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100돌…더 쉽고 편한 한글 되려면 [왜냐면]

광고

이건범 | 한글문화연대 대표
올해는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580돌이 되는 해이자, 한글날의 역사가 100년을 맞는 해다. 1926년 ‘가갸날’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글자를 기리기 시작한 지 한 세기가 흘렀다. 세종의 한글 창제 정신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백성이 제 뜻을 펴게 하려는 애민, 우리말에 맞는 문자를 갖고자 한 자주, 전에 없던 문자 체계를 만들어 낸 창의다. 우리 문화의 뿌리이자 줄기라고 할 만하다. 특히, 백성이 제 뜻을 펴게 하겠다는 창제 동기는 감동이 아닐 수 없다.
광고
발성 기관을 본떠 만든 한글의 창제 원리는 참으로 신묘하다.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글자를 만든 원리와 사용법까지 상세히 남아 있고, 한글의 과학성과 독창성은 이제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한글이 훌륭한 문자라는 찬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글날 백돌을 맞아 이제는 한글을 더 쉽게 배우고 편하게 쓰도록 다듬을 때다.
광고
광고
첫째 과제는 사이시옷이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합성어인지, 토박이말이 섞였는지, 된소리나 ‘ㄴ’ 소리가 나는지 등을 따져야 하고, 원칙과 예외도 많다. ‘등굣길, 장맛비’와 같은 표기는 눈에 잘 익지도 않고, 일반인이 모든 규칙을 외워 정확하게 쓰기는 쉽지 않다. 사이시옷은 독립된 음가라기보다 발음의 변화를 표시하는 기능이 강하므로, 표기는 단순화하고 발음은 교육으로 풀어가자는 생각이다.
둘째 과제는 띄어쓰기 간소화다. 여러 개의 명사로 이루어진 전문 용어는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한다. ‘지방 자치 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다 맞으니, 무얼 고를지 망설이게 된다. 의미 덩어리가 한 덩어리라면 일정 길이, 가령 여덟 자 안팎의 전문 용어는 붙여 쓰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수 있겠다. 보조 용언도 현행 맞춤법은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일부 구성에서는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하고, 일부 구성에서는 허용하지 않는다. 일상적으로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되는 보조 용언 구성은 붙여쓰기를 폭넓게 허용하는 쪽으로 규칙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새말을 만들 때도 꾸밈말과 명사가 결합해 하나의 개념을 이루면 ‘먹을거리, 참을성’처럼 과감하게 붙여 써 새 낱말 조어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고
셋째 과제는 닿소리(자음) 이름 통일이다. 닿소리 이름 가운데 16세기 최세진의 ‘훈몽자회’에서 한자 표기로 이름 붙이면서 굳어진 ‘기역, 디귿, 시옷’의 이름을 ‘기윽, 디읃, 시읏’으로 바꾸는 일이다. ‘니은, 리을, 미음, 비읍’처럼 통일성 있는 이름으로 바꿔, 교육적 손실을 막고 한글의 과학성에 흠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마지막 과제는 한글 글꼴 개발이다. 모아쓰기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글자의 식별성을 높이고, 작은 화면에서도 잘 읽히는 다양한 글꼴을 개발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한글이 세계인에게 사랑받으면 받을수록 더욱 매력적인 글꼴을 찾는 이가 많아질 것이다.
한글의 앞날은 쉬운 규칙과 풍부한 표현력을 함께 세우는 데 있다. 정부와 학자, 전문가들의 토론과 연구가 큰 힘이 될 것이다. 세종께서 훈민정음을 만든 뜻은 사람들이 쉽게 익혀 날마다 쓰기에 편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한글날 100년을 맞은 지금, 그 정신을 다시 일상으로 불러오자.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