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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4, 2026

[줌in제주] "쓴 만큼 내라" 7년…농민 대신 행정이 지하수 요금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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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지철

2019년 감사위 "농가별 사용량 따라 부과" 주문…2022년 조례 개정

농가별 계량기 미비로 행정이 17억원 부담…절수 취지 살리지 못해

이미지 확대 밭에 물 주는 제주 농민

밭에 물 주는 제주 농민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도가 농업용 지하수를 사용한 만큼 요금을 이용자에게 물려 물을 아껴 쓰도록 하겠다며 요금체계 개편에 나선 지 7년이 지났지만 정작 공공 농업용 지하수를 사용하는 농민에게는 원수대금을 부과하지 못하고 있다.

농가별 사용량을 측정할 계량기 등 징수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실제 물을 사용하는 농민 대신 제주도와 제주시·서귀포시 등 행정기관이 원수대금을 부담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요금체계가 시행된 2024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공공 농업용 지하수에 부과된 원수대금만 17억1천900만원에 이른다.

제주 농업용 지하수 요금제는 지난 7년간 어떻게 흘러온 것일까.

◇ 감사위 "사용한 만큼 내야"…조례 고쳤지만 농민 부과는 못해

발단은 2019년 제주도감사위원회의 공공 농업용 지하수관정 운영실태 감사 결과였다.

제주는 다른 지역과 달리 농업용수의 대부분을 지하수에 의존한다.

감사 당시 제주지역 지하수 관정 4천823공 가운데 농업용은 3천218공으로 66.7%를 차지했다. 농업용 지하수 취수허가량도 하루 90만5천㎥로 전체 지하수 취수허가량의 56%에 달했다.

하지만 공공 농업용 관정을 이용하는 농가는 아무리 많은 물을 사용해도 원수대금을 전액 감면받았고 사설 농업용 관정 역시 실제 사용량과 관계없이 관로 굵기에 따라 월 5천∼4만원의 정액요금만 냈다.

감사위는 이런 요금체계로는 농가의 지하수 절약을 유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원수대금 산정과 부과·징수, 감면 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농가별 사용량에 따라 적정한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제주도에 주문했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농업용 지하수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도는 2022년 사설 농업용 지하수의 정액제를 실제 사용량에 따른 부과 방식으로 바꾸고, 전액 감면하던 공공 농업용 지하수에도 원수대금을 물리는 내용의 지하수 관리 조례 개정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이미지 확대 제주도 지하수 기준수위 측정망 분포도

제주도 지하수 기준수위 측정망 분포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농업인 부담과 농업용수 공급 과정의 누수, 실제 사용량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개정안은 같은 해 2월과 3월 도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잇따라 심사가 보류됐다.

도는 농업인 단체 등과 추가 협의를 거쳐 같은 해 6월 다시 개정안을 상정했고 도의회는 이를 수정 가결했다.

새로운 원수대금 부과체계는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4년 7월 시행됐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공공 농업용 지하수를 실제 사용하는 농민에게는 사용량에 따른 원수대금을 부과하지 못하고 있다.

◇ 계량기 없어 사용량도 몰라…지하수 절수 취지 '무색'

가장 큰 이유는 개별 농가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하는지 측정할 계량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7년 전 감사 당시부터 지적된 문제다.

2019년 감사 당시 공공 농업용 관정에서 물을 공급받는 농지 가운데 정상적으로 검침이 이뤄지는 곳은 일부에 그쳤고 나머지 75.1%는 계량기가 없거나 설치돼 있어도 검침하지 않아 농가별 사용량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감사위는 농가별 계량기를 제대로 설치·관리하도록 주문했지만 제주도는 7년이 지난 현재 농가별 계량기가 얼마나 설치돼 있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공 농업용 지하수는 실제 이용자인 농민이 아니라 지하수 개발·이용 허가를 받아 물을 공급하는 행정기관에 원수대금이 부과되고 있다.

공공 농업용 지하수 원수대금 부과액은 2024년 3억8천200만원, 지난해 7억9천500만원, 올해 1∼8월 5억4천200만원 등 모두 17억1천900만원에 달한다.

도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삭감돼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한때 원수대금을 체납하는 일도 벌어졌다.

농업용 지하수가 제주지역 지하수 이용에서 차지하는 규모에 비해 원수대금 비중은 크지 않다.

이미지 확대 밭에 물 주는 농부

밭에 물 주는 농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6년 현재 제주지역 전체 지하수 관정은 4천501공이며 이 가운데 공공 농업용 949공, 사설 농업용 2천115공 등 농업용 관정이 모두 3천64공으로 전체의 68.1%를 차지한다.

반면 지난해 전체 지하수 원수대금 부과액 153억9천800만원 가운데 농업용은 9억3천400만원으로 약 6.1%에 그쳤다.

먹는샘물이 49억9천600만원, 골프장·온천이 45억6천400만원, 일반용이 34억1천200만원 등이었다.

농업용 지하수 이용요금 자체도 높은 수준은 아니다.

현행 제주도 지하수 관리 조례상 농어업용 이용요금은 광역상수도 원수공급원가의 1%다.

원수공급원가가 1t당 233.7원인 점을 고려하면 농업용 지하수 이용요금은 1t당 약 2.34원이다.

농업용 지하수에 원수대금을 부과하는 취지는 농가에 큰 경제적 부담을 지우려는 데 있다기보다 실제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게 해 지하수를 아껴 쓰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제주에서 지하수는 생활과 농업, 산업 전반을 떠받치는 한정된 수자원이다.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닌 만큼 사용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이에 맞게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조례 개정 이후에도 공공 농업용 지하수는 실제 이용자인 농민이 아닌 행정기관이 원수대금을 내면서 이러한 절수 유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농업용 지하수 사용량도 줄지 않고 있다.

공공과 사설을 합한 농업용 지하수 월평균 사용량은 2024년 940만7천t에서 지난해 1천35만t, 올해 1∼8월 1천137만4천t으로 증가했다.

이미지 확대 마른 밭에 물주는 농민

마른 밭에 물주는 농민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농업용수 사용량은 강수량과 가뭄, 재배작물과 생육 상황 등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는 만큼 사용량 증가를 요금체계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실제 제주지역 연간 강수량은 2024년 1천929㎜로 평년의 115%였지만 지난해에는 1천351㎜로 평년의 80%에 그쳤다.

도는 뒤늦게 농가별 계량기 설치를 위한 기초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제주도 친환경농정과 관계자는 그동안 농업용수 통합 광역화 사업에 집중하면서 농가별 계량기 설치 등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2025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계량기 설치 관련 사업비를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도는 내년 제주시 구좌읍을 대상으로 농가별 계량기 설치 대상과 관리실태 등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계량기 설치 확대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2019년 감사위가 농업용 지하수 관리에 내놓은 처방의 핵심은 단순했다.

실제 물을 사용하는 농가가 사용량에 따라 적정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 지하수를 아껴 쓰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토대로 조례까지 개정하고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새로운 요금제를 시행했지만 현재까지 공공 농업용 지하수의 실제 이용자인 농민에게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체계는 완성되지 않았다.

농가별 계량기가 얼마나 설치돼 있는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가운데 행정기관에 부과된 원수대금은 이미 17억원을 넘어섰다.

7년 전 내놓은 '처방전'이 언제쯤 제 기능을 하게 될지 제주도가 답해야 할 대목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농업용 지하수도 사용량에 따라 원수대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계량기 설치 등 기반을 먼저 갖춰야 한다"며 "기후위기로 지하수 보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만큼 농업용도 지하수를 아껴 쓰고 보전하는 원칙에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제주도청 전경

제주도청 전경

[제주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bjc@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04일 09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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