 잠정조치는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 가해자에게 고지조차 되지 않은 채 첫 잠정조치 3개월의 유효기간 만료가 다가오자, 김씨는 사건을 넘겨받은 새 수사관에게 잠정조치 연장을 요청했다. 익숙한 대답이 돌아왔다.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가서 신청하시면 됩니다.” 이 역시 본래는 피해자의 연장 요청을 받은 경찰이나 검찰이 해야할 일이다.

김씨는 다시 스스로 만든 서류를 들고 법원을 향했다. 20장에 이르는 ‘셀프 탄원서’였다. 법률상 근거가 없는 문서였지만, 법원은 2025년 11월 잠정조치 연장을 허가했다. 국가의 방기와 무지 속에 길목이 끊기면, 피해자가 발로 뛰며 스스로 길을 내는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워치 반납하고 맞닥뜨린 가해자

2026년 4월, 정식 재판에 불출석하며 자취를 감춘 가해자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김씨는 스마트워치를 신청하기 위해 경찰을 찾았다.

이번에는 ‘관할 다툼’이라는 벽을 마주했다. 거주지 관할 경찰서는 “사건이 진행 중인 관할 경찰서로 가라”고 했고, 사건 관할서는 거꾸로 “신변보호는 주거지 관할서에서 신청하는 것”이라며 책임을 넘겼다. 세 차례의 전화 핑퐁 끝에 겨우 신청서가 접수됐지만, 이번에는 “스마트워치 기기 교체 시기라 신모델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말이 돌아왔다. 불안 속에 20여일을 기다린 끝에야 김씨는 겨우 스마트워치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기기를 수령한 지 12일 만에 경찰관은 기기를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수령일이 아닌 신청일 기준으로 한 달이 지났다’는 이유였다. 분노와 무력감 속에 기기를 반납한 김씨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한 경찰 내부 문건에는 ‘스마트워치 1개월 정상 지급 완료’라고 기재돼 있었다. 위험도 평가에서 ‘위험’ 판정이 나왔는데도 연장 의사를 묻는 절차조차 없었지만, 서류상 행정 처리는 ‘정상적으로’ 종결돼 있었다.

스마트워치를 반납한 2026년 5월, 앞서 두차례 연장해둔 잠정조치 9개월의 법정 시한마저 완전히 끝났다. 가해자의 도주로 1년 넘게 멈춰 선 재판 일정과 상관없이, 국가가 제공하는 법적·물리적 보호망이 일제히 사라졌다.

한달 뒤인 6월, 김씨는 다시 ‘그’와 마주쳤다. 집 근처에서 지인과 함께 카페로 이동하던 중 길거리에서 우연히 목격했다. 위험을 곧장 전할 스마트워치가 없는 상태에서 김씨는 휴대전화로 112에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순찰차 6대가 출동했고, 비로소 구속영장이 집행됐다. 수개월간 멈춰 있던 법원의 영장을 집행시킨 것은 수사기관이 아니었다. 국가의 보호에서 벗어나 있던 피해자의 목격과 신고였다.

스토킹 피해자 채팅방 대화 재구성. 생성형 에이아이(AI) 활용
스토킹 피해자 채팅방 대화 재구성. 생성형 에이아이(AI) 활용

 피해자가 다 하는 시스템

김가을씨는 매일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 누리집에 들어가 수시로 ‘새로고침'을 누른다. 구치소에 수감된 가해자가 혹시 석방되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검찰에 가해자의 구속·석방·출소와 같은 신병 변화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자신의 신고로 가해자가 체포·수감된 뒤에도 구속 사실을 통지받지 못했다. 더는 ‘제도’를 믿을 수 없었다.

매일같이 묻고 답하는 말들이 쏟아지던 오픈채팅방 대화창에 피해자들의 막막한 한숨이 번졌다. “저는 저번에 경찰관이 연장 관련해 연락 준다고 했는데 연락이 없어서 힘드네요. 이제 화나지도 않아요.” “요즘 스마트워치 반납해달라고 할 때만 경찰에서 연락이 오네요 ㅋㅋ”

가만히 화면을 보던 ‘디디’ 김가을씨도 글을 남겼다. “피해자가 열심히 알아보고, 찾아내고, 챙겨서 신청해야 하는 시스템.” 다른 피해자의 막막한 되물음이 이어졌다. “언제 바뀔까요, 바뀌긴 할까요.” 2년간 미로를 헤치며 법과 제도를 독학해 온 ‘디디 변호사’에게도, 그 질문에 내어줄 답은 없었다.

View the original on 한겨레 →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