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아파트 주담대, 더 깐깐해진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고가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에 더 많은 자기자본을 쌓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은행 입장에서 대출금액이 같아도 고가 아파트보다 중저가 아파트 대출을 취급하는 게 유리해지도록 제도를 정비할 방침이다. 고가 아파트를 담보로 한 대출이 한층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상 ‘신용·운영리스크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 산출 기준’ 개정 작업에 본격 나섰다. 은행의 자본금 적립 기준이 되는 위험가중자산에 고가 주택 등을 새롭게 편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부동산 금융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다. 당국이 고위험 주담대 위험가중치 규제를 정비하는 것은 2020년 이후 6년 만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기준에서 ‘대출액이 고액이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주담대(고위험3)’ ‘고가 주택이고 담보인정비율(LTV)이 높은 주담대(고위험4)’를 고위험 항목에 새로 편입하고, 내년 1월부터 이를 적용한 규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지금은 고가 아파트에 대한 자본금 적립 규정은 없는 상태다.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규제에 따라 위험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을 실행할 땐 일정 비율 이상 자본금을 적립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험자산이 망가져도 은행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 장치다. 은행들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총자본(완충자본 제외)은 8%, 보통주자본은 4.5% 이상 쌓아야 한다.
금감원, 주담대 ‘위험가중자산 규정’ 내년부터 개편
현재까진 주담대를 만기 일시상환 형태, 원금 상환 비율이 낮은 형태 등으로 나눠 ‘고위험1’ ‘고위험2’로 위험가중자산을 계산했다. 그러나 이 기준은 주담대 대부분이 2015년 무렵부터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으로 재편되면서 낡은 규제가 됐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이 새로 고위험 주담대를 판단하는 가격 기준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적용되는 기존 대출 규제와 맞춰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자본금 적립 비율은 현행 고위험1~2 주담대에 대한 적립 비율(50~150%)보다 최대 1.6배가량 높이는 방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적용하면, 은행들은 위험가중자산을 새롭게 정해야 하고 자본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예를 들어 25억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에 1억원의 주담대를 실행했다면 50~150%인 5000만~1억5000만원을 위험가중자산으로 관리하고, 이에 따라 은행이 8%에 해당하는 400만~1200만원을 자본금으로 적립해야 하는 식이다.
은행 입장에선 동일한 대출액을 취급하더라도 자본금을 쌓으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초고가 아파트 대출이 깐깐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20억원짜리 아파트에 4억원 대출을 실행하는 것보다 10억원짜리 아파트에 같은 금액을 취급할 때 은행 수익성 지표가 더 좋아진다.
고(高)LTV 기준은 현행 ‘고부담대출’ 기준인 40~60%, 고 DSR은 40% 안팎에서 준용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LTV를 최대 70%까지 적용하는 비규제지역에서도 LTV가 높으면 은행의 자본 적립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당국은 내부 시뮬레이션을 통해 고위험 주담대 잠정 기준안을 마련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관계자는 “가격 변동성이 높은 고가 주택의 담보대출이 아닌 생산적 금융 위주의 대출을 유도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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