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켄드’ 비트에 5만4천명 떼창…“약속한다, 한국에 다시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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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경기장이 순식간에 하나의 클럽으로 변했다. 녹색 레이저가 밤하늘을 가르고 십자가 모양 돌출무대 곳곳에서 불기둥이 솟았다. 5만4000명 관객의 손목 밴드는 형형색색으로 점멸하며 객석 전체를 거대한 조명 장치로 만들었다. 무대 중앙의 거대한 금속 여성상은 쏟아지는 빛을 사방으로 반사하며 초대형 미러볼처럼 번쩍였다.
7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8 위켄드’ 첫날 공연은 2시간 가까이 멈추지 않는 거대한 댄스파티였다. 위켄드는 은빛 가면을 쓰고 등장해 ‘뱁타이즈드 인 피어’와 ‘오픈 하츠’로 포문을 열었다. 눈에서 녹색 레이저를 뿜는 연출에 이어 ‘웨이크 미 업’ ‘애프터 아워스’ ‘스타보이’ ‘하트리스’ ‘페이스’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긴 멘트나 분위기를 끊는 암전은 거의 없었다. 샘플과 인터루드를 포함해 40곡에 이르는 무대가 약 2시간 동안 메들리처럼 꼬리를 물었다. 디제이 세트와 팝 콘서트를 한데 합친 듯한 ‘논스톱 보컬 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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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는 질주 속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더 힐스’ ‘다이 포 유’ ‘위키드 게임스’ ‘콜 아웃 마이 네임’ ‘세이브 유어 티어스’처럼 후렴에서 음역이 치솟는 곡에서도 특유의 미성과 가성을 힘들이지 않고 뻗었다. 넓은 무대를 끊임없이 오가면서도 고음의 음정과 호흡은 안정적이었다. ‘블라인딩 라이츠’가 울려 퍼지자 5만4000명의 떼창과 신시사이저, 번쩍이는 손목 밴드가 한꺼번에 뒤엉키며 경기장 전체가 거대한 댄스플로어가 됐다.

캐나다 출신의 위켄드는 얼터너티브 알앤비(R&B)에 힙합과 일렉트로닉을 결합해 주류 팝의 중심으로 올라선 뮤지션이다. 특유의 하이톤과 가성으로 마이클 잭슨과 자주 비교돼 ‘21세기의 마이클 잭슨’이라는 수식어도 따라붙으며 그래미에서 네차례 수상했다. ‘블라인딩 라이츠’는 빌보드가 1958년 이후 ‘핫 100’ 성적을 집계한 ‘올타임 핫 100’ 역대 순위에서 1위에 올랐고, 21세기 ‘핫 100’ 결산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스포티파이에서 처음으로 50억 스트리밍을 넘어선 노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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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 마 테일러와 무대미술가 알렉산더 웨슬리가 구축한 무대 그 자체였다. 경기장을 가르는 십자가 형태의 돌출무대 중앙에는 일본 현대미술가 소라야마 하지메가 만든 높이 12m의 거대한 로봇이 우뚝 섰다. 레이저와 조명을 받아 금빛으로 번쩍이는 조각 주위로 붉은 망토를 걸친 댄서들이 줄지어 등장해 대열을 이루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 클럽이었던 경기장은 미래의 신전처럼 보였고, 그 한가운데 선 위켄드는 의식을 주재하는 교주나 제사장을 연상시켰다.

연출은 거대했지만, 관객과의 거리를 벌려놓지는 않았다. 그는 여러 차례 플로어로 내려가 팬들의 손을 잡고 하이파이브와 포옹을 건넸다. ‘아웃 오브 타임’에서는 관객에게 마이크를 넘겨 직접 노래하게 했다. 노랫말 사이에 “코리아”와 “고양”을 집어넣을 때마다 객석에서는 큰 함성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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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7곡을 몰아친 뒤 가면을 벗은 그는 “한국과 나는 특별한 관계가 있다”며 2018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첫 내한공연을 떠올렸다. “내 첫 스타디움 공연이 한국에서 열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며 “한국은 오랫동안 내게 큰 사랑을 보내줬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이 첫날인 만큼 내일보다 더 뜨거워야 한다”고 관객을 부추겼다.

마지막 ‘하우스 오브 벌룬스’에 이어 ‘모스 투 어 플레임’이 울려 퍼지자 밤하늘을 화려한 불꽃이 수놓으며 2시간 질주에 마침표를 찍었다. 공연 막바지 위켄드는 “약속한다. 한국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8년을 기다린 한국 팬들에게 남긴 반가운 약속이었다. 위켄드는 8일 같은 장소에서 한차례 더 무대에 오른다. 이틀 동안 그를 보기 위해 고양을 찾는 관객은 모두 10만80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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