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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8, 2026

사진에 드로잉·동물 뒤섞어 인간 내면 탐구…로저 발렌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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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래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 '발레네스크'로 독창적 시각언어 선보여

"혼란 느끼며 혼란에서 벗어나길"…뮤지엄한미 삼청서 내년 2월 21일까지

이미지 확대 환영으로 태어난 드로잉과 빛의 흔적

환영으로 태어난 드로잉과 빛의 흔적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열린 로저 발렌 개인전 '로저 발렌. 더 워크스: 드로잉 미츠 포토그래피(Roger Ballen. The Works: Drawing meets Photography)'에서 참석자가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6.10.14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기이한 형상과 동물, 낙서 같은 드로잉이 뒤섞인 장면은 낯설고 불편하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눈에 파악하기도 어렵다. 사진가 로저 발렌(75)은 이처럼 현실과 낯선 상상이 뒤섞인 세계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해왔다.

서울 종로구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열리는 전시 '로저 발렌. 더 워크스: 드로잉 미츠 포토그래피'(Roger Ballen. The Works: Drawing meets Photography)는 드로잉과 설치를 사진에 결합해온 작가의 60여 년 작업 세계를 살펴본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지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발렌은 예술 사진을 정식으로 배우기보다 여행과 현장 경험으로 사진을 익혔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발렌은 "지질학자로 일할 때 지층을 따라 광산 갱도를 내려가듯이 내 작업에서도 정신의 여러 층을 지나간다"며 "깊숙이 묻혀 있던 조각들을 끌어올려 하나의 일관된 시각적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 초기 작품 소개하는 로저 발렌

초기 작품 소개하는 로저 발렌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로저 발렌 작가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열린 개인전 '로저 발렌. 더 워크스: 드로잉 미츠 포토그래피(Roger Ballen. The Works: Drawing meets Photography)'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2026.10.14 jin90@yna.co.kr

드로잉과 사진을 결합하는 작업의 실마리는 남아프리카 시골에서 찾았다.

촬영을 위해 들어간 집에서 아이들이 벽에 그린 낙서를 발견한 그는 처음에는 이를 사진에 담다가 점차 벽의 흔적과 전선, 사물의 형태를 이미지 구성에 활용했다.

이후 배경에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폴라로이드 사진 위에 드로잉을 더하는 등 두 매체의 결합을 실험했다.

발렌은 "사진과 드로잉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형상을 만들어낸다"며 "드로잉과 전선, 사물 등 여러 요소를 사진 안에 결합해 하나의 시각적 장면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로저 발렌 작 '테이크 오프'

로저 발렌 작 '테이크 오프'

[뮤지엄한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새와 쥐도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사일럼 오브 더 버즈'(Asylum of the Birds)와 '로저스 래츠'(Roger's Rats) 연작에서 인물과 동물, 사물, 드로잉은 한 공간에 뒤섞여 하나의 연극적 장면을 이룬다.

얼굴에 드로잉을 입히거나 신체 일부만 드러낸 인물은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벽에 그려진 형상과 동물, 사물이 서로 닮은 형태로 어우러지고, 인물과 동물이 서로의 행동을 모방하는 듯한 모습은 누가 누구를 흉내 내는지조차 모호하게 만든다.

이처럼 동물과 사물, 드로잉이 뒤섞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는 발렌의 독특한 시각 언어는 '발레네스크'(Ballenesque)라는 말로 표현된다. 비평가 로버트 J.C. 영이 제시한 용어다.

이미지 확대 색으로 들어난 발렌의 세계

색으로 들어난 발렌의 세계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열린 로저 발렌 개인전 '로저 발렌. 더 워크스: 드로잉 미츠 포토그래피(Roger Ballen. The Works: Drawing meets Photography)'에서 참석자가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6.10.14 jin90@yna.co.kr

발렌은 오랫동안 흑백을 고수했지만, 2016년 전후 영상 작업을 준비하며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다 우연히 얻은 컬러 이미지에 매력을 느껴 색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작업인 '스피리츠 앤 스페이스'(Spirits and Spaces) 연작에서는 빨강과 파랑, 노랑 등 선명한 색이 화면에 드러난다. 색이 더해졌지만 선과 형상, 인물과 사물의 관계를 통해 장면을 구성하는 작업 방식은 이어진다.

발렌은 "컬러 작업은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이라기보다 기존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며 "디지털이든 필름이든 카메라로 장면을 바라보고 여러 요소를 하나의 이미지로 구성한다는 점에서 사진의 본질은 같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로저 발렌 작 '옴니프레전트'

로저 발렌 작 '옴니프레전트'

[뮤지엄한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발렌의 작업에는 마스크를 쓴 인물과 동물, 기묘한 드로잉,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등장한다. 다양한 상징이 담긴 듯하지만, 그 의미를 하나로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작품에 담긴 의미를 묻자 발렌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관람객들이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닐까"라며 "나는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혼란을 느끼면서 동시에 혼란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현실과 상상의 경계,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되묻게 한다.

발렌은 1950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심리학을 공부하고 지질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 장기간 여행하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정착해 인간의 내면과 무의식,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어떤 작가로 기억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심리적 작가. 인간 내면에 관한 작업을 하는 작가"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1일까지.

이미지 확대 '사진인 동시에 드로잉으로 이루어진 무엇'

'사진인 동시에 드로잉으로 이루어진 무엇'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열린 로저 발렌 개인전 '로저 발렌. 더 워크스: 드로잉 미츠 포토그래피(Roger Ballen. The Works: Drawing meets Photography)'에서 참석자가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6.10.14 jin90@yna.co.kr

laecor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18일 07시01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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