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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5, 2026

절교하고 싶은 친구, 지리산 [똑똑!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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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아이들과 함께 오른 지리산 노고단 봉우리. 강지나 제공
지난달 15일 아이들과 함께 오른 지리산 노고단 봉우리. 강지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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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나 | 교사·‘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저자

“지리산을 도대체 왜 가야 해요?” 2월부터 아이들이 던진 질문이다. 이유는 많다. 실상사작은학교가 지리산 자락에 있고, 중학교 1학년 때 지리산 종주를 하는 것이 전통이기 때문. 지리산은 민족의 영산으로 의미가 남다르며, 친구들과 함께 어려움을 겪어보는 경험이 소중함. 하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아이들은 지리산 얘기만 하면 “으악~~~!” 소리를 질렀다. 어른들도 지리산 종주는 큰 도전으로 여기는 일이니, 아이들이 격하게 반응하는 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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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의 지리산 종주 준비는 2월부터 시작했다. 수시로 숲길을 걷고 학교 근처 암자들을 찾았다. 지리산과 관련된 상식을 반복해서 공부했다. “지리산은 3도, 전남, 전북, 경남에 걸쳐져 있고, 시군으로는 하동, 구례, 남원, 함양, 산청에 닿아 있는 큰 산이다.” “지리산의 봉우리는 노고단, 반야봉, 천왕봉 등이 있다.” 6월에는 지리산과 관련된 역사와 문화 탐방을 다녔다. 정유재란 때 승병과 의병이 일어난 석주관성과 칠의사 사당을 찾고, 여순항쟁의 격전지인 문수골과 문수분교를 탐방했다. 폐교가 된 문수분교는 90여년 전 초등학교이다. 아이들은 시간여행을 하듯 신기하게 교실 안을 들여다봤다. 문화 탐방으로 지리산의 대표적인 사찰인 화엄사와 천은사도 답사했다. 절 마당에 앉아서 절에 얽힌 설화들을 학생들이 조사해서 발표했다. 나중에 다시 물어보니 화엄사의 사사자 삼층석탑과 천은사의 구렁이 이야기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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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아이들은 종주를 앞두고 실질적으로 산행을 준비했다. 우선 코펠 밥 짓기를 배웠다. 실상사작은학교는 생태적 삶을 지향하기 때문에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생활을 한다. 산에 가서도 쌀을 씻어 밥을 하고, 준비해 간 재료로 찌개를 끓여야 한다. 삼층밥을 짓지 않아야 한다면서 아이들은 진지한 얼굴로 임했다. 지리산에 아무것도 버리지 않기 위해 누룽지 끓여 그릇 씻어 먹기, 남은 밥으로 주먹밥 만들기 등을 연습했다. 올해는 특별히 ‘야생생물보전원’에서 지리산과 반달곰 강의를 해주고, 직접 볼 기회를 줬다. 불의의 사고로 보호받고 있는 개체들이었지만 아이들은 가까이에서 반달곰을 보고 엄청 신기하게 여겼다. 지리산에 가서 반달곰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자주 얘기를 나눴다. 지리산이 점차 힘겨운 대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로 다가오고 있었다.

드디어 출발일. 2학년 선배들이 응원차 배낭을 대신 들어주고 노고단 봉우리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 신난 아이들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도시락을 싸고, 성삼재에서 첫발을 뗐다. 출발할 때 한 친구가 “이게 실화예요?” 외쳤다. 2월부터 준비해온 지리산을 진짜 오른다는 경탄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어느 정도 올라가자 다른 학교에서 온 동년배 친구들을 만나고, 여러 어른의 격려를 들으면서 점점 힘을 내어 열심히 산을 올랐다. 중간중간 만나는 절경 앞에서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기도 하고, 점심 먹고 잠시 눈을 붙이라고 하면 금세 코를 골았다. 걷다가 용변이 마려우면 ‘작은 곰/큰 곰을 만나고 오겠다’라는 암호를 사용했다. 빨리 앞서서 걷고 싶은 아이, 뒤에 처지는 아이가 있지만 서로 독려하며 앞뒤에서 함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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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지리산 장터목 가는 길. 강지나 제공
지난달 16일 지리산 장터목 가는 길. 강지나 제공

연하천과 벽소령, 세석고원을 거쳐 장터목에서 자고 셋째 날 새벽 4시 반, 일출을 보러 천왕봉을 올랐다. 운무가 많고 비바람이 부는데다가 사위가 보이지 않는 깜깜한 길을 아이들은 씩씩하게 걸었다. 해 뜨는 6시10분까지, 준비해 온 침낭을 뒤집어쓰고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며 추위와 어둠을 이겨냈다. 짙은 구름에 가려 결국 떠오르는 해님은 못 봤지만,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왜냐면 천왕봉에 올랐으니까!

“인생에 한번쯤은 해볼 만한 일인 거 같아요. 하지만 두번은 안 돼요!” “지리산은 절교하고 싶은 친구예요!” “우와~ 저게 우리가 다녀온 천왕봉이에요?” 내려와서 아이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이젠 다들 왜 지리산 종주를 하는지 깨달은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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