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배우는데 학력·경력은 상관없더라”
한·일 두 나라의 디지털 도구에 밝은 시니어들은 묻고 있었다. 나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테크놀로지는 무엇인가. 취재 초점도 ‘노인을 위한 AI는 있다’에서 ‘노인의 삶은 계속된다’로 나아갔다. 이들에게 인공지능은 찬반 문제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일상의 가능성을 넓혀주거나 새로운 내일을 설계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었고, 첨단 에이아이가 아니라 적정한 수준의 아이티(IT) 기술이면 충분하다는 쪽도 있었다. 한일 양국의 시니어들을 통해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바라보는 다양한 방식을 살펴본다.
김석은(69살)씨는 문화·예술·미디어 전문가로 코리아문화수도(해마다 한 도시를 문화수도로 뽑아 그 지역 고유의 문화를 살리고, 서울에 쏠린 문화예술을 지역으로 나누려는 민간 프로젝트) 조직위원회 이사장을 지냈다. 그런 그가 요즘은 시니어를 가르치는 미디어 교육자로 변신 중이다. 지난해 6월에는 에이아이로 미디어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아이 미 스쿨’을 열었다. 지난 10월23일 서울 만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인생 후반기를 흔히 ‘인생 2모작’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또 청춘’이라고 부르고 싶다”며 “에이아이가 ‘또 청춘’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아이를 활용한 미디어 교육을 시작하면서 그가 눈여겨 본 사람들은 직장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시니어들, 경력단절 또는 전업주부로 살아온 이들이다. 이들은 대체로 시간은 넉넉하지만 남은 삶을 채울 역할과 활동은 마땅치 않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고령화로 은퇴 뒤의 삶은 길어졌는데,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일 기회는 여전히 적기 때문이다. 그는 이 벽을 넘을 열쇠를 에이아이에서 찾았다. “예전엔 미디어 하나를 만들려 해도 전문 교육을 받아야 했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이제는 에이아이 덕분에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그는 에이아이는 학력·직업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고학력자나 화이트칼라가 더 잘 배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직접 가르쳐보니 이전 경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뿌리’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70대 중반 수강생이 그런 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마산에서 오랫동안 꽃가게를 꾸려온 그는 다른 수강생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김씨는 “시니어가 에이아이를 배울 때 중요한 건 학력이나 경력이 아니라 성실함과 신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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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는 미디어는 언론 콘텐츠에 그치지 않는다. 홍보를 비롯한 여러 활동이 다 들어간다. 그는 “가게 간판을 만드는 것도 미디어 활동”이라며 “일상에서 쓸 데가 많다”고 했다.
에이아이는 제작 도구일 뿐 아니라 선생님 노릇도 한다. 그가 직접 설계한 ‘에이아이 튜터’는 학습자 수준에 맞춰 대화를 나누고 과제를 내준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 가르쳐 줄 수 있어 유용하다.” 사람 강사라면 답답해하거나 화를 낼 만한 대목에서도 에이아이는 지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에이아이에게만 맡길 일은 아니라는 게 그의 경험이다. “에이아이 튜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얼굴을 맞대고 가르칠 때 효과가 훨씬 크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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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표는 배움이 소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에이아이를 ‘재미 삼아’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용돈벌이’로 이어가게 하자는 것이다. 그 무대도 준비하고 있다. 숏폼과 유튜브 등 여러 동영상으로 채우는 새로운 매체 ‘점’이다. 올해 크리스마스에 문을 여는 것이 목표다. ‘아이 미 스쿨’에서 배운 수강생들이 이 매체의 작업에 참여하고 용돈도 버는 모델이다. 김씨는 “‘박농’이라 불리는 수강생이 첫 주인공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한귀영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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