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 달려온 딸, 눈물 흘린 벌랜더…그의 마지막은 ‘낭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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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든 로우의 파울 뜬공이 잡힌 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에이제이 힌치 감독이 마운드로 걸어갔다. 저스틴 벌랜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메이저리그 마지막 등판은 그렇게 끝나고 있었다.
그때 관중석에서 그의 일곱 살 딸 주느비에브가 달려왔다. 아버지의 이름과 등번호가 적힌 타이거스 유니폼을 입은 아이는 마운드에 올라 벌랜더를 끌어안았다. 딸을 품에 안은 벌랜더는 몸을 떨며 울었다. 그가 평생을 바친 마운드에 가장 소중한 존재가 함께 있었다. 벌랜더는 경기 뒤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벽돌로 맞은 듯한 충격이었다”며 “엉엉 울면서 내가 얼마나 기쁜지 딸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다. 딸은 내가 그렇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43살의 투수는 잠시 뒤 딸의 손을 잡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동료들이 두 사람을 둘러쌌고, 코메리카파크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힌치 감독은 딸의 깜짝 등장에 대해 “모든 것을 철저하게 계획하고 짜놓는 사람을 놀라게 하기는 정말 어렵다. 벌랜더에게 가족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우리는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통 유니폼을 입지 않은 사람은 (경기중) 그라운드에 들어오지 못한다. 하지만 첫 투표에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선수에게는 예외를 둔다”고 농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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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랜더는 27일(한국시각)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상대로 5⅓이닝 동안 안타 5개를 맞고 2실점 했다. 볼넷은 하나, 삼진은 6개였다. 91개의 공을 던진 이날은 메이저리그 557번째이자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다. 3월 이후 첫 등판이었지만 그는 5⅓이닝을 책임졌다. 타이거스는 4-3으로 역전승했다. 승패보다 오래 기억될 장면은 마지막 타자를 잡아낸 투수 곁으로 딸이 달려온 순간이었다.
전날에는 딸이 시구했다. 벌랜더는 집에서 딸과 공을 주고받고 구장에서도 마운드에서 연습했다고 말했다. 딸이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다”고 하자 그는 “그게 내 딸이지”라며 웃었다. 시구를 위해 마운드에 섰던 아이는 다음 날 은퇴 경기에서 아버지를 데리러 마운드로 달려왔다. 아버지의 야구가 끝나는 순간, 딸은 그의 손을 잡고 함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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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랜더에게 야구의 문을 열어준 사람은 아버지 리처드였다. 아홉 살 무렵 아들의 강한 어깨를 알아본 아버지는 그를 리치먼드 야구 아카데미에 데려갔다. 버지니아주 올드도미니언대에서 성장한 벌랜더는 200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디트로이트에 지명됐고, 이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벌랜더가 떠난 자리에 남은 숫자는 ‘전설’, 그 자체다. 통산 266승, 평균자책점 3.33, 탈삼진 3560개. 탈삼진은 메이저리그 역대 8위다. 신인왕을 거쳐 사이영상을 세 차례 받았고, 2011년에는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올스타에도 열 차례 선정됐고, 월드시리즈 우승은 두 번 경험했다. 팔꿈치 수술로 긴 시간을 비운 뒤에도 돌아와 2022년 사이영상과 월드시리즈 우승을 함께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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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랜더는 은퇴 발표문에서 “야구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줬다”며 “규율과 회복력, 계속 적응하고 진화하는 가치를 가르쳐줬다”고 썼다. 기록이나 달력에 맞춰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며 “야구가 이제 때가 됐다고 말해주기를 바랐다”고 했다. 마지막 등판을 앞두고는 “각본은 없다. 할 수 있는 한 오래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마지막 시즌은 순탄하지 않았다. 고관절과 햄스트링 부상으로 출전은 제한됐고, 이날 등판은 올 시즌 두 번째 경기였다. 엠엘비닷컴(MLB.com)은 긴 재활을 거치는 동안 딸과 통화해 학교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도 은퇴가 옳은 결정이라는 생각을 굳히는 데 보탬이 됐다고 전했다.
마운드를 내려온 벌랜더는 관중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아내 케이트 업턴은 한 살 아들 벨라미를 안고 다가와 밝은 미소로 그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벌랜더는 가족과 함께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는 “내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은퇴 뒤 가장 기대하는 것이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며 “가족과 함께 마운드를 내려오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은 내가 꿈꿔온 것 이상”이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아들의 손에 쥐여준 야구공은 오랜 시간을 건너 딸과 아버지 사이에 놓였다. 21시즌 동안 공을 던진 벌랜더는 딸의 손을 잡고 비로소 공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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