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로봇, AI와 만나다…“오늘의 기계는 매끄럽게 말해”

광고
25일 방문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전시4관에서는 줄에 묶인 채 몸을 늘어뜨린 인간형 로봇을 볼 수 있었다. 한 관람객이 “너는 누구야?”라고 묻자 “에이아이(AI)”라고 답한 로봇은 “행복하냐”는 질문에 “행복이라는 감정이 내게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순간 너와 이렇게 있는 건 나쁘지 않아”라고 말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반대편에는 알루미늄 막대로 엉성하게 만든 또 다른 로봇이 보였다. 귀는 마이크, 눈은 전구, 발은 바퀴로 만든 이 로봇은 스스로 움직이기보다는 사람이 무선 조종기로 조종하는 방식이었다. 로봇 옆에서는 이 로봇이 비틀거리며 인파가 붐비는 길거리를 걷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이 로봇들은 비디오아트 창시자 고 백남준(1932~2006) 작가가 60여년 전 제작한 로봇 ‘케이(K)-456’와 노진아(51) 작가가 최근 제작한 ‘네르바 아티피시아’ 작품이다.
광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23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아트-테크놀로지 축제 ‘에이시티(ACT) 페스티벌’을 열어 백남준의 ‘케이-456’ 등 10개국 29개 팀(작가)의 융복합 작품을 선보인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는 백남준의 ‘케이-456’과 현대의 인공지능 로봇 등을 통해 기술의 발전과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자리다.
백남준이 1964년 만든 ‘케이-456’(백남준아트센터 소장)은 무선 조종으로 미국 뉴욕 거리를 걸으며 스피커로 된 입에서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을 틀고 배변하듯 콩을 배출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 로봇은 1982년 횡단보도를 건너다 자동차에 치이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인류는 완벽하게 작동하는 로봇을 꿈꾸고 있지만 아직은 고장과 오작동을 일으키는 기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전달한다.
광고
광고

‘인공 신경’이라는 뜻의 ‘네르바 아티피시아’ 작품은 관객이 말을 걸면 대답하고 시선과 표정을 미세하게 바꾼다. 막힘 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지만 엉뚱하거나 그럴듯하게 지어낸 대답이 섞여 있다.
문화전당은 “ 60여년 전의 기계가 몸으로 비틀거리며 자신을 드러냈다면 오늘의 기계는 너무 매끄럽게 말해서 기계라는 사실을 알아채기 어렵다”며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광고
이번 전시에서는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을 추모하는 가상현실 작품도 선보인다. 캐나다 출신 발리 푸굴랭의 작품 ‘트레이스: 애도의 프로세서, 광주에서’는 작가가 2주간 광주에 머물며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을 만나고 무등산과 광주의 역사를 조사해 만들었다. 관람객들은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한 채 가상의 숲과 언덕을 거닐며 상실감과 슬픔을 어루만지고 떠나보내는 과정을 통해 치유와 연대를 느낄 수 있다.
그 밖에 연극과 가상현실(VR) 등을 결합한 몰입형 확장현실(XR) 작품 ‘블러’, 인공지능 영상처럼 보이지만 실제 사람이 연기한 ‘안녕 춘추각’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김상욱 문화전당장은 “60여년 전 뉴욕 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백남준의 로봇부터 오월 어머니들의 목소리를 품은 가상의 숲까지, 이번 페스티벌은 앞만 보고 달려온 기술의 시대에 잠시 멈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자리”라고 말했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