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10년 후에도 안 망할 것 같아서요”...금융권 채용박람회 가봤더니

4대 금융 올 상반기 순익 11조
증시호황 타고 역대급 실적
“억대 연봉에 복지 좋아 도전”
구직자 몰려 발디딜 틈 없어
고졸 상담부스도 학생들 몰려
은행 모의면접 부스 인기폭발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에만 당기순이익 11조3392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10조3254억원)보다 1조원 넘게 늘어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증시 호황을 탄 증권 계열사들이 실적을 힘차게 끌어올렸다.
호황은 곧 두둑한 보수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각 금융지주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임직원이 올 상반기 받은 급여는 평균 1억850만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750만원 많은 액수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4대 금융 임직원의 올해 평균 연봉은 지난해 1억7600만원을 넘어 2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역대급 실적과 억대 연봉 소식에 열광하듯 지난 20일에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아침부터 정장 차림의 구직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잠시 숨을 돌리는 휴식 공간에서도 사람들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준비해 온 자료를 외우고 있었고, 상담 창구마다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열기는 곳곳의 표정에 묻어났다. 클리어파일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가지런히 끼워 넣은 이들이 대본을 외우듯 입속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렸고, 면접을 앞둔 이는 짧게 심호흡을 했다. 상담이 끝나자마자 들은 내용을 놓칠세라 무언가를 받아 적는 손도 보였다.
은행 부스 쪽으로 자리를 옮기자 모의면접이 한창이었다. “모의면접 예약하고 오셨나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관계자가 순서를 확인하는 사이, 지원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렸다. 면접이 시작되자 면접관들은 실제 채용처럼 진지하게 질문을 던졌고, 마주 앉은 지원자들의 어깨에는 긴장이 그대로 묻어났다. 사전 신청을 받아 진행되는 이 모의면접은 우수자로 뽑히면 다음 공개채용에서 서류전형을 면제받을 수 있어 특히 인기가 높았다.
면접을 마치고 나온 한 구직자는 “복지도 좋고 연봉도 좋아서 자연스럽게 은행이나 금융권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도 금융권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아 체감이 될 정도”라며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는 것 같아 압박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런 관심은 청년 구직자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박람회 한쪽에 마련된 고졸 취업 상담 부스 앞에도 고등학생들이 줄지어 상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일찌감치 취업으로 방향을 튼 청년들부터 비행기와 KTX를 타고 지방에서 먼 길을 마다 않고 올라온 학생들까지, 금융권을 향한 열정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미 진로를 확고히 정하고 찾아온 수많은 구직자에게 이곳은 금융권 취업을 향한 당찬 첫 출발점이었다.
금융권은 10년 뒤에도 ‘꿈의 직장’일까?
“요즘 다들 은행 준비한다더라.”
청년들 사이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임금과 채용 안정성 등을 이유로 많은 청년이 은행이나 금융회사를 ‘꿈의 직장’으로 여기고 있다. 이번에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는 저마다의 이유로 꿈을 위해 준비하는 청년들이 가득했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1년에 한 번 열던 이 박람회를 두 번으로 늘리고, 그중 한 번은 수도권 외 지역에서 열겠다고 밝혔다.
월급이 오르고 뽑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소식은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정보다. 실제로 취업을 준비하는 10·20대는 ‘얼마를 벌 수 있는지’ ‘취업이 잘되는지’ ‘한 번 들어가면 오래 다닐 수 있는지’ ‘나에게 잘 맞는 일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진로를 정한다. 박람회에서 만난 A씨는 은행을 준비하는 가장 큰 이유로 ‘고용 안정성’을 꼽았다. 마케팅 일을 하다가 은행으로 진로를 바꾼 B씨는 “금융권은 일한 만큼 확실하게 보상해준다”는 점에 끌려 진로를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청년들이 금융권으로 몰리는 것은, 월급과 채용 소식 등 눈에 보이는 정보를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월급이 많다’ ‘뽑는 사람이 늘었다’ 같은 실제 정보를 보고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조금 다른 일이 벌어진다. ‘다른 사람들도 그쪽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정보처럼 작용해서 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실제 상황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한곳으로 몰리게 될 수 있다.
박기홍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임금 상승이나 채용 확대 같은 실제 경제적 유인에서 이동이 시작되지만, 이후에는 다른 사람의 선택 자체가 하나의 정보가 되어 이동을 증폭시킨다”며 “이 과정이 반복되면 쏠림이 필요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렇게 한곳으로 몰리는 현상이 너무 심해지면, 몇 년 뒤에는 오히려 상황이 반대로 흘러갈 수도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거미집 모형(코브웹 모형)’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한다.
금융권이 잘나간다는 소식을 들은 고등학생과 청년들은 관련 전공을 선택하거나, 자격증을 따는 등 준비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렇게 준비를 시작한 사람들이 실제로 취업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보통 2~4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그사이에 산업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준비했던 청년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월급이 오르는 속도도 느려질 수 있다. 게다가 몇 년 사이 경기나 기술의 흐름, 기업이 돈을 쓰는 방향이 바뀌어서 그 일자리가 예전만큼 필요하지 않게 된다면, 월급이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이번에는 반대로 그 분야를 준비하려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보와 실제 공급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차가 존재하는데,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수요와 공급이 서로 어긋나는 것이 거미집 모형의 기본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사이에 그 산업이 사람을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면 이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박 교수는 “몇 년 뒤에도 산업 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하면 인력 공급이 늘어도 과잉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미집 모형은 ‘정보와 공급 반응 사이의 시간차가 시장 변동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눈앞의 쏠림만 보고 따라가면, 정작 내가 취업 시장에 나설 몇 년 뒤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있을 수 있다. 윤 교수는 “지금 금융권으로 청년들이 몰리고 있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가기보다는, 내가 실제로 취업 시장에 뛰어들 몇 년 뒤에도 그 산업이 여전히 사람을 필요로 할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시사경제신문 ‘틴매일경제’를 만나보세요. 한 달 단위로 구독할 수 있어요.
김덕식 기자·김주원·이건우 인턴기자
KB금융
105560 KOSPI
171,600 ▲ 2.08%
KB금융을 포함한 4대 금융지주가 상반기 당기순이익 11조3392억원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증시 호황을 탄 증권 계열사의 선전이 전체 이익을 견인했으며 임직원 평균 급여 역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업계에서는 역대급 실적과 채용 열기 속에서도 공급 과잉과 시장 변동성이 향후 실적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신한지주
055550 KOSPI
109,700 ▲ 0.83%
4대 금융지주가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임직원 평균 급여가 1억850만원으로 올랐습니다.
실적 호조와 고용 안정성이 부각된 신한지주 등 금융권 채용박람회에 구직자들이 대거 몰렸습니다.
보수 상승이 우수 인재 확보를 돕는 반면 인건비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나금융지주
086790 KOSPI
136,000 ▲ 1.80%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한 4대 금융지주가 상반기 실적 호조와 함께 공동채용박람회를 성황리에 개최했습니다.
역대급 실적과 급여 상승이 금융권 일자리의 안정성 인식을 강화한 배경입니다.
전문가들은 인력 쏠림 현상에 따른 향후 수급 변화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
316140 KOSPI
33,900 ▲ 2.88%
4대 금융지주가 상반기 당기순이익 11조3392억원을 거두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역대급 실적과 억대 연봉 소식에 힘입어 청년 구직자들이 금융권 채용 박람회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다만 취업 준비 인력이 한꺼번에 유입될 경우 향후 채용 경쟁 심화와 임금 상승 속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주의사항 : 본 서비스는 AI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모든 내용은 투자 권유 또는 주식거래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신고하기
신고 사유 선택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