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 비서가 건보공단에 대리 상담 요청…노조 “응대 거부권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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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 에이아이(AI·인공지능) 비서가 대리 상담을 요청하는 일이 확인되면서 노동조합이 공단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건강과 관련된 민감한 개인정보에 대한 상담을 시도하는데다 질문을 이어가며 다른 상담을 지연시킬 여지도 커 현장 노동자와 전문가들 사이 우려가 제기된다. 인공지능이 밀어붙이는 사회 격변 속에 에이아이 비서를 둘러싼 공공서비스 현장의 혼란도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지부)에 따르면, 지난 4일 “○○○님의 업무비서”라고 자신을 소개한 에이아이가 전화를 걸어 대리 상담을 요청했다. 전화를 받은 상담사는 사람 비서를 응대할 때처럼 ‘본인이 아니면 상담이 어렵다’고 밝힌 뒤 절차를 종료했다. 상담사들이 당혹스러워하며 공단에 방침을 문의하자, 공단은 “본인 확인이 불가한 상태에서 대리인 상담은 불가하며 개인정보 없는 기본 상담 답변은 가능하다”는 지침을 전국 고객센터에 전달했다.
같은날 오후 또 다른 에이아이 비서가 고객센터에 상담 전화를 걸면서 이내 공단 방침의 한계가 드러났다. 에이아이는 ‘본인 확인 없이 상담이 어렵다’는 응답에 ‘개인정보가 필요 없는 상담은 할 수 있느냐’고 묻더니, 사업장 폐업 때 건강보험료 소득 조정을 신청하는 방법 등을 문의했다고 한다. 상담사가 공단 지침에 따라 상담에 응하자, 소득조정과 피부양자 동시 신청이 가능한지, 처리 소요 기간과 내년도 소득 정산 때 주의점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고 지부는 설명했다. 그 상황에서도 해당 상담사는 에이아이와의 전화를 끊을 수 없었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성희롱이나 욕설을 받았을 때 통화를 종료할 수 있지만, 그 외에 먼저 상담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규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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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노동자들은 반발했다. 지부는 “에이아이가 개인정보를 알고 있다고 해서 정당한 대리 권한이 있다는 뜻은 아니”라며 “공단은 (정보 도용 등의) 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 절차나 대응 기준도 없이 상담부터 제공하라고 한다”고 따졌다. “에이아이 업무비서를 누가 만들고 설정했는지, 실제 민원인의 요청에 따른 것인지, 제3자가 타인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도 했다. “에이아이 비서 사용자가 특정 질문을 반복하도록 설정하거나 가정과 조건을 계속 추가해 새로운 질문을 생성하도록 설계할 경우 상담은 무한 반복되는 구조에 놓일 수도 있다”고도 우려했다.
실제 지부는 문제가 된 에이아이 비서와의 통화 내용과 같은 주제를 두고, 별도 에이아이 비서를 사용해 테스트했다. 테스트 과정에서 에이아이 비서는 상담사와 통화하는 중에 자신의 사용자에게 “지금 상담원분과 실시간으로 통화 중”이라고 알리거나 “실무적인 세부 사항들을 알차게 더 파고들어 물어보고 올게요”라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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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가 에이아이 비서에게 잘못된 안내를 했을 때 대리 상담을 시킨 사용자에게 연락해 상담 내용을 정정하기 힘들다는 점도 지적됐다. 전화번호 소유자와 에이아이 사용자가 다를 경우 타인의 상담·개인 정보가 엉뚱한 사람에게 유출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김금영 지부장은 “테스트 과정에서 에이아이 비서 사용자가 타인의 정보를 알려주며 대리 상담을 시켰을 때도 에이아이는 명령을 그대로 실행했다”고 전했다.
지부는 5일 성명을 내고 에이아이 비서 상담을 거부할 권한과 통화 종료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기계와 상담하기 위해 존재하는 노동자가 아니”라며 “상담 요청 주체도 확인하기 어렵고 잘못된 안내를 바로잡을 방법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무조건 응대하라는 것은 국민의 권리(시민의 상담 접근권 제한)와 노동자를 모두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6일 공단에 공문을 보내 16일까지 에이아이 비서의 개인정보 무단 이용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기한 내 답변이나 시정조처가 없을 경우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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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삶과 노동, 일상이 급변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공공서비스는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개발’로만 내달리다 맞닥뜨린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건강보험공단은 한겨레에 “최근에 이런 상황을 인지했고 행정안전부 등의 민원 처리 지침을 수집 및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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