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불량 배출권’ 장사하는 공기업…감축량 부풀린 쿡스토브로 640만t 실적
미얀마에서 개량형 쿡스토브를 사용하고 있는 여성. 플랜1.5 ‘논란에 휩싸인 탄소배출권’ 보고서
국내 발전·에너지 공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효과 부풀리기 논란이 있는 해외 쿡스토브 보급사업으로 640만t에 달하는 감축 실적을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쿡스토브 사업에 대한 퇴출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올해도 한 발전사가 250만t 규모의 신규 쿡스토브 사업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질 낮고 값싼 배출권 거래에 공기업이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공기업 쿡스토브 감축실적 638만t…실제 감축량은 턱없이 적어
28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에너지 공기업으로부터 받은 ‘해외 쿡스토브 보급 사업’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10월까지 한국전력공사·지역난방공사·중부·남부·남동·동서·서부발전 등 7개 공기업이 쿡스토브 보급사업으로 인증받은 감축량은 총 292만4167t이다. 여기에 서부발전이 올해 신규 계약한 방글라데시 쿡스토브 보급 사업의 감축 예상량 250만t과 중부발전의 추후 인수 예상 물량 95만7237t(2022년 방글라데시 쿡스토브)을 합하면 총 638만1404t에 이른다.
쿡스토브는 난로 형태의 가정용 취사도구다. 나무와 숯을 태우는 전통 화덕보다 연료 효율이 높아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공기업들은 미얀마와 가나 등 개발도상국에 고효율 쿡스토브를 보급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받아 탄소배출권을 확보해왔다. 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를 쿡스토브 사업을 통해 상쇄하는 구조다.
한 여성이 전통적인 화덕을 사용하고 있다. UNFCCC
에너지 공기업들이 쿡스토브 사업에 투자한 이유는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감축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쿡스토브는 대당 최저 2달러로, 연간 2~4t의 감축실적을 발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축실적 1t당 발행 비용이 배출권 평균 가격(약 2만원)보다 낮아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그동안 쿡스토브 사업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부풀렸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땔감으로 쓴 나무 가운데 벌채 후 다시 자라지 않는 나무의 비중을 실제보다 높게 잡아 감축량을 과다 산정했다는 지적이다.
유엔도 감축량 40% 하향 조정…카본마켓워치 “실제 감축량은 더 적어”
실제로 한전과 남동발전 등이 참여한 미얀마 쿡스토브 사업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약 110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것으로 추정했으나, 지난 3월 유엔 파리협정 제6.4조 메커니즘 감독기구는 해당 사업의 감축량을 약 64만t으로 낮췄다. 땔감으로 사용한 나무 중 산림의 재생 속도보다 빠르게 채취돼 산림을 고갈시키는 나무(비재생성 바이오매스)의 비중을 하향 조정해 감축량을 재산정한 결과다. 유엔 감독기구가 기존 산정 방식의 한계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쿡스토브 사진. 플랜1.5 제공
유엔이 재산정한 감축량도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 유럽 기후 싱크탱크 카본마켓워치(CMW)가 미얀마 쿡스토브 사업을 화덕의 실제 사용 여부와 기존 화덕의 병용 등을 고려해 재분석한 결과, 실제 온실가스 감축량은 약 9만t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한전은 미얀마 쿡스토브 보급 사업으로 약 5만3000t의 감축 실적을 인정받았지만, 카본마켓워치의 분석 기준을 적용하면 실제 감축량은 약 4400t에 그친다. 방글라데시 쿡스토브 보급 사업에 참여한 중부발전도 2021~2022년 총 181만t의 감축 실적을 인정받았으나, 카본마켓워치 기준 감축량은 약 25만t에 불과하다.
한수연 플랜1.5 정책 활동가는 “쿡스토브 사업은 탄소크레딧 사업 유형 가운데 감축실적 과다계상 문제가 가장 두드러진 유형”이라며 “공기업이 쿡스토브 사업에 몰린 이유는 비용이 낮아 감축실적을 싸게 확보해 별도의 품질 재검증 없이 국내 배출권거래제 의무 이행에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감축 효과 부풀리기 논란 속에 일부 공기업은 쿡스토브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한전과 남동발전은 미얀마 쿡스토브 사업을 끝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한전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 등으로 현지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국제 탄소시장 체계 전환으로 사업 절차도 복잡해졌다”며 “위험 부담에 비해 사업 효용이 없다고 판단해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공기업이 값싸고 손쉬운 불량배출권 구매에 앞장서는 형국”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국제감축 사업에 대한 기준과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