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위한 당사자들 논의 시작하자”…이재명 대통령 ‘다자 협의’ 첫 제안
경축사 하는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81주년 광복절 경축사서 언급
‘북한 핵 능력 동결’ 우선 목표로 제시…‘비핵화’가 최종 목표
미·중 포함 다자 대화로 ‘종전’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단계적 구상
“남과 북 서로 존중, 불필요한 대결 멈춰야…선제·지속적 평화 조치”
“친일 행위자 재산 환수” 강조…위안부·강제동원 직접 언급은 안 해
이재명 대통령은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서로에 대한 상호 위협 의사를 내려놓고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며 “이를 통해 북의 핵 능력 고도화를 멈출 실효적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참여하는 다자 대화를 통해 종전선언과 북핵 동결을 먼저 이끌어내고, 이를 발판 삼아 한반도 평화체제와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겠다는 단계적 구상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전쟁을 종식하고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여정에 나서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이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다자 협의를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종전 논의의 ‘당사자들’에 해당하는 국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참여하는 4자 대화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부는 지난 5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남북 및 미·중 간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끌어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려면 정전협정을 체결한 당사국들(미국·중국·북한)이 만나서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3자일지 4자일지 특정할 수 없지만 이 대통령이 다자적 구도를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법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비핵화를 직접 언급했지만, 올해는 북한 핵 능력 고도화 중단을 우선적인 목표로 제시했다. 다만 비핵화를 최종 목표에서 제외하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는 곧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촉진하고 핵 없는 세계를 향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핵·미사일 동결을 대화의 입구로, 완전한 비핵화를 출구로 하는 단계적 접근 방식을 제안한 셈이다.
이 구상의 배경에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장기간 이어진 남북, 북·미 대화 교착 상태가 놓여 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핵무력 강화 노선을 헌법에 명시하고, 북·미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해왔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추가 고도화를 막는 핵 동결을 현실적인 1차 목표로 삼고 종전선언 논의를 병행해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내려는 실용주의적 노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북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대북정책 3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를 구체화한 3단계 평화공존 구상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포용적 평화공존’ ‘싸울 필요가 없는 안정적 평화공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공존’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남과 북이 서로를 존중하고 불필요한 대결을 멈춰야 한다”며 “인식과 규범, 제도에서부터 적대성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남북 상호 존중에 부합하는 북한 호칭과 함께 ‘주적’을 대체할 표현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긴장과 갈등을 통제할 제도, 위기와 확전 방지를 위한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한반도 주변의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평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선제적 평화 조치로는 정부가 2024년 6월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등을 이유로 효력을 정지한 9·19 군사합의 복원이 거론된다.
한·일 간 과거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오늘까지도 과거의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계신다”며 “한·일관계의 역사에는 갈등도 있었지만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처럼 과거를 직시하는 용기와 진정성을 토대로 미래를 열고자 했던 노력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우리가 만들어갈 새로운 한·일관계의 빛은 아픔을 감내하고 계신 분들께 따뜻한 온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를 담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함으로써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친일재산귀속법이 공포된 만큼,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 부당 축적했던 재산을 조사·환수해 역사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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