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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5, 2026

억제와 확전 사이…러-우 전쟁 위험한 줄타기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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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남동부 외곽에 있는 러시아 석유 생산업체 가스프롬네프트의 정유소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고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남동부 외곽에 있는 러시아 석유 생산업체 가스프롬네프트의 정유소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고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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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 | 세종연구소장

에스토니아 국방부가 후원하는 발트 국방 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탈린에 다녀왔다. 유럽의 고위 장성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한 회의 분위기는 매우 진지했고 결의에 차 있었다.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승리를 위한 유럽의 정치·군사적 각성을 촉구하며, 유럽을 겁주고 분열시키려는 러시아의 시도에 결코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유럽 각지에서 발생하는 방화와 폭발, 정체불명의 드론 출몰 등을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격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대응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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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전선은 거의 고착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나토와 러시아 사이의 군사적 긴장은 위험한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폴란드 국경에 인접한 우크라이나 서부의 철도 시설이 공습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영국과 스웨덴 전 총리 등이 탑승한 열차가 가까스로 화를 면했다. 러시아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드론이 리투아니아 영공에서 나토 전투기에 격추되는가 하면, 발트해에서는 러시아 호위함이 정찰 중이던 덴마크군 헬기를 향해 비상 조명탄을 발사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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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서방의 대응 역시 대담해지고 있다. 대전차 무기와 휴대용 방공무기 등 방어적 성격의 무기에 집중됐던 지원은 포병과 전차를 거쳐 전투기와 장거리 타격 체계로 확대됐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는 대규모 드론을 동원해 러시아의 영토 깊숙한 곳의 전략폭격기 기지를 공격하는 대담한 작전을 감행했고, 이후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전역에 대한 공격을 거침없이 이어가고 있다. 냉전 시대였다면 제3차 세계대전의 위험 때문에 상상하기 어려웠을 일들이 어느새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다.

유럽이 이처럼 대담해진 데에는 러시아 역시 전쟁의 비용과 고통을 체감해야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종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확전이 두려워 위축된다면 러시아에 더 많은 행동의 자유를 허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가 수년, 심지어 수개월 내에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정보 판단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인접한 폴란드, 발트 3국 등을 중심으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군사적 대비가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유럽의 비난을 일축하면서, 일각에서는 나토와의 충돌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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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억제와 확전이 언제나 아슬아슬한 긴장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절제는 억제의 실패를 부를 수 있지만, 억제 논리에 매몰된 과도한 위험 감수 역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 재앙이란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 충돌이며, 그 너머에는 핵전쟁의 위험이 놓여 있다. 아직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심각하게 고려할 만큼 위험한 상황에 이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쟁이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 충돌로 확대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러시아가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상쇄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결국 핵무기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유럽이 러시아를 공격한다면, “완전히 다른 전쟁이 될 것이며, 그 전쟁은 매우 짧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전쟁의 출구를 찾으려는 진지한 노력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지난해 앵커리지 미-러 정상회담이 마지막 포괄적 노력이었고, 이후에는 단발적 외교 접촉만 이어지고 있다.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승리, 결의, 억제와 같은 군사적 구호들이다. 양쪽 모두 상대방 인내의 임계점을 시험하는 위험한 게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는 러시아와 유럽 모두 진지하게 자문해야 한다. 무엇을 얻고자 하며, 어디까지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양보의 대가와 확전의 위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치명적인가?

역사에는 서로 다른 두개의 경고가 존재한다. 제2차 세계대전은 히틀러의 침략을 초기 단계에서 단호하게 억제하지 못한 유화정책의 실패 사례였다. 반면 제1차 세계대전은 상호 공포와 동맹의 족쇄가 재앙으로 이어진 확전 관리의 실패 사례에 가깝다. 오스트리아와 세르비아 사이의 발칸 전쟁으로 그칠 수도 있었던 사건이 결국 유럽 대륙 전체를 집어삼키는 대전쟁으로 비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미래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전쟁은 침략자의 야욕과 기획으로 시작되기도 하지만, 두려움과 오판이 겹치면서 터져버릴 수도 있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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