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 심리사회 지원 프로그램 참여 아동 그림 공개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는 가자지구에서 심리사회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들의 그림을 23일 공개했다. 이를 통해 3년 넘게 이어진 전쟁과 반복된 강제이주가 아이들의 정신건강과 성장에 미친 영향을 조명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진행한 집단 심리사회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들은 그림을 통해 자신이 보고 느낀 경험을 표현했다. 식량 배급 줄, 비가 새는 텐트, 건물을 무너뜨리는 탱크, 하늘을 맴도는 드론 등 가자지구 아동들이 그린 그림에는 전쟁 속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림은 폭력과 공포, 상실 속에서 이어진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보여준다.
3년간 이어진 전쟁은 가자지구 아동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아동이 가족과 집, 학교, 친구를 잃었으며, 반복된 강제이주와 열악한 생활 환경으로 인해 아이답게 지내고 두려움 없이 뛰놀 수 있는 일상을 빼앗겼다.
프란츠 루에프 국경없는의사회 팔레스타인 현장 책임자는 “가자지구 전역에서 성인과 아동 모두에게 극심한 슬픔과 불안, 수면장애, 심리적 고통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위기는 이전보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양상으로 바뀌었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존에 필요한 조건이 지속적으로 무너지고 있어 정신건강 문제 또한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긴급한 정신건강 및 심리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가 분쟁 이전 약 48만5000명에서 현재 100만 명 이상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신건강 지원은 국경없는의사회의 주요 의료·인도주의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개인 상담과 성인 대상 심리사회 및 심리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특히 아동과 청소년이 감정과 경험을 표현할 수 있도록 놀이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장기화 된 전쟁이 가자지구 아동들의 일상과 성장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 이전의 삶을 기억하는 아동들에게 익숙했던 환경은 대부분 파괴됐으며, 안전하게 생활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에 다니는 등의 어린 시절 기본적인 경험도 크게 제한됐다. 많은 아동은 물을 길어오거나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일을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더 어린 아동 가운데는 강제이주와 공습의 위협 외에는 다른 삶을 경험해보지 못한 경우도 있다.
마흐무드 알발비시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상담사는 “전쟁 속에서 자라 지금 세 살, 네 살이 된 아이들은 아주 기본적인 개념조차 제대로 알 기회를 잃었다”며 “가령 많은 아이들이 ‘집’이 무엇인지 모른다. 집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텐트가 곧 집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쟁은 아이들의 놀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상담사들에 따르면, 가자지구 아동들은 그림과 놀이를 통해 자신이 경험한 현실을 재현하고 있으며, 구호품 배급 장면이나 공격 상황, 무너진 건물 주변의 일상이 놀이의 소재가 되고 있다.
아홉 살 디나는 가족과 함께 강제이주를 겪었다. 구호품을 받으러 갔다가 트럭에 발을 다친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우고 이동해야 했다. 디나는 “예전처럼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할머니랑 할아버지도요”라며, 전쟁으로 잃어버린 가족과 일상을 그리워하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열한 살 라하프는 “가끔 창가에 서 있으면 탱크가 포를 쏘는 게 보여요. 그럴 때면 엄마에게 ‘안으로 들어오세요. 탱크가 포격을 하고 포탄을 쏘고 있어요’라고 말해요. 우리 가족이 걱정돼서 엄마에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거에요. 제 여자 사촌이 죽었어요. 저는 그 아이를 잊을 수가 없어요. 예전에는 늘 같이 놀았거든요”라며 두려움과 상실의 기억을 전했다.
장기간 이어진 폭력의 영향은 아이들의 일상적인 행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상담사들은 가자지구 아동들 사이에서 불안과 두려움, 비명, 공격적인 행동, 손톱 물어뜯기, 본의 아닌 소변 실수 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전쟁이 아동들의 정서적·심리적 건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시 자이툰 진료소에서 음악, 놀이, 이야기, 그림 등을 활용한 심리사회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상담사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아동들이 전쟁 중 겪은 경험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후속 상담에서는 아이들이 전쟁 이전의 일상과 정체성을 다시 떠올리고 현재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루에프 현장 책임자는 “3년간 이어진 폭력과 비인도적인 생활 여건, 상실의 경험은 아이들이 안전과 어린 시절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았다”며 “가자지구의 아이들은 여전히 언제든 폭격이 발생할 수 있는 불안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정신건강 지원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보건의료 체계가 광범위하게 파괴되면서 아이들이 회복에 필요한 지원과 안전한 공간에 접근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23년 말부터 2026년 9월까지 13만2000건 이상의 개인 정신건강 상담을 제공했으며, 집단 활동을 통해 24만6000명 이상을 지원했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