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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21, 2026

4년 전 ‘휘발유 난동’ 구속에도 같은 건물 또 불내…‘특허 앙심’ 70대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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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는 등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는 등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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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낮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건물 두곳에서 잇따라 불이 나 중상자 5명을 포함해 19명이 다치고 수십명이 긴급 대피했다. 연쇄 방화를 저지르고 도주했다 붙잡힌 70대 남성 용의자는 이날 불이 난 특허법인들을 4년 전에도 찾아가 휘발유를 뿌리며 난동을 부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은 자신이 개발한 운동기구 특허 문제로 해당 특허법인들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54분께 강남구 역삼동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의 신명빌딩 3층에서 불이 났다. 이어 7분 뒤인 낮 12시1분께, 직선거리로 약 200m 떨어진 10층짜리(지하 2층) 한양빌딩 4층에서도 불길이 치솟았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 두곳은 모두 특허법인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곳이다.

경찰은 불이 난 지 약 4시간20분 만인 오후 4시16분께 용의자인 70대 남성 이아무개씨를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근처에서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이날 오전 11시 이전 서울 강서구 주거지에서 인화물질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나왔고, 범행 직후 택시와 도보 등을 이용해 동대문구 방면으로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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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이날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로 압송되면서 기자들에게 “특허법인에서 사기를 쳐서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범행 준비 기간에 대해서는 “3일 됐다”며, “특허법인에서 사기 쳐서 (그랬다). 2000년도에 특허를 냈는데 사기 쳐서. 사기 친 이거 사진 찍어달라”고 준비해 온 서류를 내보이기도 했다.

실제 이씨는 4년 전에도 같은 특허법인들을 찾아가 휘발유를 뿌리며 난동을 부린 혐의로 구속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가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2019년 피해 특허법인들에 자신이 개발한 ‘균형잡기 운동기구’의 국내외 디자인 등록 및 특허 출원을 의뢰하며 종이 등록증 발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특허법인 쪽이 “유럽 일부 국가는 정책상 종이 등록증을 발급하지 않아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특허 갱신료 등 추가 비용을 요구하자,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해 앙심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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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방화 혐의로 체포된 70대 남성 이아무개씨가 화재 발생 전 인화 물질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건물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TV
20일 방화 혐의로 체포된 70대 남성 이아무개씨가 화재 발생 전 인화 물질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건물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TV

이씨는 2022년 12월29일 꿀 페트병 4개에 휘발유 2리터를 나눠 담고 가스라이터와 가위를 챙겨 피해 특허법인 2곳을 연달아 찾아갔다. 이어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며 가스라이터를 켜는 시늉을 하거나 가위로 찌를 듯이 위협했다. 결국 이 사건으로 이씨는 특수협박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4년 뒤인 이날, 이씨의 반복된 방화 시도는 결국 끔찍한 화재로 이어졌다. 한양빌딩에 입주해 있는 한 업체 직원은 “처음에는 단순 연기인 줄 알았는데 탕비실 쪽에서 배터리가 폭발하듯이 불길이 번졌다”며 “대피하려고 하는데 2초도 안 돼 검은 연기가 뒤덮어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불길이 너무 세서 구석 방으로 피신한 뒤 창문을 깨고 탈출했다”며 “탈출 후에도 건물 내부에서 외침이 계속 들렸고, 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창문을 깨고 하나씩 구조됐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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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가 소방 사다리로 목숨을 구한 이들도 있었다. 인근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주방 뒤편 문 쪽에서 ‘사람 살려’라는 비명이 들려 가 보니, 건물 3층 계단 난간에 두명이 매달려 있었다”며 “급히 소방대원에게 사다리차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너무 놀라 아직도 진정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쇄 화재로 두 건물에서 중상자 5명을 포함해 총 19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신명빌딩에서는 중상 2명, 경상 9명 등 총 11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60여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30대 여성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자가호흡을 회복하기도 했다. 다른 중상자 1명은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어 화상 전문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양빌딩에서도 중상자 3명을 포함해 8명이 연기 흡입 등의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수법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서유리 기자 glass@hani.co.kr 이연주 기자 bg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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