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틀면 숨차도록 춤추던 딸…호흡기 없인 숨도 쉴 수 없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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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날 때마다 찍고 혼자 편집까지 해놨더라고요.”
아빠 ㄱ(51)씨가 스마트폰 사진첩에서 유튜버를 꿈꾸던 딸 서윤(가명·10)이 영상을 보여주었다. 지난해 5월 찍은 42초짜리 영상 속 서윤이는 노래에 맞춰 숨이 찰 정도로 제자리달리기를 하며 춤을 췄다. 허리로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는 동작까지 해낸 뒤에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잔병치레 한번 없던 서윤이를 볼 때마다 ㄱ씨는 아내와 “우릴 닮아 너무 튼튼한 거 아니냐”며 웃곤 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이달 5일, 서윤이는 서울 강남구의 한 종합병원 소아병동 병상에 잠든 듯 누워 있었다. 목에 뚫은 구멍으로 인공호흡기 관이 연결돼 산소가 들어갈 때마다 가슴과 배만 들썩일 뿐, 숨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이불 밖으로 나온 서윤이의 손은 핏기 없이 창백했다. 그사이 서윤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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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병치레 없던 아이, 수술 뒤 의식 잃기도
춤추는 영상을 찍은 지 한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6월, ㄱ씨는 서윤이 등교를 돕던 처형에게서 “서윤이가 다리를 절뚝거린다”는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깜짝 놀라 서윤이를 데리고 경남 창원의 한 종합병원으로 내달렸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을 때만 해도 큰 병원에서 으레 거치는 절차겠거니 여겼다. 하지만 의사로부터 “머리에 위치가 좋지 않은 종양이 있으니 서울 대형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이 돌아왔다.
처음 찾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치료가 어려운 병이니 창원에 내려가 아이와 좋은 시간을 보낼 준비를 하라”고 했다. 두번째로 찾은 병원의 의료진 역시 “수술하기 힘든 부위라 정확한 진단을 위한 조직검사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런데 검사를 하루 앞두고 서윤이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당일 긴급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은 3시간 만에 끝났지만, 서윤이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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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는 가족에게 연락해 마지막 인사를 준비했다. 그런데 가족이 모두 병원에 모이기로 한 날, 서윤이가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수술 일주일 만이었다. “서윤이가 스스로 삶의 의지를 놓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게 너무 고마워서 ‘나도 끝까지 치료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뇌 중심 파고든 악성종양…자가 호흡마저 어려워져
“서윤이가 공부 중에 연필을 느슨하게 잡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왜 꽉 안 쥐고 이렇게 집냐’고 말했는데, 그때라도 조금 더 일찍 눈치챘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서윤이가 수술을 받은 뒤 ㄱ씨는 줄곧 자책을 거듭했다. “아빠 엄마 잘못이 아니다”라는 의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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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조직검사 결과 확인된 서윤이의 병명은 ‘미만성 정중선 신경 교종’. 시상과 척수 등 뇌 한가운데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유전자 변화로 조절 기능이 망가진 암세포가 빠르게 자라는 병이다. 뇌에 퍼져 자라는 탓에 수술로 종양을 떼어 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구 10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주로 5~10살 아이에게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8~9월 서윤이는 30회에 걸쳐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항암 치료에 들어갔다. 그러나 수술 후 거동이 불가능해진데다 음식물조차 삼키지 못해 콧줄로 영양을 공급받는 서윤이의 체력으로는 표준 항암제를 버텨낼 수 없어 저용량 치료에 머물고 있다.
진단 후 1년 남짓한 동안 여러차례 고비가 이어졌다. 치솟는 뇌압을 조절하기 위해 우회로를 내는 수술을 추가로 받았고, 지난해 11월에는 감염 위험을 줄이고자 위에 직접 영양을 공급하는 위루관을 삽입했다. 올해 5월에는 경련과 호흡곤란으로 다시 중환자실에 실려 갔다. 결국 지난 6월 스스로 숨을 쉬기 힘들어져 기관절개술을 받았고, 지금은 목에 삽입한 관과 외부 호흡장치에 의지해 숨을 잇고 있다.
서울엔 엄마와 서윤이, 창원엔 아빠와 남동생
글쓰기를 좋아해 전국 백일장 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던 서윤이는 수술 이후 말조차 할 수 없게 됐다.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만 해도 팔다리를 조금씩 움직였지만, 이제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깜빡이는 게 가능한 소통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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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한번꼴로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재활병원과 대형 병원 응급실을 오가야 했기에 누군가 24시간 곁을 지켜야 했다. 간호사였던 엄마 ㄴ(45)씨는 휴직하고 서울에 남아 서윤이 간호에 집중했다.
그때부터 온 가족이 서울과 창원으로 갈라져 생활하기 시작했다. 1년간 들어간 의료비만 2억5천만원을 훌쩍 넘겨 ㄱ씨는 창원의 일터를 비울 수 없었다.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초등학교 2학년 남동생 ㄷ(8)군도 아빠와 함께 창원에 남았다. 두 사람은 평일엔 창원에서 지내다 주말과 공휴일이면 어김없이 서울로 향했다. 재활병원 특성상 온 가족이 병실에 머물 수 없어 아빠는 병원 로비 소파에 기대어 쪽잠을 청했고, 연휴에는 인근 모텔을 전전했다.
ㄱ씨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서윤이에게 시간이 길지 않을 수도 있으니 가족끼리 조금이라도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지 싶어 쉬는 날이 생기면 하루라도 서울에 오거든요. 그럴 때마다 학원도 가고, 나가 놀 때인데 싫은 소리 없이 누나를 만나러 오는 아들한테 정말 미안하죠. 한편으론 저 혼자였으면 버티기 힘들었을 텐데, 옆에 아들이 있으니 제가 오히려 의지했던 것 같아요.”

유일한 희망 신약…“딸과 소소한 일상 나눌 날 오기를”
모아 뒀던 돈을 치료비로 모두 쓴 상황에서, 창원과 서울을 오가며 들어가는 비용도 월 150만원에 이른다. 기존 항암 치료에도 병세는 점차 악화했다. 그러던 중 서윤이와 같은 미만성 정중선 신경 교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약 ‘모데이소’가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가속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완치는 어렵더라도 서윤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표적 치료제라는 소식에 의료진과 논의 끝에 이 약을 쓰기로 했다.
문제는 약값이다. 국내에선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신청하면 미국에서 들여올 수 있는데, 1개월분(10캡슐) 가격이 약 8200만원에 이른다. 1회 구매 시 최소 2개월분을 주문해야 해 한번에 1억6400만원이라는 거액이 필요하다. 다행히 주변의 도움으로 지난 8월부터 약을 먹기 시작했지만, 추가 구매가 절박한 상황이다. 보통 약효를 확인하는 데 8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ㄱ씨는 “의학 기술이 발전해 더 좋은 약이 나올 때까지 서윤이 상태를 유지라도 하는 게 목표”라며 “국내에 허가를 받으려면 4~5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순 없었다”고 말했다.
병마가 덮치기 전 남긴 또 다른 영상에서 서윤이는 인형 상황극을 하며 쉴 새 없이 조잘조잘 말을 이어갔다. ㄱ씨는 딸과 소소한 일상을 말하는 날이 다시 오기만을 바란다. “서윤이가 좋아하는 딸기케이크도 사주고 싶고, 동생이랑 같이 데려가고 싶은 곳도 아직 너무 많아요. 조금 더 힘을 내서 서윤이가 아빠한테 그럴 시간을 허락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하시려면
서윤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분은 계좌(기업은행 035-100411-01-456, 예금주: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재단)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다른 방식의 지원을 원하시면 초록우산(1588-1940)으로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후원에 참여하신 뒤 초록우산으로 연락주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금 목표액은 3천만원이며, 후원금은 서윤이의 신약 구입비 등으로 쓰일 예정입니다.
보도 이후
한겨레와 밀알복지재단이 함께한 ‘나눔꽃 캠페인’을 통해 소이증, 선천성 심장질환 등을 앓고 있는 2살 서준이의 사연이 소개(한겨레 9월15일치 10면)된 뒤 174분께서 “서준아 건강히 자라렴”, “서준아 파이팅해” 등 따뜻한 메시지와 함께 830만5300원(10월11일 기준)의 정성을 모아주셨습니다.
밀알복지재단은 “서준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따뜻한 응원을 보내준 모든 후원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전해주신 소중한 마음은 서준이네 가정에 잘 전달하겠다” 하고 전해 왔습니다. 후원금은 서준이의 재활치료비, 의료 소모품비, 긴급생계비 등으로 씁니다. 모금 목표액인 1500만원을 초과한 금액은 서준이처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장애아동에게 지원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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