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이야기’, ‘로또 1등’, ‘신병’ 이현균, “연기 원동력이요? 그냥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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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쓰는데, 뭐라고 한 소리 할 만큼 버릇없진 않다. 매번 ‘선배님’이라고 불러주지만, 왠지 하대받는 기분도 든다. 퇴사 후보를 정하는 자리, 이미 답은 정해졌지만, 자신이 직접 말하는 대신 인사권자인 상무의 입에서 나오게끔 유도한다. 지난해 10월 인기리에 방영한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JTBC)에서 노련한 인사팀장 최재혁 역을 맡은 배우 이현균(43)은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실제 대기업 인사팀 출신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이어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tvN)의 장경철 차장, ‘신병4: 사보타주’(ENA)의 변혁진 중령으로 출연하며 또 다른 직장 상사의 얼굴을 보여줬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 본사에서 만난 이현균은 회사를 다닌 경험은 없으며 연극 무대와 영화·드라마 현장에 줄곧 있어왔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연기의 밑바탕에는 약 20년간 조연·단역도 가리지 않으며 갈고 닦은 연기 내공이 있다. “제가 여태까지 영화든 드라마든 계속 해왔잖아요. 작품이 시청자들께 사랑받으면서 알려질 계기가 찾아온 거죠.”
이현균이 연기의 세계에 처음 발 들인 것은 고등학생 때다. 농구선수가 되려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엘리트 체육 코스를 밟아온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들어서며 진로를 틀었다. “재능도 없는 것 같고 키도 안 커서 농구를 그만뒀는데요, 마침 사촌누나가 계원예고 음악과에 다니고 있어서 거기 연극영화과에서 영화를 배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연기자가 되자는 생각보단 기술을 배울 수 있겠단 생각이었죠.” 계원예고 진학 후 연극을 전공하는 친구들과 어울린 그는 용인대 연극학과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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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연극 연출 일을 돕다 본격적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것은 극단 ‘공상집단 뚱딴지’에 들어가면서다. “문삼화 연출님이 ‘너 배우 한다며? 우리 극단에 와서 같이하자’ 했어요. 연기자로서의 시작이었죠.” 그렇게 2009년 연극 ‘언니들’로 데뷔했다. “아무 대사 없이 서 있는 허수아비 역할이었어요. 처음엔 편하겠지 했는데, 발가락에 쥐날 것 같고 너무 힘들던데요.”
연극 무대를 누비다 영화 ‘감시자들’ (2013)로 매체 연기에도 발을 들였다. 이름 없이 ‘통제남 ’이라는 배역으로 짤막하게 등장했 다 . 영화 ‘1987 ’ (2017 )에서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고 증언한 오연상 내과의를 연기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 다 . 이후 드라마 ‘라이프 ’ (2018 ) , ‘나의 나라 ’ (2019 ) , ‘태종 이방원 ’ (2021 ) , 영화 ‘어린 의뢰인 ’ (2019 ) , ‘강릉 ’ (2021 ) , ‘젠틀맨 ’ (2022 ) 등에 출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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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지난해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통해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인사팀장 최재혁의 능구렁이 같은 화법은 주변 인물에게서 힌트를 얻었다. “제가 아는 제작자가 있는데, 그 친구가 반말과 존댓말을 잘 섞어요. 그렇게 기분이 나쁘진 않은데, 뭔가 밑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 친구를 참고했죠.” 최재혁이 궁지에 몰린 영업부장 김낙수(류승룡)를 약올리듯 “당신의 능력을 보여줘”라며 중얼거리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대사를 보자마자 감독님도, 저도 멜로디를 살짝 붙여서 하자고 생각했어요. 너무 세게 표현된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많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올해 들어 패션 유통회사의 장경철 차장으로 출연한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신화부대에 새 바람을 불어넣는 변혁진 중령으로 출연한 ‘신병4: 사보타주’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각기 다른 조직의 상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외모부터 성격까지 전혀 다른 캐릭터를 완성했다. 특히 ‘로또 1등도…’에서는 조끼까지 갖춰 잘 다려 입은 정장 차림으로 날카로운 관리자의 모습을 표현했다. “(윤영빈) 감독님이 제가 카라티에 면바지 입은 모습을 보시더니 ‘엣지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 하시더라고요. 이후 스리피스 정장 여러벌을 준비해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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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역에도 연기력 하나로 각인시켜온 그이지만, 자신의 연기에 믿음을 갖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때 자신감을 심어준 이가 ‘로또 1등도…’와 영화 ‘강릉’을 함께한 윤영빈 감독이다. “좋은 작품에 참여하면서도 나 자신에 대해선 믿음을 갖지 못했거든요. ‘강릉’ 촬영 때였는데요, 감독님이 ‘너, 네가 얼마나 잘하는지 모르지?’ 하시더라고요. ‘너 괜찮은 배우니까 계속해도 돼’라는 것 같아 힘이 됐죠.”

데뷔 이후 대중적 관심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연기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을까? “그런 생각은 잘 안 했어요. 극단 사람들이랑 작품 얘기하면서 밤을 지새우는 것도 재밌고,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배우기도 하고…. 재밌으니까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은 안 들던데요?” 부모님의 지지 또한 큰 힘이 됐다. “부모님이 응원해주시는 게 참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제가 알려지고 안 알려지고를 떠나서 연기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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